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좋아하는 철학자의 문장 하나쯤 - 부담스럽지 않게, 철학 한조각 음미하기.

글 입력 2020.04.29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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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3D_좋아하는 철학자의 문장 하나쯤_web.JPG

 


일상이 무기력하게 느껴질 때, 혹은 일상의 중심이 무너져 내린다고 느껴질 때. 유독 그런 시간을 맞이하면 나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다들 어떻게 이겨내고 버텨내는지 궁금할 때가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음악, 영화, 책, 전시와 같은 예술적, 문화적 무언가로 위로받을 것이라 생각한다. 나 또한 아무래도 그렇다.

 

그러나 가끔, 특히 최근에 정신을 환기시키려고 해보아도 가끔은 무언의 한계가 느껴지곤 했다. 나 자신이 느끼는 슬픔, 힘듦을 정면으로 마주해보려 하지만 잘 되지 않는 기분이었다.


평소에 자주 접하던 현대소설의 경계에서 범위를 넓혀 인문학, 철학을 찾아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 자신의 감정을 모를 때, 수많은 사람들과 시간을 거쳐 온 철학과 인문학에서 도움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해서였다.

 

*

 

막상 결심을 하고 철학이라는 분야에 기웃거리다보니,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철학이라는 깊고 넓은 역사를 알면 알수록 시작하기가 막막했다. 시험과목처럼 범위가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고, 절대적인 기준이 있는 것도 아니다. ‘철학’이라는 단어가 한 분야에 고정되어 있는 존재도 아니다.


정치, 도덕, 사회, 인문 등 사람이 존재하는 시공간의 어디에든 스며들어있는 존재이기에 그 자체로 매우 방대하다고 할 수 있다. 미궁에 빠진 기분으로 철학 입문서를 뒤지다, 책 ‘좋아하는 철학자의 문장 하나쯤’을 발견했다. 그렇게 넘긴 책의 첫 장은 이렇게 말했다.

 


“솔직히, 좋아하는 철학자 같은 건 없어도 괜찮습니다. 하지만 이제 막 인문학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거나 철학에 관심은 있는데 막막했던 분이라면 이 책과 잘 만난 것입니다. 엄선한 몇 개의 문장만으로 단시간에 수많은 철학자를 만나볼 수 있으니까요.”


 

철학의 ‘ㅊ’도 모르는 입문자에게는 다정하고도 자신감을 불어넣어주는 몇 마디였다. 책은 이후 알파벳 A부터 Z까지 순서대로 철학자들을 소개한다. 그들에 대한 간단한 역사적 배경, 각 철학자들이 쓴 철학저서들, 그리고 각 철학자들의 대표적인 말 몇 마디를 기록해 둔 책이다. 철학 입문서이자 미니백과사전 같은 역할이라고도 느껴졌다. 총 서양 철학자 67인의 정보가 이 책에는 담겨있다. 나처럼 철학에 가볍게 발을 담구면서 공부를 시작하고 싶다면 추천한다.

 

깔끔한 내부표지와 텍스트의 적절한 배치로 가독성 또한 좋았다. 덕분에 책을 만난 이후로,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맛보기 스푼으로 골라먹듯 가볍게 책장을 넘기며 읽곤 했다. 지하철 안에서, 우울한 새벽 침대에서, 카페에서 종종 생각날 때마다 들고 다니며 몇 페이지씩 골라 읽었다.


모든 문장은 철학자의 말, 날것 그대로 이루어져있기에 어떤 것들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럴 땐 그냥 넘겼다. 그러다 나의 현재와 맞닥뜨리는 문장을 만나면 관련된 정보를 검색하곤 했다. 그 중에서 가장 나를 반갑게 맞아준 이는, 바로 ‘자유론’, ‘여성의 종속’의 저자로 유명한 존 스튜어트 밀이었다.

 


“만족한 돼지보다

불만스러운 인간이 낫다.”



많은 사람들이 들어봤을 법한 문장이다. 그렇지만, 그는 정확하게는 이렇게 말했다.



“만족한 돼지보다 불만스러운 인간이 되는 것이 더 낫고, 만족한 바보보다 불만에 가득 찬 소크라테스가 되는 것이 더 낫다. 바보나 돼지가 보통 사람들과 다른 의견을 지녔다면 그것은 한쪽 측면만을, 즉 자신의 입장만을 고려하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보통사람들은 비교를 위해 항상 양쪽 측면을 모두 헤아릴 줄 안다.”

 

최근 무기력한 나날들에 잠식되는 것만 같은 시기를 지내오면서 자주 포기하고 싶어졌고, 자주 생각하기를 그만두고 싶었다. 그런 생각들은 유독 꼬리를 물고 빠르게 개체수를 늘렸고, 부정적인 생각을 주렁주렁 매달아 몸도 마음도 무거워졌던 나였다. 그렇다보니 빠르게 책장을 넘기다말고 천천히 이 문장을 읽어 내려갔다.


흔히들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다소 고통스럽더라도, 인생을 제대로 마주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인다. 나 또한 포기하고 싶었던 나의 마음을 다잡으면서, 표면적인 의미를 곱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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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철학이라는 문을 두드린 이상, 표면적 해석에 그치지 않고, 문장의 배경까지 자세히 알고 싶어졌다. 이것저것 찾아본 결과, 이 문장은 존 스튜어트 밀의 ‘공리주의’의 대표적인 문구였다.


덧붙여, 쾌락과 행복에는 질적인 차이가 있다는 주장을 하면서 이러한 말을 했다고 한다. 즉, 밀은 행복에는 질적인 차이가 존재함을 주장하면서 이러한 말을 하게 된 것이다. 다시 요약하자면,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뜻하는 공리주의 내에서도, 행복의 ‘질’까지 따져야 한다는 밀의 철학이 담긴 말이었다.

 

묘하고도 복잡한 끝 맛이 느껴지는 문장이었다. 많은 고민을 떠안고 있다 보니 처음에는 반가웠던 문장의 첫 느낌과 다르게 끝 맛은 의아하고도 복잡했다. 행복에 순위가 있을까? 물론 정답은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존 스튜어트 밀은 단순한 쾌락과 행복은 구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한 맥락에서 고민해본다면, 행복의 순위는 존재할 수도 있다고도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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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현대 사회에서 개인의 행복을 존중하는 것을 중요시하는데, 그러한 배경으로 살펴보면 또 행복의 ‘질’을 따진다는 것이 어쩌면 위험한 발언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복잡한 생각의 끝에는 책 ‘공리주의’를 사야겠다는 결심만이 남았다. 그리고 공리주의를 읽으려고 찾다보니 먼저 자유와 정치철학에 대해 쓴 ‘자유론’부터 읽어야겠다는 정보도 얻었다. 그리고 곧바로 자유론을 바로 구입했다.

 

존 스튜어트 밀의 한 문장을 시작으로 공리주의, 자유론에 대한 입문으로 까지 이어질 수 있었다. 비록 행복의 질은 존재하는 가에 대한 결론은 아직 내지 못했지만, 철학자의 문장 하나쯤 음미하다 보면 여러 갈래로 나의 생각을 정립할 수 있겠다는 확신은 얻었다.

 

이처럼 자신의 관점과 견해를 넓히고 중심을 다잡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면, 기존의 것들로는 채워지지 않는 무언가가 느껴진다면, ‘좋아하는 철학자의 문장 하나쯤’을 통해 새로운 기회들을 찾아나서는 건 어떨까.


 

[이아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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