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글 [사람]

글 입력 2020.03.29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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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매 순간이 뒤죽박죽이다. 수많은 퍼즐 조각에 둘러싸여서 우리는 이를 하나씩 맞춰나가지만 과연 삶의 마지막 순간에는 그 퍼즐이 완성된 모습을 갖추고 있을까. 완성된 모습은 무엇일까. 우리가 바라는 그림일까.

 

기분이 끊임없이 상하로 요동친다. 다양한 책을 읽으며 내가 모르던 부분들을 들여다볼 수 있음에, 소중한 사람들과 즐거운 대화를 나누고 맛있는 밥을 함께 먹을 수 있음에 기분이 좋아지고 행복감을 느끼지만 수많은 고충들과 고민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우리가 들여다보곤 하는 작은 세상에서 떠들썩하게 펼쳐지는 사회적 논란들로 온몸의 신경계에 잔뜩 날이 선다.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와중에도 순간순간마다 기분은 한없이 곤두박질치다가 다시 하염없이 솟아오른다. 이렇게 변덕적일 수가. 하지만 시•청각적으로 너무나 많은 파도들이 나라는 작은 기둥에 쏟아지는데 충분히 그럴만하다는 생각도 든다.

 

왜 이리도 요동치는지. 이런 나를 알아보고자 기록에 손과 생각을 나르기 시작한다. 전에는 좋은 영화를 보고 책을 읽어도 그 감정과 생각을 하염없이 흘려보내곤 했다. 그것도 그것 나름대로 좋았지만 이제는 살펴보기 위해서, 그리고 이를 통해 나라는 사람에 더 다가가고 싶어서 글을 향해 첫 발을 내딛는다.

 

그렇게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 글쓰기였다. 때론 짧게, 때론 길게. 한 문장에 함축해서 풍만하게 담아두기도 하고, 누군가에게 건네줄 해설집을 쓰듯이 여러 문단에 걸쳐 풀어놓기도 하고.

 

하지만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이 진리는 여기서도 어김없이 빛을 발한다. 그 어디를 둘러봐도 잘 쓰인 글은 너무나 많아 그 가운데 서있는 내 몸뚱어리와 의식 덩어리는 있는 힘껏 움츠러든다. 그리고 나를 정리하고 내 속을 뱉어내고자 서두를 놓았던 것이 점차 허영으로 뭉쳐지기 시작한다.

 

그렇다고 내 글들이 허화에 유혹되어 있고 위식으로 둘러싸인 것은 아니다. 분명 나만의 솔직 가득한 부분들이 뭉크러져 집합을 이루고 있지만 한 번의 클릭으로 시야의 범주에 들어오는 다른 사람들의 길고 긴 글들은 내 조바심에 불을 지핀다. 그렇게 나는 끝 맞히고자 내디뎠던 마침표를 거두고 억지로라도 꼬리를 물고 늘어뜨리려 수고를 기울인다.

 

그뿐만이 아니다. 내가 느낀 감정들과 떠오르는 생각들은 너무나 방대하고 다채로운데 글이라는 어쩌면 작다고 볼 수 있는 한 매체로 전달하고자 하니 한계라는 벽에 자꾸만 머리를 찧게 된다. 점점 이마에는 금이 가기 시작하고 이를 시작으로 붉은 혈액들이 분수처럼 튀어 오른다. 눈을 강렬하게 사로잡는 그 홍자는 내 필력에 대한 의구심과 좌절감이라는 헤모글로빈으로 조직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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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하니 바라보고 있으니 의구심이 떠오른다. 내가 글을 위해 닻을 올렸던 이유는 무엇이었나. 이런 상황에서도 나는 구태여 손을 놀려야 하나. 써야 한다. 그 누구도 아닌 내가 다짐이라는 끈을 들었으니 그 무엇이라도 단단히 묶어내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이미 묶어내지 않았나. 전문적일 필요도 없는데 신경을 곤두세우고서라도 끌고 가야 하나. 그렇다. 아니다. 그렇다. 아니다.

 

분쟁은 끝없이 계속된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어김없이 지속된다. 언제 끝맺을지, 저 투쟁의 결론은 무엇일지 나 또한 알지 못한다. 무언가 떠오르면 다시 펜을 들 테고 어느 날 갑자기 바람이 분다는 그 무엇도 아닌 이유로 모든 것을 던져버릴지도 모르니까.

 

그럼에도 나는 다시 손을 움직인다. 그러기 위해 다시 뇌를 가동하고 신경계와 팔의 근육을 자극한다. 욕심의 크기가 너무나 거대해져 나를 짓누르는 이유는 글을 향한 내 애정의 크기가 그만큼 크기 때문일 테니까. 지금도 이 생각들을 정리하고 나라는 사람의 한 흔적으로 남겨두기 위해,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나도 그러하다고 알려주기 위해 글을 쓰고 있지만 무엇보다 내게 위로로 다가오는 게 더 크니까.

 

조금씩 꿈틀 데다 보면 때론 잘 풀어나갈 테고, 때론 벽에 가로막힌 채 끙끙 앓을 것이다. 그리고 때론 어떤 문맥도, 문장도, 심지어는 단어조차도 앞뒤 상통하지 않아 혼란 속에 날을 새울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무렴 어떤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들지 않는 대로 좋으면 좋은 대로 내버려 두는 것도 그 나름대로의 멋있지 않을까. 나는 확신하니까. 완성도를 높이고 싶을 때 나는 분명 노력 한 줌을 쥐어짜낼 거라고. 그 공들임의 결과가 어떤 것을 토해낼지는 모르겠지만 최악의 끝을 달리더라도 내 것이니까, 내 글이니까 분명 괜찮을 것이다. 아니면 말고.

 

 

 

아트인사이트 에디터_신유나.jpg

 




[신유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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