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따뜻한 사연 한 잔에 희망 두 조각 [사람]

글 입력 2024.01.14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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펑펑 내리는 차가운 계절은 여전히 그칠 줄 모르고, 아침저녁으로 읽는 기사들의 메인 소식들은 차갑다 못해 시리다. 계절의 온도가 반영이라도 된 걸까. 좋은 소식을 기대해 보며, 힘차게 새로운 24년을 출발했으나 이웃나라에서 발생한 자연재해와 흉기 난동, 항공기 추락 사건. 우리나라의 여러 살인사건들과 여전히 남북 전쟁에 대한 불안감을 바라보는 기사들. 24년 OECD가 대한민국 경제 잠재성장률을 1.7%로 예상하며, 이는 아주 심각하다는 이야기. 그리고 올해 5월, 지구 기온 상승 폭이 국제사회가 보는 마지노선 '1.5℃'를 깰 것이라는 전문가의 분석까지.

 

마음 아픈 기사들을 계속 내리며 보다 보니, 마주해야 하는 현실이지만 이대로라면 희망이라는 게 하나도 보이지 않는 캄캄한 미래뿐이라 내겐 작은 도피처가 필요했다. 그래서 메인을 장식하는 자극적인 기사에서 도망쳐 구석에 작게 쓰인 따뜻한 기사 글에 도착했다.

 

 

 

낯선 타인에게 느끼는 따뜻한 온도


 

나는 서울에서 여러 사람들을 마주하며, 한 가지 깨달은 것이 있는데 "아무리 친절한 목소리로 말을 하고, 가장 절박한 상황에 누군가 손을 내밀어도 끝까지 의심하고 꼼꼼히 살펴보자"라는 것이다. 모든 걸 다 설명할 순 없겠지만 내겐 사소한 배움의 계기가 있었다. 그래서 낯선 사람이 내게 이유 없는 친절을 보일 때면 혹시 내게 다른 목적이 있나 싶기도 하다. 그러나 반대로 생각해 보면 나도 대가를 바라지 않는 친절을 타인들에게 구사할 때도 있는데, 이렇게 악의 없이 친절을 베푸는 타인들에게 '혹여나'라는 의심의 마음을 붙여 바라보는 내가 가끔은 한탄스럽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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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본 기사인데, 기자는 안산 단원구의 한 거리에서 분홍색 우산을 든 여성을 마주했고, 이 여성은 리어카를 끄는 어르신을 따라 1km가량을 같이 걸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 여성은 "특별한 일도, 별다른 일도 아니다"라며 신분을 밝히지 않고 떠났다고 하는데, 나는 폐지를 수거하는 어르신들께 비 오는 날은 독이 되는 것을 알고 있다. 비에 젖은 폐지는 품질이 떨어져 원래 가격의 80프로 정도 밖에 받지 못한다. 또한 땅도 질퍽해져 리어카를 끌기도 옷이 다 젖어 자신의 몸 하나 챙기기도 순탄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어르신에게 이 여성은 분홍색의 맑은 하늘이 되어주었다. 두 명이 쓰기에는 너무 작은 우산처럼 보였지만, 온기를 내어주고 그 온기를 받아들이며 각자 삶의 맑은 날을 만들어 가는 것처럼 보였다. '비 때문에 고물들의 가치는 떨어졌을지라도 비 덕분에 삶의 살아갈 수 있는 또 다른 가치를 경험한 것이 아닐지' 감히 생각해 봤다.

 

그렇게 타인의 친절함을 의심하고 나 또한 함부로 친절하지 말아야겠다는 내 생각은 잠시 너그러이 누그러져, 그래도 삶을 살아가는 데에는 인간의 따뜻함이 필요하고 세상을 바꾸는데 큰 이점이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모든 친절함을 의심하기보단, 잘 구분하는 눈을 가질 수 있도록 많이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든 기사였다.

 

 

 

기업의 선순환


 

나는 아직 눈에 띄게 큰 기부를 해본 적이 없다. 물론 매번 기부나 동참 기사를 볼 때면 눈이 끓곤 하지만, 사실 내가 가진 것을 나누기엔 나도 가진 것이 없는 게 내 현실이다. 그래서 가끔 딱 대학생 선에서 기부할 수 있는 작은 모금을 한다거나, 무언가를 사면 일부가 기부가 된다거나 봉사활동을 하러 가는 정도의 애를 쓰고 있다. 그리고 하나 더 하는 게 있다면 사회에 좋은 영향을 준 기업들의 제품을 이용하는 것.

 

가장 먼저 좋아하는 기업이 있다면 '매일유업'을 말하고 싶다. 나는 유당불내증이 있어 우유를 먹고 싶어도 잘 먹지 못하는데, 이러한 사람들을 위해 이 기업은 유당을 제거한 우유를 만들었다. 그렇게 고마운 배려 덕분에 나는 학생 때 흰 우유를 꽤 자주 먹곤 했었다. 또한 매일유업에서는 어르신의 안부를 묻는 우유배달 사업을 진행 중인데, 집 앞에 놓인 우유의 여부를 통해 고독사를 예방하고 어르신들의 영양까지 챙기는 좋은 사업이다. 이러한 좋은 사업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 사랑을 더불어가면 좋겠다. 나도 '매일유업'에 대한 기사를 찾아보며 이러한 소식을 접하게 되어, 기쁘고 좋은 마음으로 후원의 뜻을 함께 할 것 같다.

 

또한 매일유업은 "단 한 명의 아이도 소외되지 않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어야 한다"라는 기업의 철학으로 1999년부터 쭉 선천성대사 이상 환아들을 위한 특수분유를 제조하고 있었다. 이어 최근 기사에서는 캡 커피나 기타 제품에서 빨대를 제거하는 등 플라스틱 사용량 줄이기, 제품을 친환경 소재로 대체하며 재활용하기 등으로 ESG 통합 등급 A등급을 받았다고 한다. 물론 매일 유업을 중심으로 또 다른 기업들이 매일 유업을 지지하며 함께하고 있었다. 그러니 이러한 기업의 뜻에 동참하고 소비하면, 누군가에게 아주 작은 도움이라도 되길 바라고 애쓰는 마음이 전해지지 않을까. 그러한 마음이 모여 개인이 성장하고 기업이 성장하며, 기업은 다시 사회를 위해 노력하고 비로소 지속 가능한 사회가 순환된다고 생각한다.

 

이외에도 따뜻한 온기로 가득 한 기사들이 많았다. 고인이 생전 주문한 물품을 빈소로 배달하고 조의금까지 전달하며 조문한 택배기사님, 휴가를 나온 군인의 밥값을 대신 내고 나간 한 시민, 어린이 병원에 입원한 환아를 위해 단종된 과자를 다시 제조사에게 부탁한 간호사와 그에 기꺼이 응해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선물한 '오리온', 백혈병 환아를 위해 환아가 좋아하던 시리얼을 컵 제품으로 만들어 줄 수 있는지 문의한 부모님과 그에 응해 신제품으로 만들어 따뜻한 말과 함께 환아에게 보내준 '동서식품'

 

마지막으로 본 기사는 경남 통영 소방서에 300달러의 수표와 함께 날아온 손 편지에 대한 글이었다. 글쓴이는 '그레이스'씨였고 당시 가족 일행과 '소매물도' 도보 여행 중 왼쪽 발목을 다쳐 119에 도움을 요청했다고 한다. 소매물도는 통영의 부속 섬 중 최남단에 속에 있는데 이는 통영항에서 1시간 30분가량 걸리는 거리였고, 신고를 받은 통영 소방서 소속 소방대원들이 현장에서 응급처치를 해 그레이스 씨를 육지로 이송해 무사히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후에 그레이스 씨는 소방대원들의 마음에 감동해 덕분에 치료를 잘 받았다는 말을 전하며, "작지만 저희 정성이니 배 안에 있던 분들과 함께 따뜻한 곰탕이라도 사서 잡수세요"라는 말을 전했다. 그러나 대원들은 마음만 받고 다시 300달러를 통영시 장애인 종합복지관에 불우이웃 돕기 성금으로 기부를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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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눈에 띄지 않았던 따뜻한 기사들이 갑자기 물꼬를 튼 듯 계속 나타난다. 더 알리고 싶은 기사들이 한가득이지만, 그런 마음만 한가득 품은 채 기분 좋은 마음으로 글을 기고한다. 처음 기사를 보며 잔뜩 구겨져있던 내 미간은 어느새 사라지고 입가에는 산뜻한 미소만이 남아있다. 지속 가능한 사회와 더 큰 세상을 만들어 가려면 원동력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이렇게 우리 조금만 더 서로를 부둥켜안아주었으면 한다. 어둠 속에서도 서로를 껴안은 따뜻함만은 꺼지지 않을 테니, 살아가는 세상이 너무 차갑고 희망이 없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래도 작은 희망을 찾아내 살아갈 이유를 만들어 보는 건 어떨까. 오늘의 나는 이러한 기사들을 찾아보며, 미래의 나 또한 사회적으로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은은한 내 온기 안에 많은 사람을 품을 수 있도록 따스함이 밝게 번지길 바라며, 잠시 머무른 이 글에서 사람들이 세상의 따뜻함에 마음을 촉촉이 적시고 가길 깊게 염원한다.

 

 

[황수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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