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바로 당신의 옆에도 존재하고 있을지 모릅니다 - 악플러 수용소 [도서]

<악플러 수용소> 리뷰
글 입력 2020.07.19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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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들어온 자여, 희망은 버려라!

 

어느 날, 전국 각지에서 남녀 열한 명이 동시에 증발하는 일이 생긴다. 약에서 깨어난 듯 의식을 차린 그들이 갇힌 곳은 ‘온라인 범죄행위자 교정수용소’, 곧 악플러 수용소다. 이곳에서는 토끼 마스크를 쓴 사내의 소름 끼치는 관리가 시작되고, 도망치려 했거나 수용소 규정에 반하는 행동을 한 사람들은 여지없이 하나둘 죽음을 맞는다. 한편 살아남은 사람들은 이 주에 한 번씩 상호평가 댓글을 통해 가장 추천을 많이 받은 순서대로 조기 퇴소를 위한 게임을 시작하는데….

 

 

악플러 수용소 입체 표지.jpg

 

 

 

‘악플’이라는 그림자


 

2013년, <악플게임>이라는 웹툰이 연재된 적이 있다. 작품의 인기나 평가와는 별개로, 고등학교 1학년이었던 당시 상당히 인상적으로 감상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알고는 있었지만 피부로 느끼지는 못했던 고질적인 악플 문제를 적나라하게 그려냈다는 점이 당시로서는 꽤 충격적이었던 탓이다.

 

 

악플게임.jpg

웹툰 <악플게임> 中

 

 

그로부터 7년이 지난 2020년, 안타깝게도 상황은 여전히 그대로다. 아니, 오히려 더 심해졌다고 말하는 게 옳을지도 모르겠다. 일부 연예인들은 악질 악플러들을 고소하기 시작했고, 사람들은 그에 응원의 뜻을 전하지만 여전히 일각에서는 부와 명예, 인기를 누리는 만큼 악플 ‘따위’는 감수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비아냥거린다.

 

작년이었던 2019년, 도를 넘은 악플 문제는 마침내 수면 위로 떠올랐다. 하지만 그 계기가 아름다운 별들의 안타까운 죽음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사람들은 그들의 넋을 기리며 명복을 빌었고, 관계자들은 악플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며 여러 조치를 시행했다. 작년에 이어 올해까지 각종 포털사이트에서 연예뉴스 댓글 폐지 및 연관검색어 서비스 등을 중단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다고 달라지는 게 있을까? 교정 없는 억압은 효과가 아닌 반발만 불러일으키듯이, 무조건 댓글을 쓰지 못하도록 하는 것만이 최선은 아님이 틀림없다. 여전히 각종 커뮤니티와 SNS에서는 너무나도 쉽게 악플을 찾아볼 수 있으며, 악성 DM을 보내는 것도 마찬가지다. 인터넷과 SNS의 발달은 악플도 함께 발전시켜버린 것이다.

 

 

 

‘악플러’들은 우리의 이웃이었다


 

 

[속보] 여배우 고혜나(29)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

 

- p.29

 

 

[단독]이나 [속보]라고 떡하니 붙은 기사는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충분하다. 무료한 일상 속, 자극적인 소식은 좋은 흥밋거리나 안줏거리가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대상은 대부분 연예인이 된다. 모두가 그 사람을 ‘알지만’, 정작 실제로는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한 인기 여배우의 죽음으로 시작되는 이 소설은 2024년을 배경으로 한국에 ‘악플러 수용소’가 세워졌음을 가정으로 진행된다. 고혜나의 죽음에 직접적인 원인이 된 악플러들을 처벌하기 위한 목적으로, 고혜나의 죽음을 자살이 아닌 ‘타살’로 간주한 것이다.

 

소설 속에서도 일부 인권 단체들에게 비판받듯이 상당히 잔인하거나 비윤리적인 장면, 설정이 등장하기도 한다. 따라서 이 같은 ‘악플러 수용소’가 현실적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심지어 수감된 악플러들은 지극히 평범한,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웃들이기에 그들이 가혹한 처벌을 받는 건 아닐까, 하는 의구심마저 들기도 한다.

 

하지만 그들에 대한 동정심을 완전히 없애버리려는 듯, 각 이야기의 마지막에는 꼭 그들이 작성한 악플들이 등장한다. 악플러가 아닌, 고혜나의 입장에서 바라본 악플은 그야말로 살인도구가 따로 없다. 직접 칼로 찌르지는 않았을지언정, 영혼은 갈기갈기 찢어놓은 것이다.


 

“악플 속에서 저는 창녀가 되었다가, 불효녀가 되었다가, 돈독에 오른 년이 되었다가, 가증스러운 광대가 되었다가, 관심 없이는 하루도 못 사는 관종이 되기도 하죠.” 

- p.311

 

“사람들은 참 이상해요. 왜 별보다 별똥별을 좋아할까요? 평소에 머리 위에 별들이 저렇게 지천으로 빛나는데 거들떠도 안 봐요. 그런데 별똥별이 떨어진다 하면 그렇게들 좋아해요. 나쁘죠.”

“뭐가 나쁩니까.”

“그 별은 죽으러 가는데. 사람들은 왜 죽으러 가는 별한테 소원을 빌어요? 명복을 빌어야지.” 

- p.339-340

 

 

사람들은, 아니 우리는 타인의 성공보다는 몰락을 좋아한다. 그 타인이 나와는 다른 세계에 사는 듯한, 멋진 외모와 출중한 끼로 젊은 나이에 부를 거머쥔 연예인의 경우 더 그렇다. 잘못을 했다면 마땅히 비판을 받아야 하겠지만, 그저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 선을 넘는 악플을 하루에도 수백 개씩 받는다면 그 누가 멀쩡히 살아갈 수 있을까.

 

 

1.jpg

 

 

2019년 방영되었던 프로그램 <악플의 밤>. 악플의 심각성을 다루었지만 스타들이 자신의 악플을 직접 낭송하는 방식에 대한 비판도 잇따랐다. 출연진이었던 故설리의 비보 이후 폐지되었다.

 

*

 

악플의 범위는 점점 넓어지고 있다. 채널과 프로그램이 다양해지면서 이제 연예인을 넘어 TV에 등장하는 일반인은 물론, 하물며 어린아이에게도 악플이 달리곤 한다. 결국 많은 연예인과 소속사들이 칼을 빼들었지만 ‘선처를 바란다’는 악어의 눈물에 한 번쯤 넘어가고, 똑같은 문제가 되풀이된다.

 

소설 속 논쟁처럼, 현실에서도 여전히 악플러들에 대한 처벌부터 처벌에 대한 수위까지 논쟁은 그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정작 악플러들을 교정시키거나 예비 악플러를 막는 교육에 관한 논의는 다양하지 않다. 소설에서도 강압적인 ‘처벌’에만 초점이 맞춰진 것 같아 아쉬움이 남기도 했다.

 

최근에는 연예인도 우리와 같은 ‘사람’이라는 인식이 높아짐에 따라 악플에 대한 선처 없는 강력한 고소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이는 필히 긍정적인 변화이다. 비록 모든 악플러들을 고소할 수는 없고, 고소와 처벌만이 능사인 것도 아니다. 다만 처벌이라는 일차원적인 해결방식으로 진입했으니, 이제 그 다음 단계로 나아가야 할 뿐이다. 지속적인 변화를 위해서.

 

 


 

 

악플러 수용소

 

저자 : 고호

 

쪽수 : 372쪽

 

정가 : 14,000원

 

판형 : 152×225㎜/1도/무선

 

분야 : 소설>한국소설>장편소설

 

발행일 : 2020년 7월 7일

 

ISBN 979-11-967573-5-9 (03810)

 

 

악플러수용소_상세페이지_750_최종.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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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혜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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