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안도 다다오 : 사무라이 건축가 [영화]

안도 다다오의 건축 철학을 품은 다큐멘터리
글 입력 2024.01.03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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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떠한 분야의 정점에 도달한 사람들의 삶은 누군가에게 존경과 귀감의 대상이 되며 다큐멘터리의 형태로 제작이 된다. 성공한 사람들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에서 그들의 순수한 열정과 목표를 이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보는 것만으로 강렬한 동기부여가 되고 건강한 도파민이 분비된다. 대체로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기에 그들의 철학과 가치관을 살펴보며 나의 가치관과 철학을 돌아보고 견고히 만들어 갈 수 있다.


무기력하거나 동기부여가 필요할 때 찾아보는 다큐멘터리 리스트가 있다. 일전에 아트인사이트에 오피니언을 작성한 영화 <디올 앤 아이>와 전설적인 브릿팝 밴드 오아시스(Oasis)를 주제로 다룬 다큐멘터리 <슈퍼소닉>, 전설적인 산업 디자이너 <디터 람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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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앞서 소개한 동기부여와 삶의 의지를 불태우게 만드는 다큐멘터리 리스트에 추가할 다큐멘터리를 시청했다. 바로 2019년에 개봉한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Ando Tadao) 다큐멘터리이다. 이번 오피니언의 주제이기도 하다.

 

 

 

빛과 콘크리트의 예술가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전시관인 원주에 위치한 '뮤지엄 산'은 개관 10주년을 기념해 작년 12월 3일까지 안도 다다오의 대규모 개인전을 열었다. 국내에서 진행된 대규모 개인전의 영향인지 모르겠지만 우연히 인스타그램을 통해 안도 다다오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알게 되어 보게 되었다.


평소에 안도 다다오의 인터뷰를 다룬 기사들을 접하면서 기사 속 사진의 그는 과묵하고 시크한 성격으로 보였다. 하지만 다큐멘터리를 보고 완전히 잘못된 편견을 가졌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는 유쾌하고 호탕했으며 확고한 자기 확신으로 가득 차 있는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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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는 숫자에 불가하다는 표현은 안도 다다오를 위한 표현이라 생각이 들 정도로 적지 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거침없이 창의성을 펼쳐 나가는 거장이다. 직접 대면하지 않았지만 노트북을 통해 본 그의 눈빛은 정열적이었다. 인도 다다오는 배울 점이 참 많은 사람이다. 건축가로도 그렇고, 인간 자체로도 말이다.


‘빛과 콘크리트의 예술가’인 안도 다다오의 건축 미학은 단순, 절제, 조화의 키워드로 설명된다. 인간과 자연, 빛과 그림자, 절제 및 사유의 공간이 응축된 건축물을 설계한다. 그리고 이를 하나로 모으는 ‘빛’이라는 키워드가 있다. 그의 작품에는 항상 빛, 바람, 나무와 물이 공존한다.


그의 대표적인 건축물로 <물의 교회>, <빛의 교회>, <물의 절>, 나오시마 섬의 <지추 미술관> 등이 있다. 대한민국에도 7곳에 그의 건축물들이 세워졌고 그의 최근 작품은 서울 마곡동에 세워진 LG아트센터이다.

 

 

 

창조적 근육을 단련해야 해요.


 

“우선 창조적 근육을 단련해야 해요, 영화 보고, 음악회 가고, 미술관 가고, 남이 건축한 걸 보고 그 이상을 만들겠다는. 그걸 초월하겠다는 용기를 가져야지”


다큐멘터리 시작부터 가슴을 울리는 명언을 선사해 준다. 전직 복싱선수답게 체력을 단련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창조적 근육 또한 마찬가지로 단련해야 한다는 굵직한 메시지를 던졌다. 그의 건축물들을 보면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원초적인 궁금증이 떠오른다. 그리고 이와 같은 아이디어는 끊임없이 창조적인 근육을 단련했기 때문인 것을 알 수 있다. 


총명한 눈빛과 민첩하고 예리한 아이디어들을 쏟아내는 넘치는 에너지의 근간에는 끊임없이 단련한 창조적 근육 때문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빛의 교회>


<빛의 교회>는 안도 다다오의 건축 철학을 상징하는 건축물 중 하나이다. <빛의 교회>를 건축하는 과정을 상세히 담은 내용들을 보면서 ‘빛’에 관한 확고한 건축 철학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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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교회>에 대한 본격적인 설명을 하기 전 안도 다다오는 르 꼬르뷔지에(Le Corbusier)의 <롱샹 성당>을 방문했을 때의 감격에 대해 말한다.

 

“내부로 들어서면 빛이 덮치는 게 매우 폭력적이고 격렬해서 빛으로 홍수가 난 듯한 건물인데요. 르 코르뷔지에가 빛을 추구하기만 해도 건축이 가능하다고 가르쳐 주는 듯했습니다.”


<롱샹 성당>에서의 압도적인 경험은 빛에 관한 건축 철학을 정립하는데 지대한 영향을 미쳤고 이는 <빛의 교회>에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다.


안도는 십자가를 형상화한 벽면으로 빛이 들어오는 매우 아름답고 정적인 장면을 표현하고 싶었고 오직 빛만이 존재하기를 바랐다. 이를 위해 빛의 교회 십자가에 유리를 설치하지 않는다는 다소 효율적이지 못하고 극단적인 의견을 제시할 정도였다.


결과적으로 교회 측의 의견으로 인해 유리를 설치했지만 건축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것이라며 언젠가는 저 유리를 꼭 빼 버릴 것이라는 말을 할 정도로 건축에 관한 진심은 대단했다. <빛의 교회>와 관한 내용들을 통해 그가 왜 빛과 콘크리트의 예술가롤 불리는지 다시금 알게 되었다.

 

 

<푼타 델라 도가나 미술관>


다큐멘터리에 다양한 건축물들이 등장하지만 특히 인상적이었던 건축물들은 바로 옛 건물을 부수지 않고 현대적인 감각과 기법을 적용하여 재탄생한 건축물들이었다. 안도 다다오는 옛것과 새것이 공존할 때의 재미와 매력을 끌어내고자 노력했으며 오래된 다양한 건축물들을 현대적으로 재탄생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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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의 건축물 중 옛것과 새것의 환상적인 공존을 보여준 재생 건축의 대표적인 사례가 있다. 바로 이탈리아 베네치아에 위치한 <푼타 델라 도가니 미술관>이다. 안도 다다오는 1677년에 설립된 세관 건물의 원형을 보존하고 내부는 전시가 가능하도록 콘크리트 벽을 집어넣는 방식을 적용해 현대미술관으로 탈바꿈시켰다.


안도 다다오는 옛 건물의 외형을 유지한 채 내부를 새롭게 만드는 것은 몇 배는 어려운 작업이라고 말한다. 나라별 건축양식의 차이와 기술적인 문제, 재료 수급 문제 등 예상치 못한 다양한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푼타 델라 도가나 미술관>은 수상 건물이었기에 안도의 상징적인 자재인 콘크리트를 사용하기가 매우 까다로웠다고 한다. 콘크리트 재료를 외부에서 만들고 배로 운반해 건물 내부에 세운 거푸집에 넣어서 작업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매우 특수한 조건을 모두 유지한 상태로 콘크리트 재료를 운송해 거푸집에 넣었다고 한다.


건물 내부에 거푸집을 설치하고 콘크리트 재료를 넣는 장면만 봐도 고된 작업일 것으로 유추할 수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해당 건축물이 놀라운 점은 기존 건물의 훼손을 최소화했다는 점이다. 계단의 난간도 벽에 박은 것이 아니라 벽돌 사이 틈에 끼웠고 계단을 지탱하는 벽은 콘크리트로 새로 만들어 기존의 벽돌들에 미치는 훼손을 최소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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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적으로 이탈리아와 일본의 건축양식이 혼합된 현대적인 건축물이 탄생을 했다. 옛 건물에 원래 있던 벽돌 기둥과 원목으로 된 천장, 새롭게 증축된 콘크리트 벽과의 조화는 감탄을 부른다. 어떠한 건축물을 보기 위해 여행을 가고 싶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들게 만든 건축물이다. 실제로 꼭 보고 싶다.


옛 것과 새것이 공존할 때, 각각의 시대적 특성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면서 관람객들에게 새로운 형태의 감동을 전달한다. 각 시대의 특유한 미학이 혼합되어 독특하고 시간을 초월하는 경험을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푼타 델라 도가나 미술관>은 이러한 경험을 선사하는 걸작이다.

 

 

<나오시마 섬>

 

안도 다다오의 건축 철학 끝판왕을 볼 수 있는 프로젝트가 있다. 바로 자연과 예술을 융합하여 창조한 대규모 예술 프로젝트 중 하나인 나오시마 섬을 예술의 섬으로 재건하는 프로젝트이다. 섬의 지형, 자연환경, 그리고 건축물이 공존하며 관람객들이 건축물과 자연 간의 상호작용을 체험할 수 있는 경이로운 프로젝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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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프로젝트는 안도 다다오의 건축 철학과 나오시마 섬을 문화와 현대미술의 섬으로 만들고자 한 후쿠타케 소이치로의 의지가 빚어낸 걸작이다. 안도 다다오조차 후쿠타케 소이치로의 계획을 거창하다며 거절을 하고 우려를 표했지만 그의 확신과 의지는 결국 안도 다다오를 설득했고 나오시마섬을 자연을 보존하면서 문화와 예술의 섬으로 탈바꿈시켰다. 어떻게 보면 옛 것과 새것의 조화를 넘어 자연과 건축물 간의 조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안도 다다오는 직원들과 함께 묘목을 심으면서 나오시마 섬을 재건해 갔고 건물을 최대한 땅속에 넣어 경관을 해치지 않으면서 조화를 이루는, 외형보다는 내부에서의 체험을 중요시한 그의 건축 철학을 집대성한 건축물들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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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오시마 섬의 <지추 미술관>과 같은 경우에는 건물의 내부이지만 외부의 정원과 이어진 공간이 존재한다. 완벽하게 차단된 실내가 아닌 공간과 공간 사이에서 자연과 호흡을 할 수 있는 건축물이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바로 모네의 방이었다. 그는 빛의 마술사인 모네의 작품들을 관람객들이 더욱 극적으로 체험하기 위한 공간을 조성하기 위해 자연광만으로 방을 가득 채웠다. 안도 다다오의 빛에 대한 열정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으며 꼭 한 번 방문해보고 싶은 장소이다.


지금까지 현대 사회는 기존의 것을 부수고 새로운 것을 만들기 위해 짓고 허무는 과정을 반복해 왔다. 이러한 건축 풍토에서 안도 다다오가 추구하는 건축 철학은 인간, 건축물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는 방법에 대한 정답을 제시해주고 있다.

 

 

 

건축은 사계절을 표현하는 데서 나온다.


 

그는 전직 복서였고 단 한 번도 건축 관련 엘리트 교육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그는 말한다. 건축가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식이나 기술이 아닌, 정신적 건전함과 꿈을 지속할 수 있는 힘이라고.

 

“건축은 터를 읽는 일입니다. 인생도 앞날도 예측해야지요.”


다큐멘터리에는 앞서 소개한 건축물들 이외에도 오사카 시민들의 모금을 통해 조성되니 아름다운 벚꽃길과 성공률이 70%라고 말할 정도로 과감하고 실험적인 건축 설계를 보여준 <상하이 폴리 대극장> 등 다양한 굵직한 프로젝트들도 많이 소개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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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실현되지 못한 아이디어들을 설명하면서 승부욕을 불태우는 모습 또한 볼 수 있다. 항상 겸손함을 유지하면서 뚜렷한 자기 확신으로 가득 차있는, 그러면서 항상 유머를 잃지 않으면서 말이다.


안도 다다오가 자주 사용하는 표현들이 있다. “생각을 했다”와 “거절당했다”이다. 그는 항상 기발한 아이디어들을 ‘생각해 냈고’ 숱하게 ‘거절을 당해왔다’. 하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다. 좌절하지 않고 승부욕으로 승화시켜 대체불가한 건축계의 거장이 되었다.


안도 다다오는 두 차례 암 선고를 받고 십이지장 등 5개의 장기를 제거하는 대수술을 받았지만, 멋지게 극복해 내며 지금까지도 멈추지 않는 창의력을 폭발시키고 있다. 노출 콘크리트의 거장 안도 다다오, 지독한 집념과 확고한 철학, 다큐멘터리를 보며 안도 다다오와 건축기행을 떠나보면 왜 원제가 ‘Samurai Architect(사무라이 건축가)인지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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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세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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