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VIOLENTLY(폭력적으로) HAPPY(행복한) : 제19회 서울국제뉴미디어페스티벌

글 입력 2019.08.28 19:24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nemaflogo1563783217.png
 



경계에 선 젠더X국가



: 기존의 젠더 개념에 도전하고 있는 작품을 통해 젠더 관점에서 국가란 무엇인가에 대해 논의해보고자 한다.

 

올해 서울국제뉴미디어페스티벌의 슬로건은 ‘젠더 x 국가’다. 이는 가부장적 국가에서 여전히 배제되고 있는 존재들에 대한 질문이다.


젠더와 국가. 둘 다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것들이다. 우리를 둘러싼 울타리이고, 보이지 않는 경계다. 그것들은 우리를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또는 공동체에서 서로가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고 살아가기 위한 일종의 규칙으로 만들어졌으나, 우리는 언제나 이 사실을 알아야 한다. 울타리는 언제나 두 가지 기능을 가진다. 보호가 있다면 그곳에는 반드시 억압도 있다.


사회의 문제들, 모순들, 현실과 이상의 괴리에서 오는 팽팽한 긴장감을 완화시키는 데에는 예술이 최고의 언어가 아닐까. 그 사이에 유머라는 다리를 놓아 일종의 화합을 이끌어내는 것이야말로 예술이 가진 기능과 의무가 아닐까. 네마프 2019에서 젠더와 국가라는 괴리 사이에 어떤 다리를 놓고 있는지, 또한 그 다리 위를 걸어보며 스스로가 인지하지 못했던 모순들은 무엇인지 생각해볼 기회가 될 것이다.



12345.jpg
 


VIOLENTLY(폭력적으로, 격렬하게) HAPPY(행복한)



어, 사실 망설여진다. 이 글을 어떻게 시작해야 좋을까. 뭐부터 이야기해야 좋을까. SM 하면 생각나는 영화가 있다.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와 <님포매니악>.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는 내가 보지를 않아서, 정확히 어떤 것들을 보여주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님포매니악>은 장면 하나하나가 내 머릿속에 남아있다. 내가 좋아하는 감독의 영화이기에 봤지만, 생각보다 충격적인 이미지들에 정말 숨도 못 쉬고 봤다. 그때까지 SM이 뭔지도 정확히 몰랐으니까. 오죽하면 <님포매니악>에게는 ‘기분만 나빠지는 영화’라는 수식어가 붙었을까.


SM? 그게 뭐야 도대체.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건 연예인 기획사 뿐인데. SM은 각각 Sadist와 Masochist를 뜻한다. 사디스트는 가학성애자를 의미하는데, 누군가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상대가 고통스러워할 때 쾌감을 느낀다. 그와 반대로 마조히스트는 누군가에게 폭력을 당하고 고통스러울 때 쾌감을 느낀다.


‘쾌감’이란 건 말 그대로 즐거운 마음이고 ‘고통’은 불행한 상태를 의미하는 것인데, 이 둘이 하나가 될 수 있을까. 사디즘을 인터넷 사진에서 찾아보면 더 자세한 설명을 볼 수 있다.

 


사디즘이라고 최초로 명명한 사람은 R.von 크라프트에빙인데, 사드 이전에도 문학이나 미술 속에서 사디즘의 표현을 볼 수 있다.《만상론(萬象論)》에는 “죽음과 싸우고 있는 불행한 뱃사람의 조난을 언덕 위에서 구경하는 것은 유쾌한 일이다”라는 글이 있다. 그리스도의 수난이라든지 성자의 순교나 지옥의 형벌을 그림으로 나타낸 중세의 회화에도 화가의 무의식적인 사디즘이 역력히 나타나 있다.



2000px-BDSM_acronym.svg.png
 


BDSM은 지배와 복종, 롤 플레잉, 감금, 기타 인간 상호 작용을 포함하는 다양한 성적 활동이다. BDSM은 성적인 행위 또는 즐거움을 주기 위한 행동이 한쪽이 한쪽보다 우위에 있도록 하는 불평등한 관계에서 진행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말하자면, 일상적으로 혹은 일시적 성관계 도중으로 양자간에 '주인과 노예', '주인과 펫' 등과 같은 일종의 역할이 주어지는 상황극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BDSM은 SM보다 좀 더 포괄적인 의미라고 할 수 있다. Bondage(구속), Discipline(훈육) 또는 Dominance(지배), Submission(굴복) 또는 Sadism(가학), Masochism(피학)의 약자이다. 개인적으로 국내에서는 SM이나 BDSM 대한 담론이 터부시되는 느낌을 받는다.


아, 물론 해외에서 거주한 경험이 없기 때문에 해외에서는 어떻게 담론화되고 있는지 잘 모르지만. 성소수자의 존재나 그들의 인권에 대한 이야기들이 미미하며, 나 또한 너무나 무지한 부분이다. 사회적인 담론이 많이 없다 보니, 사회가 규정해둔 ‘일반적’인 틀에서 벗어나는 BDSM이나 SM은 ‘비정상적’인 것으로 통칭된다.


영화 <바이올렌틀리 해피> 시작 부분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벌거벗은 채로 초에서 떨어지는 촛농을 서로의 몸에 떨어트리고 있다. 뚝뚝 녹아내리는 액채가 몸에 닿을 때마다, 소스라치게 놀라며 고통스러워하지만, 그들은 역설적이게도 그 고통을 즐거워한다. 모든 행위는 서로의 합의하에 이루어진다. 그들에게 협의하에 진행되는 폭력은 일종의 놀이일 뿐이다.

 

 ‘나는 한 마리의 양이 나의 폭력성에 몸을 떨고,

두려워할 때 쾌감을 느낀다.’

 

안락하고 마치 종교 의식을 진행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 공간에 사람들이 둘러앉는다. 이 모임의 리더인 ‘필릭스’는 옷을 벗고 가만히 기다린다. 잠시 후 한 여성이 다가와 필릭스의 몸에 바늘 하나하나를 꿴다. 살을 관통하여 박혀있는 수십개의 바늘은 그의 등에 달려 그가 숨을 내쉴 때마다 펄럭거린다. 필릭스가 그 날개를 달고 뛰어다닐 때는 그가 고통스러워 보이면서도, 황홀해 보인다.

 

 

678.jpg
 


<바이올렌틀리 해피>는 성적인 친밀감에 관한 영화이다. 이는 새로운 삶의 방식을 찾길 원하는 베를린 사람들을 보여주며, 그들은 약 150평 정도 크기의 거실에서 무자비한 성적 판타지를 실험한다.


영화가 끝난 후에는 임옥희 교수의 강연을 들을 수 있었다. 교수가 했던 말이 기억에 남는다. ‘과연 헤테로섹슈얼 가정이 얼마나 정상적이라고 할 수 있는 걸까요? 우리 사회는 일상 속에서의 지배적인 권력 관계는 당연하다 여기면서 인공적인 무대-상호가 동의한 ‘안전’한 상황-에서의 권력 관계는 도착적인 것으로 몰아가는 모순이 있습니다.’


정말로 영화 내내 그들의 행위가 예술적이고, 실험적이며, 모험적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몸을 때리고, 고통을 주는 행위들에 불편한 마음이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그럼에도 자유로워 보인다는 생각 또한 지울 수 없었다. 그들은 항상 새로운 방법들을 찾아내고 실험하고, 좀 더 즐길 수 있는 방법들에 대해 그들은 이야기를 나눴다. 그들이 서로의 합의하에 진행했다면, 그것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야말로 그들의 자유 의지를 무시하는 것 아닐까?

 

임옥희 교수의 강연은 BDSM과 페미니즘의 관계에 대한 주제로 진행되었다. 그들의 자유로운 선택이 흥미로우면서도, 불편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 있었다. 영화의 후반부에 펠릭스의 커뮤니티에 기자가 찾아온다. 그는 질문을 던진다. ‘페미니즘 관점에서 봤을 때 BDSM은 여성 행복 추구권과 여성 해방이라는 이념에 위배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견이 있다.’ 인터뷰어는 이렇게 답한다. ‘BDSM은 서로 협의가 된 이후에 놀이로 즐기는 것이다. 나는 내가 원할 때만 이러한 관계를 재설정할 뿐이다. 주종 관계는 이 안에서만 이루어지는 놀이다.’ 그의 답변에도 불구하고 ‘섭’이 대변하는 ‘여성성’과 페미니즘의 가치는 충돌할 수밖에 없다는 관점이 있다.


*‘섭’은 ‘서브미시브’를 뜻하며, 수동적이거나 복종하는 역할을 맡는 쪽을 의미한다.

 

우리는 이 이야기들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전혀 생각해보지 못했기에, 나에겐 더욱 새롭고 흥미로운 부분이었다. BDSM에 생각보다 많은 단어들, 많은 이야기들이 있다는 것. 리서치를 진행하며 꽤 흥미로운 부분이었다. 인간의 본성이나 철학적인 문제로 접근해도 흥미로울 것 같다. 실제로 영화 자체가 철학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기도 했고. 젠더X국가 라는 주제 아래 좋은 영화와 강연을 기획한 네마프, 이번을 계기로 매년 참여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장소현tag.jpg
 



[장소현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이름
비밀번호
자동등록방지
04617
 
 
 
 

등록번호 : 경기, 아52475   |   E-Mail : artinsight@naver.com
발행인/기사배열책임자 : 박형주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형주
Copyright ⓒ 2013-2020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트(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