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런던에서 본 첫 번째 뮤지컬, "Wicked" [공연예술]

글 입력 2020.02.04 03:48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나를 런던에 가게 만든 뮤지컬은 “Everybody’s Talking About Jamie”지만, 런던에서 본 첫 번째 뮤지컬은 “Wicked”다. “Wicked”는 한국 라이선스 공연으로 올라왔었지만 보지 못했는데, 언제 한국에서 다시 공연될지 모르기 때문에 런던에서 꼭 보고 싶었다.


돈이 많지 않은 학생이었기에 저렴한 데이 시트(Day Seat)를 최대한 이용해야 했다. 데이 시트를 사기 위해 줄을 서려면 런던에 아침 일찍 도착해야 하는데, 항공편을 찾아보니 마땅한 시간대가 없었다. 고민 끝에 내가 선택한 방법은 ‘야간버스’였다.


평소 여행 다닐 때 야간버스를 자주 이용했었지만, 암스테르담에서 런던까지도 버스로 이동할 수 있을 줄은 몰랐다. 찾아보니 해저터널을 지나는 열차에 버스가 실려서 이동하는 방식이었다. 몸은 조금 힘들더라도 데이 시트를 포기할 수 없었기에 런던으로 향하는 야간버스 티켓을 예매했다.

 


IMG_3893.JPG
Apollo Victoria Theatre 앞에서 찍은 티켓과 리플렛 사진.

 


10시간이 넘는 버스 이동에 몸은 지쳐 있었지만 가슴은 두근거렸다. 내가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뮤지컬을 볼 수 있다니!


카페에서 따뜻한 라떼 한 잔을 사서 Apollo Victoria Theatre로 향했다. 두 시간 일찍 갔더니 사람이 거의 없었지만 매표소 오픈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줄이 길어졌다. 오랜 기다림 끝에 맨 앞줄 가운데 자리를 29.5파운드에 살 수 있었다.

 


IMG_3979.JPG
반짝거리는 Apollo Victoria Theatre.

 

IMG_3966.JPG
초록색으로 꾸며진 극장 내부 모습.

 


공연 시작은 7시 30분이었다. Apollo Victoria Theatre의 반짝거리는 극장 간판이 나를 맞이했다. 극장 내부는 위키드의 상징색인 초록색으로 화려하게 꾸며져 있었다. 극장 내에서 먹고 마실 수 있는 간단한 음식과 칵테일도 팔고 있었다.

 

온전히 "Wicked"를 공연하기 위해 꾸며진 극장이 마음에 들었고, 우리나라 극장에서는 볼 수 없는 모습이라 신기했다. 한 작품을 오랫동안 공연하는 런던 웨스트엔드와 달리, 우리나라는 오픈런 공연을 제외하고는 보통 3개월 정도 공연하고 막을 내리기 때문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극장을 사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뮤지컬 테마로 꾸민 후, 그 뮤지컬을 올리고 싶다는 상상을 잠깐 해봤다.


뮤지컬 “Wicked”는 오프닝부터 화려했다. 한국이 아닌 곳에서 뮤지컬을 보는 것도, 한국어가 아닌 언어로 된 뮤지컬을 보는 것도 처음이라 낯설었지만 점점 공연에 빠져들었다. 가장 강렬했던 장면은 역시 1막의 마지막인 “Defying Gravity”였다.


워낙 유명한 장면이라 어떤 장면인지는 대충 알고 있었지만 직접 보니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숨이 막힐 정도로 압도되는 기분은 처음이었다. 1막이 끝나 극장 불이 켜져도 그 여운은 계속됐다.


알고 있는 넘버는 “Popular”와 “Defying Gravity”뿐이었는데 이외에도 좋은 넘버와 장면이 정말 많았다. “One Short Day”와 “Dancing Through Life”에서는 배우들의 춤추는 모습이 매력적이었고, “Loathing”에서는 글린다와 엘파바의 모습이 너무 사랑스럽고 귀여워서 웃음이 났다. ‘Loathing’은 우리말로 혐오라는 뜻인데 라이선스 공연에서는 센스 있게  ‘밥맛’으로 번역했다고 한다.


런던에서 “Wicked”를 보니 한국 라이선스 공연이 어땠을지 더 궁금해졌다. 다음에 한국 공연이 올라오면 놓치지 말고 꼭 봐야겠다. 그리고 런던에서 봤던 “Wicked”를 떠올리며 어떤 다른 매력이 있는지 생각해보고 싶다.

 

 

 

에디터태그.jpg

 

 

[채호연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8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