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그림이 그려지는 듯한 가사와 분위기를 담은 노래들 [음악]

글 입력 2019.04.18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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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은 분명 청각이 담당하는데, 한 편의 영화와 같이 그림이 그려지는 노래들이 있다. 그들은 대개 가사가 매우 서정적이거나, 틈틈이 시각을 자극하는 청각적 요소들이 숨겨져 있다. 그리하여 듣는 이로 하여금 계속해서 머릿속으로 그림을 그리게 만든다. 어쩌면 그림을 그릴 필요도 없이 그저 장면들이 떠오른다. 나의 의지가 아니라 음악의 의지대로 내 머릿속이 반응하는 듯하다.


음악뿐 아니라 영화에서도 마찬가지인데, 나는 작품을 처음 들었을 때(혹은 봤을 때)와 두 번 들었을 때의 느낌이 다른 작품을 정말 좋아한다. 때로는 경이롭게 느껴진다. 아티스트의 치밀한 전개에 의해 그것을 향유할 때마다 다른 것들이 보이고, 들린다. 그 숨겨진 의도와 치밀한 정성이 나에게 닿아 아티스트의 에너지가 한껏 전해지는 기분이다. 그리고 들을 때마다 또 다른 게 들리니 무엇보다 재밌고, 계속해서 새롭다. 그들이 나에게는 진정한 보물이다.


뒤이어 추천할 노래들은 앞서 말한 것처럼 그림이 그려지는 듯한 가사와 분위기가 담긴 노래들이다. 한 편의 영화와도 같이 치밀한 정성으로 이루어진 작품들을 화가가 된 기분으로 감상해보는 건 어떨까.




All too well - Taylor swift





지금 그녀는 팝의 왕이 되었지만, 한때는 컨트리의 요정이었다. 이 노래는 Red라는 이름으로 발매된 네 번째 앨범에 수록된 곡으로, 지금의 기계음 담긴 음악과는 느낌이 많이 다르다. 무엇보다 서정적인 가사가 한 편의 소설이다. 누군가와 사랑을 할 당시, 모든 것이 특별해 보이는 감정과 헤어진 후의 무기력한 감정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오래된 스카프, 체크 셔츠, 냉장고 불빛. 이런 구체적인 단어들은 더 구체적인 그림을 그릴 수 있게 해준다.


사실 테일러 스위프트의 모든 음악이 그러하다. 치밀하게 장치들이 숨겨져 있지는 않지만, 담백하고 솔직한 가사들이 한 폭의 그림을 그리게 만든다. 마치 내가 이 노래 속 주인공이 된 마냥 가사를 곱씹고, 곱씹어보게 한다. 그러한 점에서 테일러 스위프트의 모든 음악을 좋아한다.


나는 가을하면 이 노래가 떠오른다. 뜨거운 여름이 지나고 찬찬히 가을의 바람이 불어올 때면 이 노래를 듣는다. 주황색과 갈색의 중간쯤 빛깔과 수많이 쌓인 낙엽의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떠오른다. 테일러가 라이브하는 영상을 보면 유독 이 노래를 부르다가 눈물을 흘리는 장면을 많이 볼 수 있는데, 아마 그녀에게도 이 노래는 특별한 무언가가 담겨있나 보다.



I walked through the door with you

the air was cold

but something about it felt like home somehow

and I left my scarf there at your sisters house

And you still got it in your drawer, even now


너와 함께 문을 나섰어

공기는 차가웠지

그치만 왠지 집처럼 느껴지는 무언가가 있었어

난 내 스카프를 네 누나의 집에 놓고 갔고

넌 서랍장에 그걸 여전히 갖고 있지. 지금까지도


-


Photo album on the counter

your cheeks were turnin' red

you used be a little kid with glasses in a twin size bed


Your mothers telling stories about you on the t ball team

you tell me about your past

thinkin' your future was me


카운터에 놓인 사진 앨범

네 볼은 붉어졌어

너는 안경을 쓴 채 트윈 사이즈 침대에 누워 있는 어린아이였어


너의 엄마는 네가 티볼 팀에 있을 때의 이야기를 해줬고

너는 너의 과거에 대해 이야기했어

너의 미래는 나라고 생각하면서


-


Cause here we are again in the middle of the night

We're dancing 'round the kitchen in the refrigerator light 

Down the stairs, I was there

I remember it all too well


왜냐면 우린 한밤 중에 여기 다시 와있어

우린 냉장고의 불빛 그 속에서 부엌 주위 춤을 추지

계단을 내려오면, 그곳엔 내가 있어

나는 모든 걸 너무나 잘 기억해


-


Hey, you call me up again just to break me like a promise

So casually cruel in the name of being honest

I'm a crumbled up piece of paper lying here

Cause I remember it all all all too well


넌 나를 부수려고 다시 전화를 했어 마치 하나의 약속인 것처럼

솔직함이라는 이름으로 아주 무심하고 잔인하게

나는 여기 널부러진 종잇조각처럼 바스라졌어

왜냐하면 난 모든 걸 너무도 잘, 기억하거든


-


But you keep my old scarf from that very first week

'Cause it reminds you of innocence

and smells like me

you can't get rid of it

'Cause you remember it all too well


하지만 넌 바로 그 첫 주부터 여전히 내 오래된 스카프를 가지고 있어

그게 그때의 순수함과 나의 향기를 떠올리게 하니까

넌 버릴 수 없는 거야

왜냐하면 넌 모든 걸 너무도 잘 기억하고 있거든





Lovestruck - Clode





너무 영광스럽게도 콜드의 콘서트에 직접 가 두 눈과 두 귀로 이 노래를 들을 수 있었다. 음원과 다르지 않은, 어쩌면 음원보다 더 좋은 라이브에 놀랐다. 무대 위 파란색 빛과 하얀색 조명 장치, 그리고 노래하는 콜드밖에 눈에 보이지 않았다. 그들이 마치 하나같았다. 앨범 커버같이 구름 낀 하늘과 바다 같았다.


콘서트장에서 곡 소개를 하며 얘기해준 건데 콜드 본인은 단어에서 영감을 받아 그 느낌을 곡으로 표현한다고 한다. 이 노래도 그렇게 탄생한 곡으로, Lovestruck이라는 단어를 보고 느낀 감정을 그대로 나타냈다. Lovestruck. 우리말로 옮기면 첫눈에 반한, 상사병 정도일 것이다. 그래서 그러한가. struck이라는 단어에서 오는 느낌이 그대로 이어져, 곡의 첫 시작에 마치 감전된 듯한 스파크가 인다.


마치 첫눈에 반한, 혹은 서서히 사랑에 빠져들다가 사랑을 자각하게 된, 바로 그 첫 순간의 느낌이 든다. 그리고는 이내 잔잔해진다. 하지만 이러한 지릿지릿한 느낌은 곡이 끝날 때까지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귓가에 맴돈다. 담백한 느낌이라기보다는 치밀한 장치들이 하나의 음악을 이루면서 그전에는 몰랐던 장치들이 새롭게 들려, 계속 다른 느낌을 주는 곡인 것 같다.


거기에 더해지는 솔직하지만 조심스러운, 무언가 전할 용기는 없지만 나를 알아달라고 외치는 듯한 가사들은 그러한 느낌을 더 증폭시켜준다. 나른하고 감미로운 목소리 또한 이 음악을 듣기 좋게 만든다.



난 너를 보면

이유 없이 좋아서

내 언어들은 섞여

곧 체계가 무너져


표정을 숨기려 해도

숨길 수가 없어

제발 찾지 말아줘

아니 제발 찾아줘


놓아줘

놓아줘 제발

아니 놓지 말아줘

놓지 말아줘 제발 날





homeless door - offonoff





우연찮게 리뷰를 보다가 놀랐다. 갑자기 이 곡이 떠올라 곡을 소개하려고 하는데, 콜드 본인이 이 노래와 Lovestruck의 화자를 동일하게 설정한 다음 곡을 썼다고 한다. 그래서 두 곡을 꼭 같이 들어보라고 했다고. 참고로 오프온오프는 앞서 말한 보컬 콜드와 프로듀서 Ochannel(영채널)로 이루어진 그룹이다.


왜 갑자기 이 곡이 떠올랐는지 알 것 같다. 확실히 두 곡의 분위기가 비슷하다. 그런데 이 곡은 뭔가 특별한 게 있다. 곡이 흐르는 내내 낡은 의자가 기우는, 혹은 나무 계단이 밟히는, 끼이익- 소리가 계속해서 맴돈다. 이 곡이 나온지도 2년이 다 되어 가는데 이 소리가 이렇게 좋은지 얼마 전에 알았다. 막연히 좋다기보다는 곡의 분위기와 너무 잘 어울린다. 흔한 소리도 아닌데.


그리고 곡의 첫 시작부터 들리는 영화 대사 소리, 과자를 깨무는 소리, 라이터를 키는 소리, 담배를 빠는 소리, 기침을 두 번 하는 소리, 계속해서 울리는 영화 소리는 이 화자가 어떤 상황인지를 짐작하게 한다. 머리에 그림을 그리게 한다. 뭔가 흔들의자에 앉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커튼을 친 채 불빛 하나 없는 거실에서 뒤가 뚱뚱한 tv를 보고 있을 것이다. tv는 의자보다 낮은 위치에 놓여있다. 그리고 발 앞에는 낡은 테이블이 놓여있겠지. 그곳에 과자와 담뱃갑을 올려놓아야 할 테니까. 중간중간 계속 영화에서인지 바깥에서 들리는지 모를 사이렌 소리가 들린다.


이 곡에서 가장 좋아하는, 어쩌면 그 때문에 이 곡을 좋아하는지도 모를 가사 한 줄이 있는데, 어떻게 이런 가사를 쓸 수 있는지 도무지 모르겠다. 내가 초라하게 느껴질 때마다 그 가사가 무심코 떠오른다. 그 부분은 굵게 표시하고 싶다.



난 깊이 숨을 곳을 찾고 있어

며칠째 나는 여기 혼자 있어


아무도 없는 이 곳에 누워

작은 진동마저 나는 느껴


움직이는 너의 맘은 깊어

타오르는 것에 불을 지펴


그냥 나는 너의 마음까지

갖고 싶고 전부 알고 싶어


내가 궁금했던 것들은

나를 궁금해하지 않고


나와 상관이 없다 해도

나를 바라봐 주길 바랬어


이제 내게 말을 해줘

우리 한마디도 못 했던 그때로

난 돌아가고 싶지 않아


-


TV 속의 사람들은

할 말이 참 많아

이 방안에 맴도는 찬바람에

내 맘이 얼어서

아무 것도 들리지를 않아





Hard feelings - Lorde





사실 이 영상은 이 곡의 공식 뮤직 비디오는 아니다. 하지만 웬만한 뮤직 비디오보다 조회수가 높다. 그리고 보면 느끼겠지만, 그 이유를 알 것도 같다. 인물들의 눈 깜빡임 하나 하나, 숨 쉬는 하나 하나가 음악의 가사, 박자와 어우러진다. 이 채널에는 이처럼 센스있는 영상이 가득하다.

 

나는 우연히 이 영상을 보면서 이 음악을 처음 들었는데, 그 후로 이 곡을 들을 때마다 영상 속 주인공들의 모습이 고스란히 보이는 듯 하다. 참고로 이 영상은 영국 드라마 "The End of the F***king World(빌어먹을 세상따위)"이다. (재밌다)


내가 이 곡을 소개하고 싶은 이유는 오직 하나다. 노래 후반쯤에 등장하는 가사가 그림을 그리게 만든다. 어쩌면 영화 속 한 장면을 보는 것처럼, 그렇게 장면들이 스쳐지나간다. 내 삶에 만나본 적 없는 사람과 아프게 이별한 느낌을 준다. 노래하는 로드가, 화자가, 어떤 사랑을 하고 어떤 이별을 했는지 그 감정이 담담하게 전해진다. 이 가사를 기다리며 3분을 듣는다. 물론 그 앞선 3분의 음악도 정말 좋다.

 


Three years loved you every single day

made me weak it was real for me

yup real for me


3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널 사랑했고

그건 날 약해지게 했어. 그건 진짜였어

진심이었어

 

Now I'll fake it every single day

'till I don't need fantasy

'till I feel you leave


이제 난 매일을 속이지

더 이상 환상이 필요 없을 때까지

네가 떠났다고 느낄 때까지


But I still remember everything

how we'd drift buying groceries

how you'd dance for me


그치만 난 여전히 모든 걸 기억해

우리가 어떻게 장을 봤는지

네가 어떻게 춤을 췄는지


I'll start letting go of little things

'till I'm so far away from you

far away from you


그 사소한 것들을 놓아줄 거야

너에게서 아주 멀어질 때까지

너에게서 멀어질 때까지





김소현.jpg
 




[김소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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