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터키인들이여, 한국 짝사랑 이제 그만합시다." [문화 전반]

1988 터키 신문에 실린 기사의 전말 - 형제의 나라 터키 이야기
글 입력 2020.02.16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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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다. 분명 한국과 터키는 형제의 나라라고 배웠는데?



1988 서울 올림픽 당시 터키의 한 고위층 관계자가 한국 땅을 밟게 되었다. 어릴 적부터 교과서 등을 통해 형제의 나라라고 배워온 대한민국에 처음 방문하게 된 그는 출발 전부터 은근 기대에 찬 마음이었다. 터키에서 온 것을 밝히면 많은 한국의 ‘형제’들이 크게 환대해줄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고 오히려 터키라는 나라가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 조차도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었다. 실망에 빠진 그는 고국으로 돌아가 어느 한 신문에 아래와 같은 제목의 글을 싣는다.


“한국 짝사랑, 이제 그만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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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와 투르크, 우리는 같은 우랄알타이 형제


터키는 과거 투르크라고 불린 우랄알타이 계통의 나라였다. 우리나라에서는 ‘돌궐’이라고 발음하는데, 과거 고구려와 동시에 존재했던 나라로 두 나라는 동맹을 맺어 꽤 가까이 지낸 사이라고 한다. 고구려의 연개소문이 돌궐의 공주와 결혼을 할 정도였으니 두 나라는 단순한 동맹이 아닌 그 이상의 우방국가로도 볼 수 있다.


시간이 흘러 고구려가 멸망한 후 돌궐 역시 위구르에 의해 멸망하였고, 남아있는 사람들은 서쪽으로 이동하여 오스만 투르크 제국(오늘날의 터키)을 세우게 된다. 오스만 투르크의 역사를 자랑스러워 한 터키인들은 학교에서 배우는 역사 과목에서 이 내용 역시 비중 있게 다루는 편이다.

 

그러다 보니 돌궐 시절의 동맹 국가였던 고구려에 대한 서술 역시 상세한 편이며 덕분에 많은 터키인들은 1500년 전부터 형제의 연을 맺은 대한민국에 대해 ‘형제의 나라’라고 인식하며 친근하게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돌궐이 위치상 동아시아 부근이 아닌 중앙아시아 쪽에 자리한 탓에 우리는 아쉽게도 학교 교과서에서 돌궐에 대해 자세히 배우지 않고 있다. 그러다 보니 많은 한국인들은 터키가 형제의 나라라는 것은 들어봤어도 그 이유나 해당 나라에 대한 정보에 대해서는 답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곤 한다.

 

 

 

6.25 전쟁? 형제니까 도와주러 갈게



터키는 6.25 한국전쟁 당시 UN 참전국 중에서 미국, 영국, 캐나다에 이어 4번째로 많은 병력 지원을 해준 국가로도 유명하다. 심지어 그 병력은 대부분이 자원병이었다고 하는데 그 수가 1만 5천명이 이르렀다고 하니 이 역시 실로 감동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전쟁 중 안타깝게도 2,365명이 전사하였고 그들의 활약을 기리기 위해 수도 앙카라에 한국공원을 설립하였으며 공원 내에는 한국전쟁 참전 기념탑을 세웠다.

 

나는 이번 겨울 휴가 중에 실제로 해당 공원에 방문하게 되어 기념탑을 직접 두 눈에 담을 수 있었는데, 입구에 나란히 펄럭이는 두 국가의 깃발을 보는 순간 마음이 먹먹해지는 것을 느꼈다. 비석에 적혀있는 ‘대한민국의 자유와 세계 평화를 지키기 위해’라는 한글을 보는데 뭐라 형용할 수 없는 복잡하고 슬픈 마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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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한일 월드컵, 형제끼리 멋진 경기 치르자!


전국을 붉은색으로 물들였던 영광의 2002 월드컵을 기억하는가. 모든 순간이 기록적이고 의미 깊었지만 나는 그중에서도 터키와 붙었던 3~4위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당시 우리나라가 3~4위전에 진입하게 되자 전 국민의 관심이 해당 경기에 대한 기대감으로 최고조로 달아올라 있었다.


그런데 대결 상대였던 터키의 한국 사랑 이야기가 인터넷에서 화제를 모았고 그 기세에 맞춰 터키 유학생들이 제각각 현지에서 겪은 터키인들이 한국에 대해 항상 우호적이었다는 일화를 인터넷을 통해 소개하기 시작하였다.

 

인근 국가도 아니고, 생김새도 다른 머나먼 나라에서 그동안 나름 한국을 생각해줬다는 이야기에 감동받은 한국인들은 ’짝사랑이 아니었다는 것을 보여주자! 우리는 형제의 나라다!’를 외치며 그들을 위한 이벤트를 고안한다. 이미 3~4위 이전부터도 ‘형제’를 챙긴 한국 관중들 덕에 홈그라운드 수준의 응원을 받아왔던 터키 선수들은 3~4위전에서 놀라운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 경기 중 관중석에 초대형 태극기와 터키 국기가 등장한 것. 심지어 태극기보다도 터키 국기 크기가 훨씬 컸다고 한다.

 

그날의 경기는 결국 한국의 패로 끝났지만 한국 관중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마지막 순간까지 터키를 공평하게 응원했다. 당시 터키 아나운서는 ‘지구상에 형제의 나라 코리아가 아니면 어디 가서 이런 귀빈 대접을 받을 수 있겠느냐’며 소감을 전했고, 터키 선수들 역시 귀국 후 진행한 인터뷰에서 가장 감동적인 순간으로 3~4위전을 꼽았다고 한다. 짝사랑 오해는 이 일을 계기로 종결되었고 당시 현지인들의 이야기에 따르면 그 이후 터키 내 한국 상품 구매 운동이 펼쳐질 정도로 경제적 효과도 엄청났다고 하니 그 여파가 짐작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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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e you Korean?


많은 한국인들이 해외여행 시 ’차이니즈?’ ‘재패니즈?’라는 말을 듣곤 한다. 우리가 다른 인종 얼굴을 구분하기가 어렵듯 그들 역시 구별이 어렵기에 동양인에게 나라를 물을 때 우선 인종 수가 많거나 강대국이라는 이유로 확률적으로 높은 중국과 일본을 언급하는 것이다. 물론 국제사회에 한국이라는 나라의 인지도가 앞의 두 나라에 비해 현저히 낮은 이유도 있다.


이는 나 역시도 수없이 많이 들어본 이야기인데 터키에서는 신기하게도 대부분이 ’코리아?’를 먼저 질문해주었으며 한술 더 떠 ‘짝짝~짝 짝 짝 대~한민~국!’ 박자에 맞춰 월드컵 구호를 외치는 사람도 심심치 않게 보였다.


나는 그들이 한국인 생김새를 정확히 구별해서 물어보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는 꽤 오랜 시간 역사를 함께 만들며 많은 교류를 지속해왔다. 생김새도 사는 곳도 다르지만 두 나라 간에는 분명 끈끈하고 단단한 정이 쌓였다. 그들은 한국을 Brother’s county라 부른다. 우리는 형제의 나라, 가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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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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