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완전하지 않기에 아름다운, 알루미늄 [음악]

브로큰 발렌타인 - 알루미늄 가사 리뷰
글 입력 2020.03.22 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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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하지 않지만 아름다운, 알루미늄

브로큰 발렌타인 - 알루미늄 가사 리뷰


Opinion 민현



 

 

부서진 황금의 그 조각들도

누군가 에겐 당연한 온기도

그저 바라본 채 그저 스쳐간 채

난 오늘로 돌아왔고


순수한 금속은 고결하고 차가운 느낌을 준다. 쉽게 얻을 수 없고 빛나며 우리의 마음을 매혹하기 때문이다. 잠깐 우리의 마음을 빼앗는 5분짜리 순수한 금속같은 음악을 들어보자. 과학이 발달하기 이전에 연금술사들은 순수 그자체의 금속을 얻기 위해 노력했다. 그 과정에서 나온 실패작들은 빛나지만 원하는 결과는 아니었다. 그들은 순수를 불처럼 사랑했다. 단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얻을 수 없었을 뿐. 세상에 완벽한 사랑은 없듯이.


1,2번 줄을 열고 치는 기타코드 역시 ‘완벽하지 않은’ 알루미늄과 너무 잘 어울린다. 완벽한 코드가 될 수 없는 그 코드 위에 지금 다시 들을 수 없는 목소리가 짙게 깔린다. 서글픈 울음소리 같은 알루미늄의 코드를 들으면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이 떠오른다. 애써 미소 짓는 너의 입술에 남은 그늘은 알루미늄처럼 차갑고 싸늘하다.


애써 미소 짓는 너의 입술에

아직 남아있는 그 그늘처럼

모두 싸늘하고 너무도 차가워

오직 너와 나의 지금만이


눈부신 오늘밤 이 시간 속에

그보다 빛나는 너의 두 눈에

빛나는 크리스탈이 되지못한

나의 차가운 알루미늄만이


눈부신 오늘 밤, 별이 가득한 그 밤보다 빛나는 두 눈. 시리게 사랑해 본 사람은 그 눈에 담긴 빛을 안다. 그 안에 무엇이 담겨 빛나는 지, 그리고 그 눈빛에 내가 담겨 있는 지. 그 눈에 담기지 못한 알루미늄은 완전히 순수한 사랑의 크리스탈이 되지 못했다. 이 후렴구에 빛나는 모든 것들이 각자의 방식대로 빛난다는 게 서글프다.


애써 외면해왔던 것들에게

그들과 같은 표정을 지었고

항상 그려왔던 항상 믿어왔던

난 점점 더 멀어지고


세상은 또 그 한순간도

모질지 않은 날이 없겠지만

화려한 불빛도 따뜻한 벨벳도

없는 오직 너와의 오늘만이


빛나는 꿈을 꿀 때는, 빛나지 않은 것들에게 시선을 두지 않는다. 빛나는 꿈을 잡을 수 없다는 걸 알아챌 때 그제서야 빛나지 않은 것들이 결국 나와 같다는 걸 알게된다. 그걸 알아챘을 때 심장이 떨어지는 것 같은 기분을 느껴본 적이 있는가. 그럴 때 세상은 너무나 무섭다. 화려하고 따뜻한 것들은 어디쯤에 있는 걸까.


눈부신 오늘밤 이 시간 속에

그보다 빛나는 너의 두 눈에

빛나는 크리스탈이 되지못한

나의 차가운 알루미늄만이


눈부신 오늘밤 저 하늘아래

그보다 빛나는 너의 입술에

빛나는 크리스탈이 되지못한

나의 차가운 알루미늄만이


어쩌면 오늘 단 하루일지 모르는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것만 같은 밤


따뜻한 바람과 조금은 맞지 않는

소리의 기타를 안고

오늘이 지나면 사라질 것만 같은 이 노래를


조용히 흔들리는 불빛들과

말없이 미소 짓는 네 눈빛에

그저 난 바라본 채 그저 난 바라본 채

믿을 수 없는 이 시간을


잠깐 감정을 조절하고 말없이 미소 짓는 눈빛을 바라본다. 그저 바라본다.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을 전달할 수 있다. 가끔은 목소리와 표정, 가사 음정 같은 건 필요하지 않다. 그렇게 바라보다 보면 '아, 오늘과 같은 밤은 다시 오지 않을 수도 있겠구나.' 생각이 들어 기쁘면서도 눈이 시리다. 그렇게 눈부신 오늘밤, 믿을 수 없는 이 시간에 필요한 건 그저 눈을 바라보는 것 뿐이다.


눈부신 오늘밤 이 시간 속에

그보다 빛나는 너의 두 눈에

빛나는 크리스탈이 되지못한

나의 차가운 알루미늄만이


눈부신 오늘밤 저 하늘아래

그보다 빛나는 너의 입술에

빛나는 크리스탈이 되지못한

나의 차가운 알루미늄만이


곡을 마무리하는 쇳소리 가득한 솔로 기타에 조차 가사가 담겨있는 것 같다. 브로큰 발렌타인은 2005년 데뷔한 밴드로 최근까지도 앨범을 내며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이 노래를 부른 보컬 ‘반’은 이 명곡을 남기고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밴드의 모든 세션과 구성, 멜로디와 가사의 깊이까지 너무나 아름다운 노래다. 완전하지 않기에 아름다운 알루미늄, 이 곡 안에서 그는 빛나는 크리스탈이다.

 

세상은 변하고 있다. 음악도 세상의 변화에 발맞추어 변한다. 요즘은 컴퓨터만 있으면 누구나 자기만의 오케스트라를 갖출 수 있다. 알아서 연주해주고 원한다면 목소리도 내준다. 컴퓨터가 모든 악기를 다룰 수 있는 음악에 싫증이 나서일까, 가끔 기타와 보컬, 베이스와 드럼 키보드가 이렇게 맞추는 합이 그리워진다.


물론 아직도 각자의 자리에서 노력하는 밴드들이 있지만 이전보다는 그 인기가 덜한 듯 하다. 그리고 '알루미늄'처럼 진정성 있는 가사들이 그립다. 진짜 내 이야기를 하는 것 같은, 그래서 노래를 듣다보면 부르는 사람과 듣는 사람이 하나가 되는 것 같은 가사들이 그립다. 몇 년간 가사를 써오고 있는 나 역시 진정성 있는 가사를 쓰고 있을까, 이 노래를 들으며 반성해본다.

 




[손민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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