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우락부락한 여자가 되고 싶다 [TV/예능]

글 입력 2020.08.03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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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평생 과체중을 벗어나 본 적 없는 사람이다. 키와 몸무게를 잴 때는 보통이라는 말보다 과체중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훨씬 많다. 늘 뭘 해보고 싶기는 했는데, 헬스장은 너무 본격적인 것 같고 자신도 없어서 대신 배드민턴이나 조깅, 수영 같은 운동을 조금씩 해보았다. 그런데 살이 빠질 만큼 꾸준히 하지는 못했다. 나는 스스로 몸 쓰는 일에는 소질이 없음을 알고 있었고, 또 워낙 먹는 걸 좋아하기도 했다.
 
언젠가 ‘살을 빼 볼까’하는 생각이 다시 스멀스멀 찾아오면, 나는 알다가도 모를 부채감을 안고 또 ‘초보자를 위한 홈 트레이닝’ 따위를 찾아다니고 있을 것이었다. 대개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은 옷이 가벼워지는 여름, 아니면 뭐라도 새롭게 시작해야만 할 것 같은 1월 즈음이다. 올해가 시작할 무렵에도 나는 새로운 운동을 알아보고 있었다. 친구와 킥복싱이 재밌다더라, 주짓수는 어떻다더라 하는 이야기만 막연히 나누던 나는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러니까 한 마디로 나는 운동과 전혀 친하지 않은 사람이다. 장황하게 늘어놓기는 했지만, 말하자면 그렇다. 지금까지 나는 운동에서 재미를 느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운동을 소재로 한 드라마나 영화도 나에게는 별로 재미있지 않았다. 그런 나에게 운동의 진정한 즐거움을 알려준 콘텐츠가 바로 ‘오늘부터 운동뚱’이다.

 

 

 

'운동뚱'의 매력? 김민경의 매력!


 

‘오늘부터 운동뚱’은 올해 초부터 TV 프로그램 ‘맛있는 녀석들’에서 진행된 프로젝트로, 개그우먼 김민경이 다양한 운동을 시도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김민경은 웨이트 트레이닝부터 격투기와 필라테스에 이르는 운동들을 너무나도 쉽게 해낸다. 평소에 운동을 안 하는 사람이라는데, 트레이너들이 운동 강도를 높이거나 새로운 동작을 알려줘도 금방 해버리는 모습이 대단한 걸 넘어서 거짓말처럼 보일 정도다.
 
‘오늘부터 운동뚱’의 가장 큰 매력은 마치 자신의 능력치를 모르고 살아온 판타지 소설 속 주인공이 우연한 기회로 각성하는 것처럼, 김민경이 복불복 게임에서 걸려 시작하게 된 운동으로 자신의 신체 능력을 자각한다는 서사 그 자체이다. 김민경이 운동을 어찌나 쉽게 하던지, 운동에 대해 잘 모르는 나는 처음 영상을 보고 저게 어려운 운동이 맞기는 한 건지 의심스럽기까지 했다. 레그프레스 첫날에 160kg을 미는 운동 초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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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점은 운동을 주 소재로 하는 대다수 예능과는 달리 ‘오늘부터 운동뚱’의 목표가 체중 감량에 있지 않다는 것이다. 트레이너들은 김민경의 몸매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 으레 다른 다이어트 프로그램 속 코치들이 다이어트 자극이랍시고 출연자의 몸매를 지적하는 것과는 확연히 다르다. 대신 그들은 김민경의 신체적 능력과 그가 해낸 동작에 대해 칭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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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에게도 근육이 필요하다

 

여성의 힘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보여주는 방송이 등장했다는 게, 그리고 심지어 그 방송이 예능 프로그램이라는 게 나에게는 신선했다. 우리는 모두 힘세고 덩치가 큰 여성이 미디어에서 어떻게 그려지는지 잘 알고 있다. 높은 책장에서 책을 꺼낼 때, 무거운 짐을 들 때 남성이 도와주지 않아도 될 것처럼 보이는 여성들은 여성스러운 매력이 없다는 말을 듣기도 하고, 여자로는 볼 수 없다는 듯 ‘형’이라는 호칭으로 불리기도 한다.
 
‘오늘부터 운동뚱’에서는 ‘근수저’, ‘로보캅’ 등 김민경의 타고난 힘과 신체에 붙여진 별명이 여러 번 등장하지만, 힘이 센 여성을 여성스럽지 못한 존재로 희화화하는 익숙한 뉘앙스는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 김민경은 힘들어도 절대 포기하지 않고, 매번 대단한 기량을 보여주는 멋진 사람으로 그려질 뿐이다.
 
이쯤에서 나는 그간 내가 운동을 향해 가졌던 감정을 되돌아보아야만 했다. 나는 정말 운동을 싫어했던 걸까? 유튜브에서 운동 영상을 몇 개 보고 나면 알고리즘은 나에게 ‘일주일 안에 4kg 뺀 후기’, ‘운동 없이 살 빠지는 초절식 식단 공유’ 따위의 제목을 달고 있는 영상들을 추천해주곤 했다. 나는 금세 의지를 잃었다. 그리고 다시 운동과는 먼 일상으로 돌아갔다.
 
내가 했던 또 다른 고민 중 하나는 운동을 하다가 몸에 과하게 근육이 생기지는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 아마 많은 여자들이 공감하지 않을까? 물론 보디빌더들, 몸 좀 키운다는 사람들도 근육이 생기는 모양새나 형태에 신경을 많이 쓰겠지만, 나의 고민은 그것과는 조금 결이 달랐다. 종아리에 보기 싫은 알이 생길까 봐, 그리고 승모근이 커져 옷 태가 안 살까 봐 나는 걱정했다. 나에게 있어서 운동의 궁극적인 목표는 체중 감량이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오늘부터 운동뚱’은 그동안 나를 비롯한 여성들이 운동을 시작하기에 앞서 했던 걱정들이 여성에게 얼마나 불필요한 것인지 보여준다. 운동은 결국 나 자신을 위한 노력이고, 체중 감량은 목표가 될 수 없다. 체중 감량이 필요한 것은 어디까지나 비만이 건강에 악영향을 주기 때문이어서지, 마른 몸매가 더 보기 좋기 때문이 아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매일 좌절한다. 건강에 좋지 않은 음식을 먹어서가 아니라, 살찌는 음식을 먹었다는 이유로 말이다.
 
운동은 자신에게 사랑을 표현하는 수많은 방식 중 하나다. 내 몸을 바라보는 시선을 외부에서 내부로 옮길 때, 우리는 운동의 진짜 의미를 알게 된다. 김민경이 바벨을 번쩍 들어 올리고, 또 새로운 필라테스 동작에 성공할 때마다, 힘들게 운동을 마친 뒤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행복해할 때마다 나는 생각한다. 튼튼한 신체를 열심히 단련하고, 먹고 싶은 만큼 자유롭게 음식을 먹는 건강한 삶이란 얼마나 유익한가!
 
나는 이번 주에 다시 운동을 시작했다. 이번에는 예쁜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건강한 나를 위해서이다. 더 많은 사람들이 그 차이를 볼 수 있었으면 한다. 김민경의 ‘오늘부터 운동뚱’을 통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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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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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감되고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에디터님께서 운동도, 글도 스스로를 위해 즐겁게 하시길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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