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당신이 몰랐던 '인간' 파바로티

글 입력 2019.12.25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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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치아노 파바로티. 클래식과 성악에 무지한 사람일지라도 이름만 들으면 아는 유명한 테너이다. 그는 플라시도 도밍고, 호세 카를레스와 더불어 세계 3대 테너로 잘 알려져 있으며,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성악가 1위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1935년 이탈리아의 모데나에서 태어나 2007년 췌장암으로 미국에서 치료 도중 사망했다. 그가 사망했을 당시 우리나라 동아일보에서는 "울어라 청중이여, 황제의 노래가 멈췄다."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낼 정도로 파급력이 있던 테너였다.

 

지금 리뷰하고자 하는 영화 <파바로티>는 이 루치아노 파바로티의 생애를 다룬 다큐멘터리식 영화이다. 그렇다고 해서 2시간이라는 러닝타임 내내 노래만 나오는 고리타분하고 졸린 영화는 아니고, 따분한 인터뷰만 진행되는 뻔한 영화도 아니다.


분명 영화 속에는 노래와 인터뷰 그리고 실제 파바로티 대신 그의 주변인물들이 등장하고, 화려한 편집기술이나 CG가 가미된 것도 아니지만, 단언컨대 러닝타임 내내 두 눈을 스크린에서 떼지 못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그리고 그 매력이라함은 파바로티로부터 우러러 나오는 본연의 인간미와 프로 테너로서의 능력일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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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ciano Pavarotti (1935~2007)

 

 

왼쪽의 모습은 그가 데뷔한지 얼마 안됐을 때의 젊은 시절 사진이고, 오른쪽 사진을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파바로티의 모습이다. 사실 유명한 테너라고 하기는 해도, 나는 클래식 음악 전공도 아닌데다가, 이탈리아 사람도 아니기 때문에 미디어에서 비춰지는 파바로티의 간단한 정보만 알면 다행인 수준이었다. 그러나 그런 나의 얕은 지식과는 관계없이 영화는 꽤 친절하게 시작된다.

 

영화는 파바로티의 매니저와 그의 마지막 연인인 니콜레타 만토바니가 찍은 비디오테이프와 남은 자료화면 그리고 공식 영상과 현재 지인들의 인터뷰를 짜집기하여 진행된다. 그리고 시간의 순서를 거슬러 올라가며 파바로티의 유년시절부터 시작된다.

 

빵굽던 성악가인 아버지의 영향으로 테너를 시작하여, 상을 타고, 테너라는 것을 직업으로 삼기까지의 과정, 그리고 그 이후에 대회에서 우승하여 1961년 오페라의 배역을 따내며 레조 에밀리아의 오페라 하우스에서 푸치니 오페라 '라 보엠'의 '로돌포'역으로 훌륭히 데뷔하는 모습부터 '연대의 딸' 공연으로 하이C의 제왕이 되기까지.

 

사실 내가 느끼기에는 그저 능력치 금수처럼 보였다. 타고난 예술가. 일반인들은 따라할 수 없는 그만의 목소리. 훌륭한 울림통 등등. 그는 죽은 후에나 세계적인 거장이 된 반 고흐 같은 예술가와는 달리, 타고났고, 재능이 풍부했으며, 독보적이었다.






영화관에서 보고 가장 소름이 돋았던 라이브 '네순 도르마'는 파바로티의 시그니처 곡이자, 그가 가장 사랑했던 곡으로도 알려져있다. 영화관 속 스크린을 통해 이 곡을 들으며 나는 소름이 돋지 않을 수 없었는데, 이는 마치 성악의 신이 인간 세상에 재림하여 노래로 인간을 평정하겠다는 의지 같은게 느껴지는 정도였다. 어느 누구나 이 곡을 부를 수는 있지만, 그 어떤 누구도 이 곡을 파바로티 만큼 소화할 수는 없을테다.

 

그렇다면, 지금부터는 2020년 가장 기대되는 영화인 <파바로티>에서 주목해야 할 세 가지 포인트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도록 하겠다.



 


Part 1. 인간미

인간 파바로티는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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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밖 파바로티는 늘 편안한 차림을 하고 사람들 사이에 둘러싸여서 밝은 표정으로 이야기 하고 있었다. 외로움을 많이 타서 사람을 좋아하고, 무녀독남 가정에서 태어나 늘 여자들과 편안한 관계를 유지했던 파바로티. 개구쟁이이면서 장난치는 것을 좋아하지만 누구보다 주변 사람들을 아끼고 사랑하며, 늙어서는 전 세계의 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시선과 애정까지 듬뿍 쏟았던 그였다.


비록 한 번의 결혼과 그를 스쳐지나간 한 명의 여자 그리고 마지막에 그의 곁을 지킨 또 한명의 어린 여자를 보며, 카톨릭 신자인 그가 수많은 여성편력을 자랑하는 사실에는 공감하며 웃을 수는 없었지만, 그렇지만 그에게 사람을 끄는 매력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100년 후, 나는 오페라를 친근하게 만든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어. 그저 명성을 위해서 새로운 오페라를 추구한 게 아니라는 걸 사람들이 알아주면 좋겠어. 그리고 늘 비평의 대상이었으니 용감한 사람으로 기억되면 좋겠어.“라고 말하는 파바로티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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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사를 자꾸 되새김 하면 할 수록 대단하게 느껴지는게 있는데 바로 그는 자신이 바라는 것을 단순히 소망으로만 남겨두지 않고 그것의 실현을 위해 노력했다는 점이다.


우선 그는 오페라라는 장르를 대중들에게 친숙히 만들기 위해 전성기가 조금 지난 시기인 1993년부터 거대한 자선 콘서트인 '파바로티와 친구들'이라는 공연을 열었고, '인간' 파바로티의 매력에 빠져 그와 가까이 지내던 故다이애나 왕세자비, 록밴드 U2의 리더 보노에 이어, 대중들 마저도 그런 그의 매력에 빠지지 않을 수 없게끔 만들었다.


그리고는 뒤이어 설명할 '쓰리 테너 콘서트'를 열어 대중들에게 한 발자국 다가가고자 노력했다. 또한 용감한 사람이 되기 위해 제 아무리 비평가들이 악랄한 말로 그를 비판하고, 상업적인 테너라고 욕해도 자신의 의지를 굳힌채 꿋꿋히 '자선'이라는 명목아래에 공연을 성공적으로 이어나갔다.

 

이는 단순히 하얀 손수건을 붙들고 노래하며 구부린 못을 지니고 공연하는 한 아저씨 테너의 이야기가 아닌,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오페라스타의 의지와 목적의식을 엿볼 수 있는 것이었다. 그가 세계의 정상에 서기까지 단순히 금수저 능력만이 뒷받침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실히 하는 것이기도 했다.



 


Part 2. 쓰리 테너 콘서트

3대 테너 콘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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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치아노 파바로티, 플라시도 도밍고, 호세 카를로스의 3인으로 구성된 3대 테너. 이 들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테너들이자 역사상 다시 존재하기 어려울 것 같은 조합이었다. 단순히 음악으로 묶인 관계가 아닌, 형제로서, 동업자로서, 같은 목적을 갖고서 노래하는 세 사람의 모습에는 많은 사람이 감동했고, 지금까지도 레전드로 회자되고 있다.

 

쓰리 테너의 역사는, 1988년 백혈병을 완치한 카레라스가 자신이 설립한 호세 카레라스 백혈병 재단이 주최하는 자선 콘서트를 개최했는데 좋은 호응을 얻으며 시작되었다. 그 이후 도밍고와 파바로티는 카레라스의 재기를 기념하는 목적으로 다시 공연을 하기로 약속을 하고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결승전 전야제날, 로마의 카라칼라 목욕탕 유적에서 주빈 메타의 지휘로 공연을 갖는다. 세계 최정상의 테너 셋이 모인 이 공연은 엄청난 호응을 얻었고, 데카에서 출시한 공연 음반은 클래식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앨범으로 기네스북에 기록된다.

 

이후 주빈 메타의 지휘로 월드컵 전야제마다 공연을 열게 된다. 1994년 미국 월드컵에서는 LA 다저스 스타디움에서 열렸고 보다 이벤트 성향이 강해지며 인기를 얻었다. 1998 프랑스 월드컵에서는 파리에서 월드컵 전야제를 기념했고. 2002 한일 월드컵에서는 한국과 일본의 공동개최를 기념하여 2001년 6월 22일에 서울에서, 2002년 전야제날 일본 요코하마에서 공연을 갖는다. 다시 의기투합하여 2006 독일 월드컵에서 공연을 열 것임을 선언했지만, 2006년에 파바로티에게 췌장암이 발병하여 이루어지지 못했다. 마지막 쓰리테너 콘서트는 2005년 멕시코 몬테레이에서 있었다. (나무위키 참고)

 

그러나 쓰리테너 콘서트는 상업적 쇼에 불가하다는 비평을 얻기도 했지만, 반대로 클래식 음악의 진입 장벽을 낮추고 대중화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도 그럴것이, 쓰리테너를 시작으로 사람들의 클래식에 대한 관심도가 급증하였고, 음반 판매량도 급증하였으며, 클래식 음악 공연이 활성화되었기 때문이다. 제 아무리 상업적 공연이 되었다 한들, 일반 서민들에게 박혀있던 '부유 계층들만의 고상한 취미'라는 고정관념을 조금은 깨부순 계기가 되기에는 충분했다.





 


Part 3. 거장 파바로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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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우리에게 남기고 떠난 것은 아주 많다. 그의 살아생전 모습을 한 번도 보지 못했지만, 이렇게 영화속에서 감동을 받고, 유튜브를 통해 그의 공연 실황을 다 찾아보며 일일히 감동 받는 나같은 팬도 있는데, 그 당시에 그의 공연을 관람했던 수십 수백만의 사람들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감히 상상도 가지 않는다.


그의 맑고 청아하며 단단한 노래소리를 들을 때면, 관객석에서 울거나 기절하는 사람이 나올 정도였다고 한다. 우리는 이제 그런 그의 목소리를 들을 수는 없지만, 돌비 디지털 사운드로 재현해낸 이 영화를 통해 그 시절의 감동을 절반 이상이나마 느껴볼 수 있게 되었다.

 

114분의 러닝타임 속에는, 데뷔 무대부터 시작해서, 쉽게 구할 수 없는 희귀하고 진귀한 인터뷰 영상들이 한가득이다. 그 당시 유명인사들과 허물없이 친구로 지내는 모습에서는 갑자기 평범한 이탈리아 뚱보 아저씨에서 슈퍼스타로 느껴지며, 아주 먼 거리감이 들기도 한다. 때로는 까탈스럽고 제멋대로 구는 그의 모습에서는 '펑키한 헐리웃 스타'와도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사람과 일을 사랑하며 누구보다 열정적이고 긍정적으로 살았던 사람, 루치아노 파바로티. 거장이라는 이름 뒤에 숨겨진 그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이 영화에는 잔뜩 실려있다. 그 장엄한 이야기와 조금은 당황스러운 이야기까지. 그가 거장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멋지고 훌륭한 아버지로 기억되고 싶어했던 이유도 조금은 알게 된채로 영화관을 나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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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생애를 쭉 훑어보며 마음 속에서 깊은 감동이 차올랐고, 그가 인생을 대하는 태도에 자동적으로 숙연해질 수 밖에 없었다. 더 높은 곳에 올라가서 더 낮은 곳까지 바라보려고 하는 그의 자세에 그의 삶의 태도가 고스란히 묻어 나오는 듯 했다. 인간적인 사람. 오페라 그 자체인 사람. 그리고 이 지구에서 가장 노래를 잘하는 테너로서 그는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어린 시절 축구선수가 되고싶었던 파바로티가 공식적으로 선 마지막 무대. 2006년 2월 10일 이탈리아 토리노 동계올림픽의 개막식 무대를 끝으로 이 글을 마친다.




 

누구나 빠져들게 만드는 목소리와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열정, 무대 위에서는 강렬한 카리스마, 무대 아래에선 잔망스런 매력을 지닌 전 인류가 사랑한 슈퍼스타 ‘루치아노 파바로티’의 감동적인 이야기가 담길 2020년 첫 번째 음악영화 <파바로티>는 2020년 1월1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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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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