[Opinion] '배리어 프리'로 다가가기 위한 발걸음 [문화 전반]

글 입력 2020.10.16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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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3학년 때였다. 그때 우리 학교는 수련회 대신 종합사회복지시설에서 봉사활동을 가는 전례가 있었는데, 언제나 그곳을 간다고 할 때마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불만이 많았다. 3학년 마지막 수련회를 왜 봉사활동으로 보내야 하냐며. 그리고 나도 그 의견에 동조했었던 기억이 난다.

 

다가오는 봉사활동을 앞두고는 출처와 근거가 없는 해당 시설에 대한 소문이 돌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개는 그 말들을 믿었다. 당시만해도 편견에 쉽게 노출된 환경이었고, 나 역시도 그 편견으로부터 소신을 지키기엔 꽤나 어린 나이였기에 그런 부정적인 이야기에 쉽게 휩쓸렸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막상 지내보니, 그곳은 안온했다. 다시 말하자면 그곳만큼 안온한 곳이 없었다. 봉사를 하면서도 한 번도 위협적이라고 느꼈던 적이 없었고, 오히려 조용하고 단조로운 분위기가 지속됐던 것만 기억에 남는다. 그때 처음으로 사회복지시설과 그곳에서 거주하는 분들에 대한 편견을 깨부술 수 있었다.

 

학교에 다닐 적에 장애인분들을 지칭할 때 '장애우'라는 표현으로 써달라며 지적을 받은 적이 있다. 人이 아닌 友 자를 써서 조금 더 친근감을 느끼기 위해 '장애우'라는 단어의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며칠 전에 알아보니 '장애우'라는 표현이 오히려 그들을 바라보는 시각을 제한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해당 표현을 자제해달라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똑같은 사람에게 다른 표현을 붙였다는 사실이 아이러니하기도 하다.

 

나도 비장애인에 속하는 사람으로서 내가 접하지 못했던 경험과 고통에 대해서 섣불리 말할 수는 없지만, tvN의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하신 수어 통역사 분의 이야기를 듣고 일상을 살아가면서 비장애인인 내가 받는 수혜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게 되었다. 계단이 없는 5층 건물, 우리 동네에서는 한 번도 보지 못한 저상버스, 휠체어가 들어가지 못할 정도의 좁은 엘리베이터. 나는 한 번도 불편하다고 생각한 적이 없지만 그게 모두에게 해당하는 것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스쳤다.

 

인프라에서 그칠 뿐만이 아니다. 요즘 예능에서 자주 보이는 게임에서도 불쾌함을 초래한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청각을 제한한 상태로 상대방의 입 모양만 보고 제시어를 맞추는 '고요 속의 외침' 은 농인들의 불편함을 희화화하는 모습으로 비친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 농인분께서 자신의 SNS에 학창 시절 일반 학교에서 청인 동급생에게 저런 짓을 수없이 당했다는 글을 게시한 바 있다. 신체적 기능에 제한을 두고 우스꽝스러움을 연출하는 건 그 기능으로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무례한 일이 아닐까 싶다. 타인의 일상을 웃음을 위한 요소로 사용하는 것에 대해 계속해서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난 항상 현대를 '변화의 개척점'이라고 이야기하고는 한다. 최근 몇 년 전부터 사회는 약자에 대한 시선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일삼아왔다고 생각한다. 그 노력의 결과로 앞서 언급한 '장애우'라는 표현의 문제를 정확하게 지적하고 개선할 수 있는 환경이 되었고, 코로나 19 브리핑에서는 수어 통역사분의 몸짓과 표정을 더 정확하게 알아볼 수 있는 환경이 되었다.

 

몇 달 전 밴드 루시의 '개화' 수어 버전 뮤직비디오가 공개되었다. 그들은 일전 노컷 뉴스에 함께 진행한 인터뷰에서 '개화의 곡 내용 자체가 희망을 주는 내용인데, 그 대상은 불특정 다수이며 따라서 음악을 들을 수 없는 분들에게도 위로를 드리고 싶어서 그분들의 언어로 확실하게 전달하기 위해 준비했다'고 말한 바 있다. 현재 이 영상은 국내를 넘어 해외 팬들 사이에서도 계속해서 회자하고 있는 중이다.

 

이 외에도 배리어 프리를 위한 노력이 계속해서 진행되고 있다. '2020 양주 배리어프리영화제'가 14일에 성료가 됐으며, 올해 11월에는 '10회 서울 배리어프리영화제'가 개최를 알렸다. 또한 어린이 뮤지컬 <슈퍼맨처럼!>은 공연의 내용을 실시간으로 통역해 주는 수어 통역사가 있어 농인들의 관람에 있어 도움을 주고 있다.

 

아직도 배리어 프리로 향하기 위해선 많은 인식적 개선이 필요하다. 나한테는 무감각했던 것들이 누군가에게는 불편함이 될 수도 있다는 것, 그리고 그 불편함을 나 혼자 바로 잡지는 못하더라도 계속해서 개선할 노력을 보여주는 것. 배리어 프리는 사소한 노력, 옆을 돌아볼 수 있는 태도를 통해서 조금씩 가까워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더욱더 살기 좋은 세상이 오길 바란다. 누구한테든.

 

 

 

이보현.jpg

 

 



[이보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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