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에서 찾는 삶의 조각들 '여행의 이유: 김영하'

내가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
글 입력 2020.10.08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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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는 나에게 참 접하기 어려운 작가이다. 거의 모든 책을 도서관에서 빌리는데, 김영하는 인기가 많은 작가라 거의 대출 중이거나, 심지어 예약까지 걸려 있는 경우가 빈번하다. 800번 초반 대의 에세이 집 코너를 거닐면서, 이 책을 발견하고,  망설임 없이 집어 들었다. 대형 마트에서 50% 세일하는 한우를 집어 든 느낌이었다.


독서의 과정에 대해 먼저 말해보자면, 참 술술 읽혔다. 어떤 부분은 공감하고, 내 삶에 적용해 보기도 하면서, 순식간에 흘러가는 시간을 느꼈다. 하지만, 이 책은 쉽지 않았다. 그는 여행이라는 주제를 통해 삶의 다양한 의문들을 제기한다. 그리고 그 질문들에 대해 나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리고 미래의 내 삶에 어떻게 적용할 지 고민하는 건 다소 진지한 활동이었다. 어떻게 보면 다소 철학적이기까지 했다.

 

최근, 독서 모임을 시작했고, 그 첫 책이 여행의 이유였다. 평범한 서평, 후기 형식으로 적지 않고, 독서 모임에서 한 질문들과 대화들을 바탕으로 작성해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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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처음 만나 어색한 공기를 둘러싸고, 독서 모임의 주제는 가볍게 시작되었다.

 

Q.1 당신은 여행을 어떻게 생각하나요?

“전 김영하가 저와 비슷한 습성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 생각합니다. 어렸을 때, 이사를 자주 다녔고, 여행도 많이 다녔습니다. 새로운 것, 신기한 것을 추구합니다. 일상과는 다른 경험이 저에게 다른 분위기를 주입하는 것 같아요. 김영하가 여행을 마냥 여행사 광고처럼 천국 같은 경험이라고 묘사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책은 추방과 멀미라는 소제목으로부터 시작되죠. 그는 여행의 경험으로부터 얻은 느낌과 생각, 그 깨달음을 사랑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 여행의 이유도 바로 그런 맥락인 것 같아요.”


나처럼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었다. 여행을 좋아하지 않은 사람들은 여행이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그렇게 재미있고, 흥미롭지 않다고 말했다. 시간과 돈을 투자하지만, 오히려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지치는 활동이라고 말했다. 다른 사람이 하니까, 지금이 아니면 못할 경험이라서 의무감에 여행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여행은 즐겁게 포장되지만, 그 안을 파헤쳐 보면 그렇게 낭만적이지만은 않다는 것. 그 점은 모두가 동의했다.


Q.2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구절, 부분은?

“프로그램화가 인상적이였어요. 흔해 빠진 그런 평범한 인물은 없다는 것. 인물마다 일정하게 프로그램화, 행동하고 사고하는 그만의 방식이 있다는 부분이 흥미로웠어요. 사실 예전부터 소설을 좋아했지만, 비슷한 전개, 소재, 주제에 질려 있었어요. 일반적인, 사람들의 눈에 잘 보이기 위해 노력하는 소설들과 글귀들이 많았어요. 당장 위로가 되고, 감정이 나아질 수는 있었지만 잠시 뿐인 것 같아요. 그러다가 최근에 젊은 작가상 수상집을 읽었어요. 그런데 다른 소설들과 달리 개성이 강했어요. 배경설정과 인물의 상황, 성격 설정, 전개 등이 특수성과 창의성을 담고 있었어요. 어떤 단편 소설은 너무 특이해서, 이해하지 못한 것도 있어요. 뭐지? 하는 의문을 남기기도 했구요. 하지만 분명한 건, 정말 기억에 남았어요. 특히 <알바생 자르기>는 얻어 맞은 느낌 마저 들었죠. 자신만의 색깔을 정립하고, 그 방향을 향해 나아가는 게 중요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인상 깊었던 구절은 참가자들마다 모두 달랐다.

 

탈여행의 개념에 대해, 호텔이 주는 느낌과 집에 대해, 타인의 호의와 친절에 대해, 노바디가 되는 것에 대해, 우리는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중에서 타인의 호의, 친절함에 대한 대화가 기억에 남는다. 이집트로 여행을 떠난 한 사람은 현지인들의 사기, 덤탱이 수법 때문에 이집트라는 여행지가 부정적인 기억으로 남았다고 말했다. 캐나다고 유학을 갔던 한 사람은 걸어가다 길을 잃었지만, 현지의 아주머니가 알려주신 지름길로 무사히 제시간에 수업에 도착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다른 사람을 믿는다는 신뢰의 문제. 그건 일종의 시험이자 관문이라, 그 사람이 나를 믿어 주었을 때, 내가 그 사람을 믿어 좋은 결과를 얻었을 때, 우리는 큰 선물을 받은 느낌을 받는다.

 

탈여행을 논의하면서 우리는 김영하 작가에 대해 이야기하고, 증강 현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우선 탈여행이란 믿을 만한 정보원을 시켜 여행을 대신하게 하는 것이다. 그 정보원이 가져 온 정보, 사진, 이야기들로 여행에서 놓칠 만한 것들을 돌아보고, 중요한 것을 가려 내는 것이다. 언뜻 보면 낯선 이 개념은 티비를 통해 여행을 접하는 방구석 여행자들이 모두 경험하는 것이다. 김영하는 알쓸 신잡을 촬영하면서, 탈여행을 체험하고 또 만들어 냈다. 직접 경험할 필요가 없는 여행. 그렇다면 증강 현실, 가상 현실로 하는 여행은 어떨까. 하지만 기술이 여행을 통해 직접 경험하고 느끼는 우연적인 상황과 감정을 모두 대체하지는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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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일상에서 벗어나 여행을 하는 건, 특별한 체험, 우연한 사건을 경험하기 위해서이다. 이러한 경험들은 여행을 때로는 고달프게 만들지만, 기대감을 증폭 시킨다. 그리고 그런 기대와 상상은 그 시간동안 사람들을 현실의 문제, 고통에서 잠시나마 벗어나게 한다.

 

여행의 이유. 처음에 나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고자 했다. 하지만 사람들과 여행에 대해 대화를 나눈 뒤로 이건 답을 정하는 문제가 아님을 깨달았다. 여행의 이유에 대한 나의 답변은 삶의 시기에 따라, 그 때의 내 고민에 따라, 감정에 따라 모두 달라질 것이다.

 


[박은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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