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VIOLENTLY(폭력적으로) HAPPY(행복한) : 제19회 서울국제뉴미디어페스티벌

글 입력 2019.08.28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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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에 선 젠더X국가



: 기존의 젠더 개념에 도전하고 있는 작품을 통해 젠더 관점에서 국가란 무엇인가에 대해 논의해보고자 한다.

 

올해 서울국제뉴미디어페스티벌의 슬로건은 ‘젠더 x 국가’다. 이는 가부장적 국가에서 여전히 배제되고 있는 존재들에 대한 질문이다.


젠더와 국가. 둘 다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것들이다. 우리를 둘러싼 울타리이고, 보이지 않는 경계다. 그것들은 우리를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또는 공동체에서 서로가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고 살아가기 위한 일종의 규칙으로 만들어졌으나, 우리는 언제나 이 사실을 알아야 한다. 울타리는 언제나 두 가지 기능을 가진다. 보호가 있다면 그곳에는 반드시 억압도 있다.


사회의 문제들, 모순들, 현실과 이상의 괴리에서 오는 팽팽한 긴장감을 완화시키는 데에는 예술이 최고의 언어가 아닐까. 그 사이에 유머라는 다리를 놓아 일종의 화합을 이끌어내는 것이야말로 예술이 가진 기능과 의무가 아닐까. 네마프 2019에서 젠더와 국가라는 괴리 사이에 어떤 다리를 놓고 있는지, 또한 그 다리 위를 걸어보며 스스로가 인지하지 못했던 모순들은 무엇인지 생각해볼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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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OLENTLY(폭력적으로, 격렬하게) HAPPY(행복한)



어, 사실 망설여진다. 이 글을 어떻게 시작해야 좋을까. 뭐부터 이야기해야 좋을까. SM 하면 생각나는 영화가 있다.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와 <님포매니악>.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는 내가 보지를 않아서, 정확히 어떤 것들을 보여주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님포매니악>은 장면 하나하나가 내 머릿속에 남아있다. 내가 좋아하는 감독의 영화이기에 봤지만, 생각보다 충격적인 이미지들에 정말 숨도 못 쉬고 봤다. 그때까지 SM이 뭔지도 정확히 몰랐으니까. 오죽하면 <님포매니악>에게는 ‘기분만 나빠지는 영화’라는 수식어가 붙었을까.


SM? 그게 뭐야 도대체.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건 연예인 기획사 뿐인데. SM은 각각 Sadist와 Masochist를 뜻한다. 사디스트는 가학성애자를 의미하는데, 누군가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상대가 고통스러워할 때 쾌감을 느낀다. 그와 반대로 마조히스트는 누군가에게 폭력을 당하고 고통스러울 때 쾌감을 느낀다.


‘쾌감’이란 건 말 그대로 즐거운 마음이고 ‘고통’은 불행한 상태를 의미하는 것인데, 이 둘이 하나가 될 수 있을까. 사디즘을 인터넷 사진에서 찾아보면 더 자세한 설명을 볼 수 있다.

 


사디즘이라고 최초로 명명한 사람은 R.von 크라프트에빙인데, 사드 이전에도 문학이나 미술 속에서 사디즘의 표현을 볼 수 있다.《만상론(萬象論)》에는 “죽음과 싸우고 있는 불행한 뱃사람의 조난을 언덕 위에서 구경하는 것은 유쾌한 일이다”라는 글이 있다. 그리스도의 수난이라든지 성자의 순교나 지옥의 형벌을 그림으로 나타낸 중세의 회화에도 화가의 무의식적인 사디즘이 역력히 나타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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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DSM은 지배와 복종, 롤 플레잉, 감금, 기타 인간 상호 작용을 포함하는 다양한 성적 활동이다. BDSM은 성적인 행위 또는 즐거움을 주기 위한 행동이 한쪽이 한쪽보다 우위에 있도록 하는 불평등한 관계에서 진행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말하자면, 일상적으로 혹은 일시적 성관계 도중으로 양자간에 '주인과 노예', '주인과 펫' 등과 같은 일종의 역할이 주어지는 상황극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BDSM은 SM보다 좀 더 포괄적인 의미라고 할 수 있다. Bondage(구속), Discipline(훈육) 또는 Dominance(지배), Submission(굴복) 또는 Sadism(가학), Masochism(피학)의 약자이다. 개인적으로 국내에서는 SM이나 BDSM 대한 담론이 터부시되는 느낌을 받는다.


아, 물론 해외에서 거주한 경험이 없기 때문에 해외에서는 어떻게 담론화되고 있는지 잘 모르지만. 성소수자의 존재나 그들의 인권에 대한 이야기들이 미미하며, 나 또한 너무나 무지한 부분이다. 사회적인 담론이 많이 없다 보니, 사회가 규정해둔 ‘일반적’인 틀에서 벗어나는 BDSM이나 SM은 ‘비정상적’인 것으로 통칭된다.


영화 <바이올렌틀리 해피> 시작 부분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벌거벗은 채로 초에서 떨어지는 촛농을 서로의 몸에 떨어트리고 있다. 뚝뚝 녹아내리는 액채가 몸에 닿을 때마다, 소스라치게 놀라며 고통스러워하지만, 그들은 역설적이게도 그 고통을 즐거워한다. 모든 행위는 서로의 합의하에 이루어진다. 그들에게 협의하에 진행되는 폭력은 일종의 놀이일 뿐이다.

 

 ‘나는 한 마리의 양이 나의 폭력성에 몸을 떨고,

두려워할 때 쾌감을 느낀다.’

 

안락하고 마치 종교 의식을 진행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 공간에 사람들이 둘러앉는다. 이 모임의 리더인 ‘필릭스’는 옷을 벗고 가만히 기다린다. 잠시 후 한 여성이 다가와 필릭스의 몸에 바늘 하나하나를 꿴다. 살을 관통하여 박혀있는 수십개의 바늘은 그의 등에 달려 그가 숨을 내쉴 때마다 펄럭거린다. 필릭스가 그 날개를 달고 뛰어다닐 때는 그가 고통스러워 보이면서도, 황홀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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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렌틀리 해피>는 성적인 친밀감에 관한 영화이다. 이는 새로운 삶의 방식을 찾길 원하는 베를린 사람들을 보여주며, 그들은 약 150평 정도 크기의 거실에서 무자비한 성적 판타지를 실험한다.


영화가 끝난 후에는 임옥희 교수의 강연을 들을 수 있었다. 교수가 했던 말이 기억에 남는다. ‘과연 헤테로섹슈얼 가정이 얼마나 정상적이라고 할 수 있는 걸까요? 우리 사회는 일상 속에서의 지배적인 권력 관계는 당연하다 여기면서 인공적인 무대-상호가 동의한 ‘안전’한 상황-에서의 권력 관계는 도착적인 것으로 몰아가는 모순이 있습니다.’


정말로 영화 내내 그들의 행위가 예술적이고, 실험적이며, 모험적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몸을 때리고, 고통을 주는 행위들에 불편한 마음이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그럼에도 자유로워 보인다는 생각 또한 지울 수 없었다. 그들은 항상 새로운 방법들을 찾아내고 실험하고, 좀 더 즐길 수 있는 방법들에 대해 그들은 이야기를 나눴다. 그들이 서로의 합의하에 진행했다면, 그것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야말로 그들의 자유 의지를 무시하는 것 아닐까?

 

임옥희 교수의 강연은 BDSM과 페미니즘의 관계에 대한 주제로 진행되었다. 그들의 자유로운 선택이 흥미로우면서도, 불편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 있었다. 영화의 후반부에 펠릭스의 커뮤니티에 기자가 찾아온다. 그는 질문을 던진다. ‘페미니즘 관점에서 봤을 때 BDSM은 여성 행복 추구권과 여성 해방이라는 이념에 위배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견이 있다.’ 인터뷰어는 이렇게 답한다. ‘BDSM은 서로 협의가 된 이후에 놀이로 즐기는 것이다. 나는 내가 원할 때만 이러한 관계를 재설정할 뿐이다. 주종 관계는 이 안에서만 이루어지는 놀이다.’ 그의 답변에도 불구하고 ‘섭’이 대변하는 ‘여성성’과 페미니즘의 가치는 충돌할 수밖에 없다는 관점이 있다.


*‘섭’은 ‘서브미시브’를 뜻하며, 수동적이거나 복종하는 역할을 맡는 쪽을 의미한다.

 

우리는 이 이야기들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전혀 생각해보지 못했기에, 나에겐 더욱 새롭고 흥미로운 부분이었다. BDSM에 생각보다 많은 단어들, 많은 이야기들이 있다는 것. 리서치를 진행하며 꽤 흥미로운 부분이었다. 인간의 본성이나 철학적인 문제로 접근해도 흥미로울 것 같다. 실제로 영화 자체가 철학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기도 했고. 젠더X국가 라는 주제 아래 좋은 영화와 강연을 기획한 네마프, 이번을 계기로 매년 참여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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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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