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15년이 빚은 환상의 선율로 초대합니다 - 트리오 콘 스피리토 창단 15주년 기념음악회

15년간 하나의 화음으로 화합한 앙상블의 이야기
글 입력 2023.11.11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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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를 지속하는 것은 멋진 일이다. 동시에 어려운 일이다. 긴 시간 동안 무언가를 몰입하고, 그 기반에서 실력을 갈고닦은 사람은 전문성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어떤 행동을 오래 한다는 것 이상으로, 끊임없이 마주하는 역경과 고난을 매번 뛰어넘어야 ‘제대로 오래 지속한다’는 수식어가 붙을 수 있다.


요즘에는 온 세상이 마치 취미 어트랙션이 펼쳐진 놀이공원같다. 배우고 싶은 것은 무엇이든 배울 수 있는 열린 시대, 각양각색의 취미를 하는 것이 쿨한 일로 여겨지는 시대지 않나. 하지만 무언가를 N년 이상,  나아가 10년 이상 지속한 진짜 전문가를 빈번히 만나기는 쉽지 않은 시대기도 하다.


하지만 지난주 금요일, 가을 낙엽이 짙은 밤에 일렁이는 날은 달랐다. 무려 15년간 멤버 교체 없이 꾸준히 화음을 이루어 온 앙상블 트리오 콘 스피리토(Trio con Spirito)를 만났다. 강산이 변하고도 탈바꿈하는 그 시기 동안, 이들은 과연 어떤 호흡을 다져왔을까. 연주를 듣는 내내 순간마다 전율을 느끼며 생각했다.

 

 

 

트리오 콘 스피리토, 그리고 15년의 호흡



트리오 콘 스피리토는 2008년 베를린에서 실내악의 거장 에버하르트 펠츠 교수의 지도 아래 결성되었다. 그리고 올해 2023년은 콘 스피리토의 창단 15주년을 맞이하는 해다. 피아노의 진영선, 바이올린의 정진희, 첼로의 정광준 세 사람이 모여 환상의 호흡을 맞춰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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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온 시간의 발자취를 정성스레 보듬지 않는다면, 15주년의 무게를 온전히 느끼긴 어렵다. 2008년에는 대체 어떤 날들이 있었나, 돌아보면 지금과 사뭇 다른 세상임을 깨닫는다. ‘아이폰, 맥북, 에어팟, 유튜브가 세상을 정복하지 않았던 시대’라는 사실만 떠올려도 그렇다. 어쩌면 지난 15년 동안, 우리는 인류 탄생 이후 가장 빠른 속도로 세상의 변화를 실감했을지 모른다.


다시 콘 스피리토로 돌아가, 그들에게 15년이란 어떤 의미였는지 상상해 본다. 그들은 2010년 독일 슈투트가르트 음악대학 최초로 실내악 최고 연주자과정에 입학하여 Florian Wiek, Vogler Quartet을 사사하며 최우수 성적으로 졸업했다. 한국 국적의 앙상블 단체가 독일에서 받은 첫 번째 최고과정 학위라는 점에서, 트리오 콘 스피리토는 남다른 역사로 발걸음을 시작한 것이다.


찬란한 시작은 세월의 탄력을 이어나갔다.  2009년 스페인 바르셀로나 Maria Canals 국제 음악 콩쿨에서 준결승에 진출, Diplom을 획득하였고 네덜란드 Charles Hennen 국제실내악 콩쿨에서 Baerenleiter 특별상과 함께 1위 없는 2위로 우승을 거머쥐었다. 이 외에도 그리스의 Thessaloniki 국제 실내악 콩쿨에서는 우승 및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하며 탄탄한 경력을 쌓았다.


트리오 콘 스피리토가 한국에서 본격적으로 관객과의 만남을 연 것은 2014년 ‘트리오 콘스피리토 귀국 리사이틀’이다. 이후 2018년에는 10주년을 맞이해 독일, 일본, 중국에서 전 세계 관객에게 명성을 알렸으며 마침내 2023년에는 예술의전당 IBK 챔버홀에서 15주년 콘서트를 개최한 것이다.

 

 

 

모차르트와 슈만, 모리스 라벨의 세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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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15주년 콘서트의 프로그램은 3개의 곡으로 진행했다. 순서대로 모차르트, 슈만, 모리스 라벨의 작품이다. 모차르트의 ‘Piano Trio No. 6 in G Major, K. 564’, 슈만의 Piano Quartet in E flat Major, Op. 47 (Guest Viola 최은식)’, 모리스 라벨의 ‘Piano Trio in a minor, M. 67’로 콘 스피리토의 향연을 체감할 수 있었다.


먼저, 첫 번째 순서로 연주한 모차르트의 ‘Piano Trio No. 6 in G Major, K. 564’은 끊임없는 음악적인 창조성이 두드러졌다. 이 곡은 1788년 10월에 모차르트가 작곡한 것으로, 그의 마지막 피아노 3중주 작품이다. 느린 악장이 6개의 변주, 그리고 주제로 이루어지면서 생동감 넘치는 선율이 이어졌다.


취미로 피아노 학원에 다니며 최근 모차르트 소나타를 연습하고 있는데, 놀라운 사실은 모차르트의 피아노 3중주가 오랫동안 피아노 소나타로 여겨졌다는 것이다. 즉 피아노만의 오리지널 초고로 인해 다소 오해가 쌓인 듯하다.

 

요즘 연주하고 있는 모차르트 소나타는 악보만 보았을 때 굉장히 깔끔한 구성인데, 실상 그의 음악은 매우 섬세하고 세심하게 다루지 않으면 본래 분위기를 표현하기가 어렵다는 걸 느낀다. 그만큼 세 연주자가 보여준 무대에서의 화합이 빛나도록 돋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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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로 연주한 슈만의 'Piano Quartet in E flat Major, Op. 47 (Guest Viola 최은식)’은 비올라와 함께하여 더 아름다운 협업을 자랑했다.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분위기로, 현재는 가장 사랑받는 피아노 4중주 레퍼토리라고 한다.


이 작품은 실내악의 해라고 불리는 1842년에 작곡되었으며, 슈만은 그 당시 3개의 현악 4중주와 피아노 5중주, 피아노 4중주를 작곡했다. 실내악은 매우 높은 구성력을 요구하고, 상당한 연주 기교가 필요한 음악으로 불린다. 특히 해당 곡은 첼로가 중심적인 역할을 담당하는데, 그 이유는 슈만이 존경한 아마추어 첼리스트 마듀 빌홀스키 백작에게 헌정되었기 때문이다.


이번 곡을 통해 피아노와 바이올린, 첼로 그리고 비올라의 선율을 주의 깊게 들을 수 있었다. 두 개 이상의 독립적인 선율을 조화롭게 배치하는 작곡 기술, 대위법의 감각을 서서히 익혀가는 시간이랄까. 환상적이고도 가벼운 느낌과, 섬세한 동경, 우아함과 경쾌함을 연이어 뇌리에 스치듯 입력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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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순서로 연주한 모리스 라벨의 ‘Piano Trio in a minor, M. 67’은 격한 감정을 느끼는 데 최고조로 몰입했던 곡이다. 이번 곡은 프랑스를 대표하는 인상주의 작곡가인 모리스 라벨의 유일한 피아노 3중주 작품이다. 그는 1차 세계대전의 발발로 인해 전장에 나가기 직전에 이 곡을 완성했다고 한다. 1914년에 작곡되어 파리 음악원의 스승 ‘앙드레 게달지’에게 헌정하였고, 이듬해 1월 파리에서 초연되었다.


이번 프로그램의 가장 마지막에 연주한 이 곡은 4악장으로 구성되어 체감상 가장 까다롭고 어려운 곡이었다. 정적인 부분과 폭발하면서 동요하는 부분이 군데군데 섞여 있어, 강약의 세기를 털끝으로 빼곡히 느낀 작품이다. 특히 클라이맥스로 갈수록 한 치의 오차도 없는 트리오 콘 스피리토만의 호흡과 화합, 쟁쟁한 구도가 인상적이었다. 마지막 순간까지 치달을 때 세 연주자가 마치 도로 위에 레이스 경주를 함께 달리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함께여서 더 빛나는, 트리오 콘 스피리토 



이번 연주를 통해 반가운 세렌디피티를 경험했다. 바로 바이올리니스트 정진희를 지난 6월 클래식 기타 공연에서 만났는데, 트리오 콘 스피리토 연주회에서 다시 재회하게 된 것이다. 최인 기타 리사이틀에서 특별히 무대에 올라 바이올린을 연주했던 그를, 트리오 공연에서 보게 된 느낌은 또 달랐다. 기타 리사이틀에서 보여준 모습은 보다 정적이고 차분한 분위기였다면, 이번 공연에서는 폭발할 듯한 에너지와 파동을 아낌없이 선보였다.


첼리스트 정광준은 공연 내내 흔들리지 않는 단단함과 정직함을 보여줬다. 아무리 동적인 곡이라도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초반의 자세를 유지하며 ‘정석의 연주’를 해낸 것이다. 첼로를 태어나서 단 한 번도 연주해 본 적은 없지만, 첼리스트 정광준의 연주를 보고 있자면 굉장한 근력과 체력이 요구되는 걸 알 수 있었다.


피아니스트 진영선은 섬세함과 파워풀함의 세기를 정말 드라마틱하게 표현했다. 피아노와 그의 몸이 하나가 된 듯, 모든 음 하나하나를 이끌어가고 다루는 그 모습이 아름다웠다. 피아노를 배우는 취미 연습생으로서, 과연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의 노련한 솜씨를 감상했다.


’영혼을 담은' 열정적인 음악을 떠올리면 앞으로 트리오 콘 스피리토(Trio con Spirito)가 떠오를 것 같다. 세 연주자만의 견고한 연주력과 팀 안에서 끈끈한 호흡을 자랑했던 그 순간들이 종종 생각나겠다.

 

 

[신지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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