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감각을 깨우는 : 겟 아웃(Get out), 어스(Us), 미드소마(Midsommar) [영화]

글 입력 2020.01.23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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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몸의 감각을 깨우고 두뇌를 자극하는 영화를 봤다. 아이러니하게도 세 영화 중 가장 먼저 개봉한 영화였던 겟 아웃을 가장 늦게 보게 되었다. 이전에 정말 인상적으로 본 두 영화가 자연스럽게 떠올랐고, 나도 알지 못했던 또 하나의 내 취향을 찾았다.

 

워낙 세 영화 모두 해석이 다양하고 그 해석을 너무 재미있게 잘 써놓은 글들이 많아서 그러한 해석보다는, 모두 말로 형용할 수 없음에도 이상하게도 서로 닮은 점이 많은, 영화의 성격 자체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

이 글은 공포 영화를 다루고 있음을 먼저 알립니다.

 

 

흔히 공포영화라고 하면 갑자기 무언가 튀어나와서 깜짝 놀라게 한다던가 귀신이 등장한다던가 하는 것을 떠올리곤 했기 때문에 세 영화의 장르가 '공포'라는 것을 알고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공포의 사전적 의미는 '두렵고 무서움'. 영화를 보면서 느꼈던 것은 공포보다는 미스터리함에서 오는 불안함과 싸함에 더 가까웠다. (어쩌면 두 감정이 공포의 넓은 범주 안에 포함되어있는 감정일지도 모르겠다.)

 

세 영화가 가진 또 하나의 공통점은 '물음표의 연속'이라는 것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불안함과 함께 '왜일까?', '저건 무슨 의미일까'와 같은 궁금증이 끊이질 않는다. 지금까지 봐왔던 수많은 영화들을 모두 기억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그럼에도 기억에 남아 자리를 지키는 영화들은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것들이거나 무언가 시사하는 바가 있어 생각하게 만들고 이러한 이유들 덕에 여운이 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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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누구인가?

엄마, 아빠, 딸, 아들

그리고 다시

엄마, 아빠, 딸 아들...

 

 

가장 먼저 본 영화는 어스(Us)였다. 함께 영화를 보자는 친구의 제안에 따라가서 본 게 다였다. 그리고 영화를 보는 내내, 극장을 나서서도 알 수 없는 싸한 느낌을 받았다. '뭐지 내가 뭘 본 걸까' 하는 생각에도 이상하게도 그런 느낌이 나쁘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적어놓은 영화 해석을 보는데 그게 그렇게 흥미로울 수 없었다.

 

어스는 조던 필 감독의 작품인데, 같은 감독의 작품인 줄 모르는 상태로 영화 겟 아웃을 보며 참 비슷한 분위기라고 생각했었다. 장면 하나하나에 '감독 조던 필'이라고 쓰여있는 것 마냥 어떻게 이렇게 완전히 다른 듯 비슷한 영화를 만들어내는지 놀라웠다. 영화가 해당 감독의 고유한 느낌을 가지고 있는 것이 참 신기했다.

 

디자인을 하거나 그림을 그릴 때도 그렇고 글을 쓸 때도 그렇고 디자이너, 작가의 이름이 없는 상태로 사람들이 그 작품만을 보고 창작자의 이름을 떠올릴 수 있다는 것은 정말 나로서는 대단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영화 그 자체에 관심이 있었지 감독에는 관심이 없던 나의 머릿속에 처음으로 이름을 남긴 감독이다.

 

사실 겟 아웃을 본 후에는 영화 어스가 조금 아쉽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이런 류의 영화를 처음 마주하게 된 것에 대한 충격과 신선함은 상당히 컸지만, 몇몇 코멘트들처럼 겟 아웃만큼의 개연성이나 스토리는 어스가 담고 있지 못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어쩌면 어스를 먼저 본 것이 다행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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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에 한 번, 9일 동안 열리는

미드소마에 초대된 6명의 친구들

선택된 자만이 즐길 수 있는 충격과

공포의 축제가 다시 시작된다.

 

 

두 번째 영화는 미드소마였다. 대낮의 공포라고 요약되는 미드소마의 포스터나 예고편을 보면 장르를 잘못 써놓은 걸까 싶을 정도로 밝고 아름답다. 영화를 보면서도 이렇게 밝은 분위기에 공포감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할 정도이다. 하지만 놀랍게도 미드소마는 공포 그 이상을 보여준다.

 

세 영화 중 가장 정신적 충격이 컸던 영화이다. 싸함을 넘어서서 상식 밖의 것들이 범람한다. 앞선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더 강렬한 충격을 주는 그런 영화다. 어두움에서 비롯한 뻔한 두려움과 공포는 어디에서도 볼 수 없다.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미드소마는 모든 것을 대놓고 보여준다. 비위가 약한 사람들에게 추천하지 않을 만큼 다양한 방식으로 시각적 충격을 선사한다.

 

미드소마를 다루며 떠오르는 세 영화의 또 하나의 공통점은 그 이야기가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에 존재한다는 것이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책, 영화 등 그 종류와 무관하게 비현실적이라고 생각되는 것에 이입을 하기가 힘들다. 덕분에 SF나 판타지류는 어지간해서는 보지 않는다.

 

이 영화들을 보면서도 머리 한 편에서는 '아무리 그래도 이런 일이 있을까'라는 작은 생각이 들었지만, 함께 '어 뭐야 이런 일이 있을 수도 있겠는데...?'라고 생각이 머리를 점점 지배했다. 그중 미드소마는 메타픽션 그 자체가 아닐까 싶다. 마치 내가 축제에 참여하고 있는 것처럼 느낄 만큼, 그럴듯한 현실감이 일말의 비현실감과 함께 나를 더 무너뜨리고 불안하게 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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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 남자친구가 백인 여자친구 집에

초대 받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마지막 영화는 겟 아웃(Get out). 이 글을 쓰게 만든 영화이기도 하다. 포털의 조던 필 감독의 시놉시스를 누가 쓰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어스도 그렇고 매우 심플하고 요약적이다. 포스터를 보고 드는 생각은 세 영화 중 포스터와 내용의 무드가 가장 이질적인 것이라는 것. 공포영화이기는 하지만 개인적으로 포스터를 보면 무채색인 탓인지 귀신이 떠오른다. 포스터에 컬러감이 있었으면 더 잘 어울렸을 것 같다.

 

이 영화는 (심미적인 측면에서) 시각적이고 청각적인 것이 아니라 배우들의 연기와 스토리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감히 다음 장면을 예측할 수 없는 스토리는 끝없는 의문을 만들며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영화 시작부터 끝까지, 또 다양한 이의 해석을 찾아보며까지 알 수 없는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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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에는 배우들의 연기 또한 아주 큰 역할을 한다. 그 표정과 목소리에 경외심을 불러일으킬 만큼, 또 소름이 돋을 만큼 이 영화에 등장한 모든 이의 연기가 완벽했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위 사진은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 두 개 중 하나. 해당 배우의 연기를 보는데 왜 눈물을 흘리며 웃고 있는지 그리고 왜 저런 말을 하는지 알 수 없었으며, 이러한 생각과 동시에 온몸의 감각이 곤두서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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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그저 딱 한 두 시간의 상영 시간 동안만 존재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이전에도 이후에도 러닝 타임 이외에는 영화가 살아있다고 느낀 적이 없었다. 하지만 이 영화들을 보고 비로소 알게 된 것은 영화를 현재 보고 있음을 떠나서 내가 그에 대한 궁금증을 가지고 다양한 의미를 부여하며 해석을 만들어내고 또 다른 이야기를 써 내려갈 때, 그리고 누군가 그것을 읽을 때 영화는 한 번 더 살아 숨 쉬게 된다는 것이다.

 

아주 주관적인 생각임에도 불구함에도 공포영화를 보고 이러한 생각이 드는 것도 참으로 신기하다. 영화가 내어주는 것들을 있는 그대로 편안하게 받아들이는 것도 좋지만, 때론 온몸의 감각을 일으켜 끝없는 질문을 던지며 그 영화를 더욱더 영화답게 만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그런 의미에서 다음에는 미드 소마의 감독 아리 에스터의 작품인 '유전'을 볼까 한다.

 




[정두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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