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클래식 음악, 그 감동의 원천을 찾아 - 베토벤이 아니어도 괜찮아 [도서]

글 입력 2020.08.02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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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음악은 말 그대로 미지의 영역이었다. 중고등학교 음악 시간에 서양 음악사를 배운 것 외에는 새로운 지식을 얻을 일이 없었고, 가까워질 새도 없이 멀어지기만 했다. 진입장벽이 높은 분야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음악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는 생각은 더욱 거리감을 만들었고, 자연스럽게 나와는 다른, 내가 다가갈 수 없는 분야라는 생각이 쌓였다. 그러다 보니, 클래식 음악은 그저 광고 음악이나 배경 음악 정도로 인식하게 되었고, 지루하다는 편견마저 생겼다.

 
그 편견을 처음 깬 것은 뮤지컬 <라흐마니노프>를 보고 온 후였다. 뮤지컬 속 라흐마니노프라는 인물 자체에 대한 애정으로, 그의 음악을 제대로 들어보고 싶어졌고, 그렇게 클래식 음악 감상 어플을 다운받았다. 그렇게 클래식 음악에 처음으로 입문하게 되었다. 라흐마니노프 외에 아는 음악가가 없던 나는 다운 받은 어플에서 "마음에 비가 내리는 날", "상쾌한 아침" 등의 플레이리스트를 찾아서 듣기 시작했고, 조금씩 클래식 음악과 친해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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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음악은 전부 비슷하다는 생각은 잘 알지 못했을 때나 하던 이야기였다. 조금만 집중해서 들어도, 곡마다 각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하루는 곡명도 모르는 음악을 듣고 있는데 눈물이 흘렀다. 가사도 없고, 어떤 곡인지, 누구의 곡인지도 모르는데 선율만으로 나의 감정선을 건드리는 게 느껴졌다. 순간, 작곡가가 음악을 통해 무언가 말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히 음악 안에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문제는, 나는 음악 안에 담긴 그 "이야기"를 알 수가 없었다. 곡의 표현에 담긴 감각적인 느낌은 느낄 수 있어도, 그게 어떤 표현에 의해서, 왜, 어떤 의도로 만들어진 곡인지는 알지 못했다. 그걸 알면 조금 더 공감하며 음악을 듣고 즐길 수 있을 텐데 아쉽게도 나는 그러지 못했고, 막상 정보를 찾아보려 해도 내게 필요한 정보를 얻기는 쉽지 않았다. 대부분의 정보는 이미 클래식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쓰인 것들이 많았고, 기초부터 알 수 있는 것들은 지루한 정보들이 상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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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마침내 클래식에세이 <베토벤이 아니어도 괜찮아>를 만났다. 클래식 에세이, 이런 것도 클래식 음악에 배경지식이 있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지 않을까 하고 망설이다가, 뭐든 많이 접하면 도움이 될 거란 생각에 용기를 내어 읽게 되었다. 에세이는 짧고 빠른 템포로 희망, 열정, 사랑, 우정이라는 4가지 큰 테마를 펼쳐 놓는다.
 
각 글에는 그 글이 담고 있는 곡을 들을 수 있는 QR코드 링크가 삽입되어 있다. 글의 맨 앞부분에 코드가 있어, 나는 글을 읽기 전에 음악부터 틀어둔 후 읽어나갔다. 어떤 글은 곡을 다 듣기도 전에 다 읽혀서 곡의 남은 부분은 글에서 읽은 내용을 바탕으로 감상하곤 했다. 즐거운 경험이었다. 덕분에 들어보지 못했던 많은 곡을 들어볼 수 있었고, 그 곡에 담긴 숨은 이야기들을 알 수 있었다.
 
또한, <베토벤이 아니어도 괜찮아>에서 저자는 곡과 관련된 다양한 책과 영화 이야기도 함께 풀어냈고, 나는 그 영화들 역시 찾아보며 더욱 시야를 확장할 수 있었다. 아는 책과 영화 이야기가 나올 때는 괜히 친한 느낌도 들었다. 클래식 음악에만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영역에서 지식을 넓힐 수 있었기에, 각 에세이가 짧았어도 훨씬 많은 양을 읽은 것 같았다.
 
최근 뮤지컬 <모차르트>을 보고 온 터라, 모차르트의 음악에 빠져 있던 나는, 모차르트에 관한 글들을 읽다가 영화 <아마데우스>를 알게 되었고, 바로 다운 받아 감상했다. 영화 <아마데우스>, 뮤지컬 <모차르트>, 책 <베토벤이 아니어도 괜찮아> 속의 에세이, 그리고 모차르트의 원곡을 전부 감상한 후, 나는 새로운 감상을 가질 수 있었다. 각 작품이 가진 각기 다른 접근법과 해석이 있었고, 서로 비교하고 또 섞어가며 이해하는 일이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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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이 아니어도 괜찮아>는 음악적인 지식보다는 음악가의 삶과 에피소드를 더욱 많이 담고 있다. 내가 숱하게 고민하던 클래식 음악이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음악적 기술보다는 음악가의 삶을 이해하면 알 수 있는 부분들이 더욱 많았다. 음악가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어떤 목적으로 곡을 작곡했는지 아는 것이, 그 어떤 것보다 음악을 이해하는 데 훨씬 도움이 되었다.
 
실제로, 뮤지컬을 좋아하는 나는, 음악가의 생을 담은 뮤지컬을 다수 보았는데, 보고 온 후 그 음악가와 친해졌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그리고 그의 음악을 들을 때 그 음악을 이해하고, 더욱 편하게 듣게 된다. '라흐마니노프'. '모차르트', 그리고 '베토벤'까지, 전부 뮤지컬 속에서 생을 이해한 후로 음악을 들을 때 친근감을 느끼고 즐기며 음악을 듣는 작곡가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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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큼 음악가의 생을 아는 것이 클래식 음악과의 사이를 좁혀주는 데 큰 역할을 하는데, <베토벤이 아니어도 괜찮아>를 통해 나는 수많은 음악가들과 친구가 될 수 있었다. QR코드를 통해 음악을 들으며, 그 음악과 관련된 음악가의 에피소드를 읽으니, 음악가가 어떤 마음으로 그 곡을 썼을지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었고, 곡에 공감하게 됐다.
 
음악에 공감하는 데 많은 지식이 필요하다고 느꼈던 전과 달리, 조금 더 편하게 음악가의 생을 이해하며 들으면, 나도 모르게 공감하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알지 못하는 음악을 듣고 눈물을 흘렸던 이유도 바로 이 "공감"에 있던 것 같다. 음악 안에 담긴 이야기에 감정적으로 공감한 것이지, 어떠한 테크닉이 나를 울린 것은 아니었다.
 
<베토벤이 아니어도 괜찮아>를 읽은 후 나는 음악과 급속도로 친해졌다. 물론, 아직 아는 곡도 음악가도 많지 않지만, 적어도 조금 더 클래식 음악에 가까워졌고, 음악을 듣고 감상을 말하는 데 겁이 없어졌다. 진입장벽이 높다는 편견에 쌓여 멀리했던 날들이 조금 후회가 된다. 사실 전부 음악가들의 삶의 이야기이고, 그들의 드라마였다. 단지 그 언어가 음악의 언어였을 뿐이다. 언어를 알면 좋겠지만, 실은 그 속에 담긴 생을 이해하는 것이 음악을 공감하는 포인트임을 깨달았다.
 
마음에 와닿은 음악의 QR코드에 포스트잇을 붙여두었다. 자주 들춰볼 것 같은 책이다. 오늘 밤은 195쪽 슈만의 '바이올린 협주곡'과 함께 하루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매일 조금씩 클래식 음악과 더욱더 친해지길 바라며.
 


 
 

베토벤이 아니어도 괜찮아

- 음악의 여신 뮤즈가 내게 온 순간들 -



지은이 : 최정동


출판사 : 한길사


분야

예술/대중문화 > 음악


규격

148*210mm 반양장


쪽 수 : 352쪽


발행일

2020년 05월 29일


정가 : 19,000원


ISBN

978-89-356-6339-2 (036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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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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