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답은 언제나 내 안에 있다

그 사실이 매번 지독히 외로울 뿐
글 입력 2024.04.20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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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갑은 나날이 얇아지고 있다. 결제할 때마다 점점 손에 힘이 들어간다.

 

퇴사한 지 8개월. 나는 잘하고 있는 걸까? 지난 8개월간 이 질문을 스스로에게 얼마나 많이 던졌는지 모른다. 질문은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경제적인 쪼들림 앞에서 불안이 커지지 않는다면 거짓말이다. 불안할수록 자꾸 다른 사람에게 기대고 싶어지는 법. 누구라도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답을 알려달라 떼쓰고 싶어진다. 이럴 때 다른 이의 조언만큼 나를 흔드는 것도 없다.

 

“어떤 조언은 방해일지도 몰라. 그걸 잘 판별해야 해.”

 

얼마 전 친구와의 대화 중 친구가 했던 말이다. 사람들은 자꾸만 ‘현실적인’ 조언을 주려고 하는데 보통은 내가 추구하는 이상적 목표에서 우회하거나 타협하는 방향이라는 것이다. 이건 어때? 저건 어때? 수많은 조언과 제안에 수도 없이 흔들린다.

 

조언을 한 사람의 선의와는 무관하게 어떤 조언은 나에게는 큰 의미가 없거나 어쩌면 ‘방해’가 되기도 한다. 그게 방해인지 아닌지는 오직 스스로만이 판단할 수 있다. 답을 내 안에서 찾아야 한다는 건 변치 않는 진리이지만 매번 그 사실이 좀 외로울 뿐이다.

 

*

 

지난 6개월간 인스타툰 계정을 키우는 과정에서 여기저기서 조언을 들었다.

 

‘인스타툰은 좀 더 가볍고 웃겨야 하는 거 아니야?’

‘글이 너무 많은 것 같아.’

‘일상 이야기도 좀 해보는 게 어때?’

‘그림만으론 어려워. 요샌 릴스가 대세래.’

 

틀린 말도 아니었다. 모두가 보편적으로 맞는 이야기였다. 괜한 참견도 아니고 비꼼도 없는, 선의가 담긴 조언이었다. 더딘 성장에 지쳐있던 나는 매번 흔들렸다.

 

그런데 흔들리면서도 마음 속 깊은 나는 자꾸 ‘아니야’라며 고개를 젓고 있었다. 이 세상 모든 사람에게 맞는 말이라 해도 나한테는 아니야. 그리고 나한테 아니면 아닌 거야.

 

좀 더 가볍고 웃긴 이야기, 그림 위주의 콘텐츠, 일상 이야기, 릴스…. 이 모든 것은 내가 처음 목표했던 것이 아니었다. 나는 글 기반의 콘텐츠를 만들고 싶었고, 다소 진지하면서도 담백하게 예술과 삶을 관통하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그게 내가 인스타툰을 시작한 이유였다. 이들의 조언을 따른다면 내가 인스타툰을 그려야 할 이유가 사라지는 셈이었다.

 

조언은 흘려 들었다. 앞에서만 ‘네 말이 맞다’고 하고 꾸준히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했다. 한쪽에서 사시나무처럼 떨고는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조금 느리더라도 내 계정은 잘 성장하고 있다. 내가 꿈꿨던 방향으로, 조금 더디지만 알차게.

 

*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퇴사를 결정할 때도 그랬다. 퇴사를 결정하기 전까지 가장 내 발목을 잡았던 질문은 이것이었다.

 

‘남들도 다 힘들다는데 그냥 다니잖아. 나도 그냥 다녀야 하는 거 아닐까?’

 

회사 동료들도 모두 퇴사하고 싶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나는 무엇이 특별해서 ‘진짜 퇴사’까지 결정할 수 있는가? 나만 엄살인가? 나도 그냥 남들처럼 입으로 퇴사를 외치더라도 억지로 다니는 게 맞지 않을까?

 

그땐 몰랐지만 지금은 안다. 사실 그들은 나만큼 힘들었던 게 아니었다는 걸. 적어도 회사를 그만두고 싶다는 욕구가 안정적인 생활에서 벗어나는 불안을 이길 만큼 간절한 건 아니었다는 걸. 대부분의 동료들이 아직까지 회사를 묵묵히 다니는 걸 보면서 그 생각은 더욱 굳혀졌다. 물론 모든 건 주관적이다. 나의 퇴사 욕구와 그들의 퇴사 욕구를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건 영원히 불가능할 것이다. 그러니까 답은 더더욱 나만이 알 수 있다. 남들과의 비교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다들 이직할 곳을 정해놓고 일을 그만두라고 조언했다. 이것도 물론 맞는 말이다. 보편적인 진리에 가깝다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보편적으로 맞는 말이라고 해서 나한테 맞으리란 법은 없다. 나한테 맞는지는 오직 나만이 안다. 회사를 다니면서 다른 일을 찾는 것에 번번이 의욕을 잃은 나는 결국 스스로를 벼랑 끝에 몰아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나는 나를 잘 알기에 그게 잘 맞는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땐 확신이 없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도 나는 나를 가장 잘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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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나는 여전히 흔들린다. 지난 8개월간 내 안의 답이 정답이란 것을 계속 실감했으면서도 내 선택을 온전히 책임지리라는 자신감을 가지는 건 쉽지 않은 것 같다. 자꾸만 다른 이에게 기대고 싶어진다.

 

하지만 누구도 내 삶을 책임져주지 않는다. 이 세상에서 가장 내가 잘되길 바라는 사람은 바로 나다. 모두에게 옳은 것이 과연 나한테도 옳은 건지는 스스로 걸러낼 줄 알아야 한다. 세상에는 방해물 천지다. 진짜를 알아보는 눈은 나만이 가졌다.

 

이렇게 참 당연하고 뻔한 말을 잔뜩 쓰면서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아 본다. 외롭지만, 꿋꿋하게.

 

 

[황연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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