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Modern Loneliness [음악]

누군가와 소통할 방법은 수 백 가지가 넘는데 왜 우리는 외로운 걸까
글 입력 2020.07.26 0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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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uv - Modern Loneliness를 들으면서 글을 읽어보시면 어떨까요?

 

 

"Modern loneliness

요즘 외로움 

We're never alone, but always depressed, yeah 

우린 결코 혼자가 아닌데 왜 난 항상 우울하지

Love my friends to death 

내 친구들을 죽도록 사랑해도

But I never call and I never text 'em 

절대 전화도 문자도 하지 않아  

Yeah, you get what you give and you give what you get, so 

주는 대로 받고 받는 대로 주기만 하니까, 그래서 

Modern loneliness 

현대사회의 외로움이란 

We love to get high, but we don't know how to come down

우리는 높은 곳으로 향하는 걸 좋아하지만 내려오는 법은 잘 모르는 거지"

 

_ lauv - Modern loneliness

 

 

요즘 사람들의 하루는 핸드폰을 켜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무의식적으로 내린 상단 바엔 sns 알림과 광고 문자가 수십 개씩 밀려있다. 잘 들여다보면 10분의 1도 나와 상관없는 것들이지만 마치 대단한 연관성을 가진 것 마냥 폭력적으로 나의 눈길과 클릭을 요구한다. 전체 지우기를 대충 한 후 한숨을 쉬는 건 왜일까.

 

이렇게 많은 것들이 나와 엮이려 매일 애를 써주는데 우린 왜 외로운 걸까?

  

 

MV-1 Lauv - Modern Loneliness

[Official Visualizer]

 

 

외로울 땐 카카오톡에서 '친구'라고 불리는 이들 중에 하나를 골라 연락하면 된다. 인스타그램에 들어가 일상을 담은 스토리 하나 올려주고 공감 메시지를 받으면 된다. 넘쳐나는 소통 방법들을 이미 손에 쥐고 있다는 사실을 알기에 우리는 더 외롭다.

 

Modern Loneliness 뮤직비디오들 중 하나인 위 영상에서  Lauv는 노란 꽃이 핀 잔디에 혼자 누워 노래를 부른다. 중반부터 그의 주변에 유사하게 누워서 있는 여러 명의 사람들이 등장하는데, 모두 외롭고 지루해 보인다. 같은 행성, 같은 잔디에 누워있지만 다들 혼자인 것 같다.

 

 

스크린샷 2020-07-25 오전 1.14.10.png스크린샷 2020-07-25 오전 1.13.28.png
Lauv - Modern Loneliness [Official Visualizer]

 

 

n 년 뒤 역사 시간에 보여줄 현대인의 모습이라고 한다면 아마 선과 연결된 인간일 것이다. 우리의 기술은 아직 충전이 필요하기에 내가 앉고 싶은 자리, 내가 눕고 싶은 자세를 모두 전기 코드선에 맞춰야 한다. 사람보다 선과 연결되어 있는 순간이 더 늘어난 것일까? 아니면 선이 곧 사람을 의미하는 것일까.

 

현대에 들어 사회적 자아인 페르소나와 별개로 인스타 속 자아가 새롭게 탄생했다고 생각한다. 'SNS 자아'와 내적 인격과의 괴리는 페르소나와의 것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지금 이 순간 발을 땅에 붙이고 있는 나에 대해 망각하기 쉽다.

 

시도 때도 없이 내 이름을  부르는 빅데이터 광고들은 나를 잘 안다는 듯 관심거리를 내 눈앞에 던져주곤 하지만, 정작 자신은 잘 모르겠다. 표상적인 자아로서 존재하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진짜 나를 마주하는 것이 두려워진다.

 

 

MV-2 Lauv - Modern Loneliness

[Official Video]

 

 

우리는 쏟아지는 수백 개의 알림을 모두 사랑할 수 없기에 그것을 걸러내는 데만 하루를 소비한다. 그 과정에서 버려지지 않기 위해 표현은 점차 과해지고 의미는 가벼워진다.

 

쉬운 예로, 요즘 '진짜'를 의미하는 '개'라는 표현을 떠올려보자. 무언가 맛있을 때 그냥 "맛있다"라는 표현은 너무 안 맛있어 보인다. 스마트폰 세상에선 “ㄹㅇ 개존맛” 정도로 말해줘야 맛있다는 의미를 전달할 수 있다. 여기서 동사를 강조하기 위한 부사가 'ㄹㅇ, 개, 존', 이렇게 3개나 사용되었다.

 

부사는 점점 늘어나고 있는데 근본적인 의미가 담긴 동사를 변화할 생각은 아무도 하지 않는다. 가벼워진 언어를 보완하기 위해 똑같이 가벼운 것들을 덧대기만 한다면 크기는 커질지 몰라도 그 이상의 깊이를 담을 수 없게 된다.

 

사람 간에 관계 또한 마찬가지다. 지나치게 많아진 관계들 하나하나에 의미를 발견하려 할수록 공허함은 점차 증가한다. 위 뮤직비디오에서 Lauv는 소셜네트워크 속 사람들과 소통하느라 끊임없이 핸드폰을 만지지만 정작 부모님의 연락은 회피한다. 모르는 사람에게 건네는 인사와 농담은 쉬운데 부모님과의 소통은 어려워 보인다.

 

주는 대로 받고 받는 대로 주는 표현방식에 이미 익숙해진 사람들은 손에 닿는 관계가 불편하고 진지한 대화가 부담스럽다. '진심'이 어색하고 민망한 것으로 간주되기 시작할 때, 우리는 필연적으로 외로워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시공간을 넘어 연결되기 위해 개발된 기술들 덕분에 우리는 더 멀리, 더 많은 이들과 닿을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그만큼 눈앞에 펼쳐진 행복을 마주하기가 힘들어졌다. "We love to get high, but we don't know how to come down." 이 가사처럼 우리는 높은 곳으로 향하는 걸 좋아하지만 내려오는 법은 모르는 거지. 이제 내려놓는 법을 생각해야 할 때이다. 함께할 때 외롭지 않기 위해서, 사랑하는 이들과 나에게 집중하기 위해서.

 

 

lauv-2020-2-710x450.jpg
Lauv performs "Modern Loneliness" for the Tonight Show

 

 

[정다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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