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추리 소설 읽으면서 홍콩 현대사 배우기 - "13.67"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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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따금씩 소설을 읽고는 한다. 이름만 들어도 유명한 고전문학을 읽을 때도 물론 있지만, 가끔은 쉽게 읽히는 소설이 당기는 순간도 있다. 나는 후자의 순간에서 흔히들 추리소설을 읽는다. 아무래도 한 번 읽기 시작하면 손을 떼기 힘들 정도로 몰입도가 상당하기 때문일 것이다.
아시아에서 추리 소설로 가장 유명한 쪽이 일본이라는 데에는 많은 사람들이 동의할 것이라 생각한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으로도 유명한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는 국내에서도 대단히 사랑받는 추리 소설 작가 중 하나이고, 동명의 영화로도 만들어진 작품 <화차> 역시, 일본 작가 ‘미야베 미유키’의 손에 의해 집필되었다.
그러나 오늘 다루고자 하는 추리 소설 <13.67>은 중화권에서 집필된 작품이다. 저자 찬호께이는 홍콩 출신으로, 현재 대만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우리가 그간 더 많이 접해온 일본의 추리 소설이 아니라 낯선 중화권의 추리 소설을 오늘 소개하고자 하는 이유에 대해 궁금한 이들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이제부터 본 작품이 지닌 내외적 가치에 대해 소개하도록 하겠다.
이야기는 총 6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고, 2013년부터 1967년까지 역순으로 전개되는 방식을 취하고 있는데, 이 때문에 자칫 평범하게 느껴질 수 있는 이야기가 신선하게 느껴질 수 있도록 한다. 그리고 마지막 챕터를 읽고 나면 분명히 다시 처음의 챕터로 돌아가게 되리라 생각하는데, 아마 여기에서 느껴질 쾌감도 클 것이다.
이야기의 전개는 뛰어난 추리 능력을 가지고 있는 홍콩 경찰총부의 전설적 인물인 ‘관전둬’와 그의 오랜 파트너인 뤄샤오밍이 중심이 되어 이루어진다.
또한, 각각의 챕터들은 대체적으로 비슷한 맥락으로 전개된다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누구나 쉽게 예상할 수 있는 반전 하나를 먼저 보여주면서 독자들의 방심을 유도한 사이에,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또다른 반전 하나를 보여주며 장르적 쾌감을 선사한다.
비슷한 맥락으로 전개된다고 해서 몰입도가 떨어질 것이라 생각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이전의 챕터의 구조를 조금씩 미묘하게 변주하기 때문에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여담으로, 시간대가 과거로 향해 갈수록 주인공 ‘관전둬’의 현장 수사 개입이 많아지는 것도 흥미롭게 볼 수 있는 부분이다.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장르적 쾌감을 상당하게 느낄 수 있는 작품인 것과는 별개로, 본 작품이 지닌 또다른 가치가 있는데, 이는 우리가 책을 한 페이지 넘기다 보면, 자연스레 홍콩의 현대사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일단 매 챕터가 시작되면서, 그 챕터의 시기와 그 당시의 전체적인 상황에 대한 묘사가 간략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각 시기에 맞는 상황 속에서만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중심으로 사건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굳이 독자들이 그 시기를 이해하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자면, 1977년 배경의 ‘빌려온 공간’ 챕터에서는 경찰조직의 부정부패를 처리하는 염정공서의 영국인 간부 아들이 유괴되는 사건을 다루고 있다. 또한 1997년 배경의 ‘가장 긴 하루’ 챕터에서는 영국으로부터 홍콩이 다시 중국에게 반환되는 어수선한 상황이 작중의 주요한 배경으로서 등장하고 있다.
여담으로 전개 방식이 시간의 역순으로 이루어진 것 역시, 장르적 재미를 주기 위해서이기도 하겠지만, 독자들이 홍콩 현대사를 이해하기에 역순으로 다가가는 것이 진입장벽이 더 낮은 방법이었기에 택한 방식이었을 수도 있겠다고 추측한다.
2019년에 시작된 홍콩 민주화 운동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당연히 홍콩의 역사에 대해 조금이나마 알고 있다면, 지금의 상황에 대해서도 더욱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13.67>을 통해, 홍콩의 현대사도 알아가고, 신선한 추리 소설을 경험해보는 것은 어떨까.
한줄평 : 홍콩 현대사와 장르적 재미를 모두 잡은 수작
[송도영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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