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피스] 우리의 트라우마를 위로해주는 작가 모로의 세계

조심스럽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작가 모로의 세계를 들여다봅니다.
글 입력 2024.05.21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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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는 볼 수 없었던 세상을,

그들의 시선과 역사를 빌려 완성합니다.

그렇게 그들의 마스터피스를 이해합니다.

 

 

  

모로 작가와 그가 걸어온 길을 소개합니다.



- 안녕하세요 작가님!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인스타그램에서 <위리 이야기>를 연재하고 있는 모로입니다.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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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릴 적부터 그림 그리는 것을 굉장히 즐기셨던 것으로 알고 있어요.

 

아주 어릴 적부터 동화책에 있는 글을 안 읽고 그림들을 따라 그렸어요. 책에 그림이 들어가 있다는 것이 너무 신기한 거예요. 그래서 그렇게 어릴 적부터 그림을 따라 그렸죠.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때에는 공부가 하기 싫을 때 시험지나 교과서 여백에 그림을 그리며 그림의 꿈을 키웠어요. ‘이게 내 일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이걸 일로 하면서 살면 얼마나 좋을까’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고 살았죠.

 

 

- 그렇게 시작한 이후 2017년도에 보건복지부에서 <부라보마이라이푸>를 그리며 그림의 길을 시작하시고 지금까지 그림을 그리신 것으로 알고 있어요. 불닭볶음면의 <호치와 친구들> 캐릭터도 작가님의 작품이라는 사실을 알고 굉장히 놀랐습니다, 하하.

 

<부라보마이라이푸>는 사실 공모전을 위해 그린 그림이에요. 하하. 공모전에서 수상하기 위해서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소재들 찾다가 헌혈에 대해 재미있게 이야기를 풀어보고 싶었죠. 그렇게 헌혈에 대한 이야기를 중점적으로 고민하다가 이야기의 주제가 여자로 가게 되었어요. 여자들이 사는 삶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고 싶어서 그렸고, 수상까지 하게 되었네요.


<호치와 친구들> 캐릭터 디자인을 그릴 당시, 저는 소속사가 있었어요. 그 소속사 대표님께서 삼양 대표님을 만나게 되었죠. 주선자 분께서 만화 회사와 삼양 대표님을 서로 소개해 주신 거죠. 그렇게 되며 라면에 만화 같은 거 들어가면 재미있겠다는 의례적인 이야기를 주고받게 되었는데, 이후 소속사 사장님께서 이것을 제대로 진행시키고 싶다고 말씀하셨죠. 그래서 진행하게 되었는데, 삼양 쪽에서 굉장히 반겨줬어요. 그렇게 우연히 불닭볶음면의 캐릭터가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 이렇게 오래 다양한 그림을 그려오신 작가님께서 단 하나, 소개해 주고 싶으신 작품이 있다면?


저는 <히리위리>를 소개해 드리고 싶어요. 카카오 페이지에서 동영상툰으로 연재했던 작품이으로, 2030대의 삶을 겨냥해서 그렸죠. <히리위리>는 제가 굉장히 애정 하는 작품이에요. 제가 사는 게 귀찮고, 짜증 나고, 억을 할 때 낙서를 많이 했어요. 그 그림들을 페이스북에 올리면서 많은 분들께서 좋아해 주시고, 그로 인해 제대로 만화로 그리게 되어 영상으로 올리게 된 작품입니다.

 

이 작품을 처음 그렸을 때, 세상 사는 것이 억울하고, 열받는 등의 우리 일상에서 쉽게 접하는 이야기들을 만화로 풀어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히리라는 캐릭터를 통해 삶에서 굉장히 가까운, 충분히 겪을 수 있는 억울한 일들을 풀어냈죠.

 

히리위리1.png



<히리위리>의 주인공 히리는 소심하고 찌질한 '어른이' 입니다. 욕도 잘 하고 철도 없는데다 감정엔 쓸데없이 솔직해서 맨날 울고 화내고 까먹는 그런 '어른이'죠. 하지만 그게 그냥 자기라고, 그게 뭐 어떻냐고 이야기하는 당당한 캐릭터입니다.

 

우리들 마음속에 있는 솔직함을 모티브 삼아 만든 히리라는 캐릭터가 마음의 짐을 홀라당 집어던지고, 살고 싶은 대로 사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 바로 <히리위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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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만화가 보기 조금 불편할 수도 있어요. 스크롤로 내려서 보는 만화가 아니라 영상으로 봐야 하는 작품이거든요. 그런데도 좋아해 주시는 분들께서 꽤 계셨죠.

 

이 작품은 72화 정도에서 마무리 지었는데, 이후 <위리 이야기>를 그리는 데에 굉장히 많은 힘을 줬어요. 만화를 그린다는 것은 의욕도 물론 있어야 하고, 참을성과 끈기를 갖고 만화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니까요. 이러한 점에서 <위리 이야기>를 연재를 하는 데에 <히리위리>가 자양분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현실을 마주하는 우리의 이야기, <위리 이야기>



- 현재 연재 중인 위리 이야기를 간단하게 소개해 주시겠어요?


<위리 이야기>는 위리라는 친구가 엄마와 분리되어 큰 집에 얹혀살면서 아픔이 많고, 부조리한 것도 많이 겪으며 그것을 타파하고 주위 사람들과 함께 성장하는 이야기입니다. 

 

위리 소개 이미지1.png위리 소개 이미지2.png

 

- 인스타툰을 그리게 된 계기는 뭘까요?


처음에는 제가 인스타툰을 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시작한 것이 아니었어요. 위리 이야기는 처음에는 저의 이야기였습니다. 엄마랑 분리되는 이야기가 첫 시작이었죠.

 

제가 우울증을 크게 앓았었는데, 사람이 우울증을 겪으면 자신의 탓을 하게 되어요. 저도 마찬가지였죠. 그래서 저는 ‘나는 왜 내 탓을 할까’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되었어요. 그 고민들이 과거로 계속 거슬러 올라가니 저의 성장 배경, 성장 환경에서 많은 영향을 받아 지금의 내 모습이 되었구나, 지금의 나의 성격과 성향이 만들어졌구나를 알게 되었어요. 

 

그렇게 계속 저 스스로에 대한 고민을 하며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다 보니 어릴 적의 이야기까지 거슬러 올라가게 되었죠. 어릴 적 엄마와 분리되고, 어쩔 수 없이 주변 환경에 의해 눈치를 보고 살게 된 저의 과거요. 당시 제가 함께 살았던 분들은 저의 부모님이 아니니까요. 그곳에서부터 시작하며 제 일기를 만화로 그리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사실 제가 꾸준히를 잘 못해요. 노트도 한두 장 쓰면 안 쓰게 되고, 문제집도 끝까지 안 푸는 스타일이죠. 하하. 그래서 누군가 봐주지 않으면 제가 이 일기를 계속 쓸만한 목적의식이 없을 것 같더라고요. 단 한 명이라도 좋으니 누군가가 내 이야기를 보고 다음 화를 바란다면 그 사람을 위해 그림을 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다짜고짜 한 두 편 그리고 인스타그램에 올렸어요. 봐주는 사람이 있더라고요. 그분들을 위해 3편을 올리고, 그렇게 계속해서 연재하게 되었죠.


그런데 저의 이야기에는 한계가 있잖아요. 제가 제 이야기를 기억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으니까요.  그래서 옛날 저의 캐릭터를 완전히 캐릭터화 시켜서, 어른들이 느낄 만한 어릴 때의 트라우마를 찾기 시작했어요그리고 지금도 꾸준히 일어나고 있는 사회적 문제들을 소재로 다뤄야겠다 다짐을 하게 되었죠.

 

그 과정에서 위리라는 캐릭터에게 성격을 입혀주고, 친구들을 데려다주고, 조력자를 데려다주게 되었습니다. 위리라는 캐릭터를 통해 사람들이 생각하는 어렸을 때의 트라우마나 아픔들을 이 아이들에게 경험시키고 대신 이겨내도록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죠. 그렇게 연재를 진행하다 보니 봐주시는 독자분들도 많아지고, 저도 책임감을 느끼게 되어 계속해서 이야기를 진행하게 되었네요.

 

 

- <위리 이야기>와 함께 올리는 에세이도 참 인상 깊어요. 작가님의 개인적인 생각과 경험이 담겨있는 에세이가 위리이야기와 함께 연재되는데.


제가 원래 혼자 상상하는 것을 좋아해요. 그래서 예전부터 낙서나 그림과 함께 저의 머릿속에 있는 이야기를 자유롭게 함께 적어내는 것을 좋아했죠. 인스타그램은 저의 계정이고, 제가 만족하기 위해 게시물을 올리는 곳이니까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저의 생각들을 함께 올리게 되었어요.

 

또, 예전부터 페이스북 등의 SNS에 저의 글을 올리면 ‘글을 잘 쓴다’, ‘공감된다’ 말씀해 주시는 분들께서 계셨어요. 그분들 덕분에 용기를 내어 만화가 끝날 때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짧게나마 같이 올려보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올리게 된 에세이에 칭찬을 들으니 기쁘기도 하고, 에세이를 쓰는 것이 이제는 익숙해져서 이제는 매 화 저의 생각을 짧은 글로 계속 올리게 되었네요.

 

 

- 말씀해 주셨다시피 위리이야기에는 정말 다양한 트라우마가 담겨있습니다. ‘트라우마’는 어디에서 많이 이야기를 가져오시나요?


제가 작게 겪은 이야기, 혹은 겪을 뻔한 일 등의 소재를 갖고 와서 크게 이야기를 만들어내요. 그리고 저만이 겪는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도 일어나는 이야기들을 많이 그리려고 하는 편이죠. TV 프로그램 중 <금쪽같은 내새끼> 같은 것을 보면서도 참고하는 편이에요. 그 프로그램을 보다 보면, 특이한 금쪽이도 많지만 ‘저렇게 행동할 법하다’ 싶은 금쪽이들도 있거든요. 그런 이야기 중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이야기들이 있으면 그런 소재들을 참고해서 위리의 이야기로 새롭게 만들어냅니다.

 

 

 

<위리 이야기>를 그리는 모로의 시선



- 누구나 겪은, 겪을 수 있는 마음속 트라우마를 세상 밖으로 내놓는 것이 이 만화의 주제이자 내용이라고 소개하셨는데, 이 트라우마를 세상 밖으로 내놓아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위리 이야기>에는 저의 트라우마도 들어있고 많은 사람들의 트라우마가 들어있어요. 그런데 사실 평소에 사람들이 그러한 트라우마를 가슴 속에 품고 말을 잘 하지 못하죠. 예를 들어 ‘소라의 성추행’ 에피소드가 있다면, 소라와 비슷한 아픔을 가진 분들께서는 나중에 성장하여 ‘나는 그런 과거가 있다’고 당당하게 이야기하지 못하시잖아요. 하지만 그때의 옛날 생각을 하면 정말 마음이 아프고 힘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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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그 이야기가 너 말고, 나 말고, 다른 사람들도 겪어봤을 수 있는 이야기야.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야. 창피한 것도, 부끄러운 것도 아니야. 대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이야기야.’라고 말씀 드리고 싶었어요. 괜찮다고 말씀드리며 비슷한 트라우마와 아픔을 갖고 계신 분들께서 당당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그렇기 때문에 다양한 주제, 다양한 트라우마를 다루고 싶기도 해요. 모든 사람이 아픔 없이 크지는 않으니까요.



- 그렇다면 작가님께서 그려낸 다양한 에피소드 중 가장 마음에 와닿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저는 소라의 에피소드가 가장 마음에 와닿아요.


소라가 그런 일을 겪고 나서 굉장히 큰 트라우마를 갖게 되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남자라는 사람이 굉장히 괴물 같고, 그 아픔이 빨리 가라앉지 않겠죠. 그래서 저는 이 에피소드 안에서 소라가 아픔을 이겨내기 위한 계기가 필요했어요. 그렇다면 상처받은 마음을 가라앉혀주고, 치료해 줄 수 있는 것이 아이의 시선에서는 무엇이 있을까에 대해 고민하다 보니 의미를 담은 ‘먹을 수 있는 것’이 필요하겠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사탕에 의미를 부여하며 소라가 사탕을 먹고 아픔을 이겨내도록 했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제가 스스로 고민하며 생각해낸 에피소드이기도 하고, 저뿐만 아니라 굉장히 많은 분들께서 좋아해주셨던 에피소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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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와 같이 트라우마를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작품을 그리며 조심스러운 부분도 있을 것 같아요.


저는 조심스럽지 않으려고 용기를 내는 편이에요. 웬만하면 제가 생각하는 끝까지 가려고 하는 타입이죠. 그래야 제대로 드러내는 것이고, 그래야 제대로 보이는 것이고, 그래야 마주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상처가 아프지 않기 위해 이 트라우마를 들춰보다가 마는 것은 오히려 보여주기만 못한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저는 웬만하면 조심스럽지 않으려고 많이 노력하는 편입니다.


물론 저도 그러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기 때문에 한계가 있어요. 어쩌면 조심스럽다는 것이 매 화 그림을 그리며 그렇기도 하네요. ‘이렇게까지 보여줘도 되는 걸까? 이것이 오히려 사람들에게 상처를 내면 어떡하지?’ 이와 같은 고민을 매 화 작업하며 생각을 하거든요. 굉장히 가슴 졸이고, 힘들어하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드러내야 한다는 생각을 해서 노력을 많이 해요.

 

 

- SNS 상에서 <위리 이야기>를 소개하실 때 ‘마냥 행복하고 명랑만화가 아니다’고 말씀하셨어요. 그만큼 아픔이 많은 위리 이야기를 그리며 작가님께서도 정신적으로 타격을 입을 것 같은데.


작품을 애독해 주시는 ‘위친’들한테도 항상 하는 말이에요. 저는 그림을 그릴 때는 굉장히 객관적으로 생각하는 제3자가 되어 그림을 그리기 때문에 그릴 때 타격이 없어요. 이 캐릭터를 아무리 사지로 몰아넣어도 저는 타격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하죠. 제가 여기에 감정을 넣으면 그 친구를 그렇게 끝까지 몰아세울 수가 없거든요. 제 마음이 아프기 때문에 이야기 전달이 안 돼요. 그래서 저는 그림을 그릴 때 객관적으로 차갑게 보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물론 캐릭터에 대한 감정 이입은 굉장히 심하게 하죠. 제가 에피소드의 내용을 직접 겪는 당사자가 되어, 캐릭터 하나하나에 감정이입을 해야 그 캐릭터가 살아 움직일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전체적인 스토리를 짤 때는 아무런 감정을 느끼지 않으려고 해요. 그리고 이 에피소드가 끝나고, 이 캐릭터의 이야기가 끝나면 그때 저의 감정이입을 깔끔하게 끝나고 정리되죠.


정신적 타격은 오히려 댓글을 볼 때 많이 받는 것 같네요. 물론 저의 작품에 공감해 주시는 분들도 많지만, ‘왜 위리는 이런 고초를 겪어야 하는가, 계속해서 작품을 감상하기가 힘들다’는 분들도 계시거든요. 그럴 때 마음이 많이 아파요.


그리고, 제가 굉장히 솔직한 나머지 실수하는 면들도 있어요. 제가 미처 생각하지 못하는 부분들이 있죠. 그러한 부분이 실제로는 제가 생각하는 것과 달랐을 때, 그래서 독자분들께서 그 부분에 대해 질타를 해주실 때 너무 부끄러워요. ‘왜 여기까지 생각하지 못했을까, 왜 더 깊이 생각하지 않았을까’ 생각하며 마음이 아프죠.

 

 

- 작가님의 작품은 어른의 시선을 완벽하게 배제하고 6살 아이의 시선에서 어른과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 정말 인상 깊어요. 6살 아이의 이야기를 담아내기 위해 공부하거나 노력하신 부분이 있을까요?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캐릭터에 이입을 하려고 굉장히 노력해요. ‘나는 6살이야, 나는 이런 상황을 경험하니 못했어, 그럴 때 나는 이 말을 이렇게 받아들이고, 어른들의 행동을 이런 감정으로 받아들일 것 같아, 그 이후 나는 이런 대답을 할 것 같아’ 등 제 자신이 6살이 되었다고 상상하는 거죠.


어른들이 한 말이나 행동이 어른이 된 지금은 ‘이렇기 때문일 것이다’ 추측이 가능하지만, 어릴 때에는 추측이 불가능하잖아요. 그래서 1차원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을 많이 해요. 그 덕분에 독자님께서도 아이의 시선을 잘 담아냈다는 말씀을 많이 해주시는 것 같습니다.

 

 

- 위리 이야기를 그리는 과정에서 악당의 이야기도 담아낼 때가 있어요. 작가님께서 생각하시기에 ‘악당의 서사’는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성선설을 믿어요. 모든 사람은 선한 마음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죠. 그런데 성장 과정에서 겪은 아픔을 이기지 못한 사람들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점점 악당으로 변해간다고, 다시는 그런 아픔을 경험하지 않기 위해 삐뚤어진 자기주장을 하게 되며 악당이 되어간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작품 속의 악당들은 다 불쌍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기회가 된다면 악당의 옛날이야기들을 만화로 풀어보고 싶었어요. ‘어떻게 그런 악당이 되었는지요’에 대해서요.


물론 그런다고 용서를 받을 수는 없겠죠. 자신이 자행한 일이니까요. 하지만 <위리 이야기> 작품 속 악당들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자신의 약점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아픔을 겪고 아픔에 대한 삐뚤어진 방어력을 갖게 되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악당의 서사도 다 트라우마고, 경험이고, 성장에 대한 아픔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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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 모든 것은 저의 작품 속 악당에 대한 이야기임을 강조드리고 싶습니다.

 

 

 

마무리 지으며


 

- 작가님의 작품이나 에세이를 보면 ‘어른’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쓰는데, 작가님께서 바라보는 ‘어른’이라는 대상에 대한 생각이 궁금합니다.


모든 어른들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예전부터 ‘어른은 그러면서 아이들은 왜 안될까’에 대한 의문이 많았어요.

 

어른들은 화가 나면 큰 소리를 내고, 문도 ‘쾅’ 소리가 나게 닫고, 자기 기분대로 ‘내가 맞다’고 생각하면 그 사실을 우선적으로 생각하며 사물이나 상대방을 대하잖아요. 하지만 아이들은 그래서는 안 되죠. 소리를 쳐도 안 되고, 문을 ‘쾅’ 소리 나게 닫아도 안 되니까요. 그런 의문에서 시작해서 제가 에세이 등을 쓸 때 어른들은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적어요.

 

물론 다양하고 좋은 어른들도 많고, 굉장히 존경스러운 분들도 많지만, 그래도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좋은 어른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항상 있습니다.

 

 

- 작품을 그리다 보면 독자님들의 댓글도 많이 기억에 남을 것 같은데.


<위리 이야기>를 연재하다 보면 독자님들께서 자신의 이야기를 댓글로 많이 남겨주시며 위로를 받았다는 말씀을 많이들 해주세요. 그러한 말씀들이 저에게 정말 도움이 많이 되어고, 모두 기억에 많이 남게 됩니다. 그렇게 저의 작품을 통해 위로받았다는 말씀을 해주셔서 제가 연재를 종료하지 않고 계속해야겠다는 생각도 많이 하게 되죠.

 

 

- 작가님의 시선 속에서 이야기를 들으며 정말 많은 것을 생각할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마지막으로, 작가님께서는 팬분들께 어떤 작가로 기억되고 싶으신가요?


항상 이야기하는 건데 독자님들께서 저는 기억하지 않아도 돼요. 모로 작가는 기억하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그런데 위리라는 캐릭터는 그런 만화를 본 적 있어, 내용은 잘 기억이 안 나도 괜찮은 작품이었어, 그렇게 기억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위리라는 캐릭터가 제가 생각했을 때 '위로'이기 때문에, 위리라는 캐릭터 자체를 위로로 기억해 주셨으면 합니다.

 

 

[김푸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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