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엄마'로서의 삶

글 입력 2019.01.24 10:19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엄마니까-표지(핑크 정사각형).jpg
 


요즘 ‘이 드라마’를 안 보면 대화에 낄 수 없어 서러운 이들이 많다고 한다. 빠른 전개와 찰진 대사, 개성 넘치는 캐릭터와 연기, 드라마와 찰떡인 음악. 뭐 하나 빠지는 것이 없어 웰메이드 드라마로 칭찬 받고 있는 'SKY 캐슬'이다. '엄마니까'라는 책 리뷰에 굳이 SKY 캐슬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이 책의 토대가 되는 ‘엄마’ 또는 ‘부모’로서의 역할과 삶에 대해 단적으로 잘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드라마 속 부모들은 공통적으로 자식이 좋은 대학에 진학하길 원한다. 그래서 조금씩 방식은 다르지만, 물심양면으로 자식을 뒷바라지한다. 오직 공부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물불 가리지 않고 돕는 엄마, 아이들이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엄마, 아이가 원할 때 스스로 공부할 수 있게끔 자율성을 주는 엄마 등 다양한 가정환경의 모습을 보여준다. 극 중 한 엄마는 아이에게 공부하라고 다그치다가도, 아이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 어떻게 해야 할 지 갈피를 잡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다. 부모의 역할에 정답은 없다지만, 그로 인해 자식의 인생이 달라질 수 있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의 화자 또한 세 아이의 엄마다. 그는 자식들을 위해 낯선 나라 ‘캐나다’에 정착하여 살며 겪은 다사다난한 이야기들을 책 속에 녹여냈다. 캐나다라는 나라의 풍경은 아름답고 여유롭지만, 그곳에서의 삶은 마냥 여유롭지만은 않았다. 문화도, 환경도, 사람도 달랐기에 타국에서의 '엄마로서의 삶'은 녹록지 않았다. 아이들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할 때, 홀로 한국에 남아있는 아빠의 빈자리를 느낄 때, 다쳤을 때, 사춘기로 방황할 때, 그는 엄마로서 혼자 그 모든 것들을 감당해내야 했다.



"엄마라는 직업은 자격증도 없고, 수습 기간도 없다.

나는 아이들에게 수시로 상처를 주고, 

반성과 고백을 반복한다.


너무 힘겨워 도망치고 싶을 때, 

어김없이 엄마가 떠오른다.

이렇게 힘든데, 형편마저 녹록지 않았던 엄마는 

얼마나 막막했을까?"



엄마 스프레드 7.jpg
 

내 몸 하나, 마음 하나 간수하기도 쉽지 않은데. 책을 읽으면서 연신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가 된다면 저절로 그런 힘이 나는 걸까? 내가 엄마가 된다면, 자식을 올바르게 잘 키울 수 있을까? 여러 물음들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잘 모르겠다. 얼마 전 동생이 고등학교 진학 문제로 상담을 해달라고 찾아온 적이 있었다. 인문계 고등학교에 가야 할지, 특성화 고등학교에 가야 할지 고민된다는 내용이었다. “꼭 인문계에 가야 할 필요 없어. 네가 하고 싶은 걸 하는 게 맞지.”라고 말하면서도,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대학을 가야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 앞으로 뭘 하게 될지 모르니까, 일단은 인문계에 가서 기회를 열어놓는 게 어때?”라고 말했다. 말하고 보니 동생이 더 헷갈리겠구나 싶었다.


어릴 때부터 끊임없이 겪어온 '경쟁' 속에서의 삶은 ‘내 자식은 이런 환경에서 살게 하지 말아야지’라는 거부 반응을 일으키면서도, 일반적인 루트에서 조금만 뒤처지거나 벗어나면 불안함을 느낄 만큼 몸속 깊이 베여있었다. 그러니 섣불리 하고 싶은 걸 하라고도, 현실에 맞춰 살라고도 할 수가 없었다. 그 순간이 내 자식에게 하는 말이었다면 좋은 답안이 되지 못했겠구나 싶었다. 정답이 없는 이 막중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오늘도 많은 엄마, 아빠들이 이렇듯 고민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니 새삼 존경심이 샘솟았다.


글쓴이는 세 명의 아이를 키우는 일을 '정원을 가꾸는 일'로 비유했다. 꽃 같은 아이들이 잘 자랄 수 있도록 거름이 되고, 잘 가꾸어주는 정원사가 되고 싶다고 했다. 많은 엄마들이 누군가의 '엄마'로 불리게 된 이유라고 생각한다. '나처럼 힘들게 살지 않기를' 또는 '나만큼 잘 살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 아이에게 온 정성을 쏟는 것이다. 예전에 '졸혼'이라는 주제로 글을 쓴 적이 있었는데, 그때 접했던 사례가 문득 떠올랐다. 평생을 자식 뒷바라지에 인생을 바친 어머니가 자식들이 모두 성장한 후, 자신만의 삶을 찾기 위해 졸혼을 하고 제2의 인생을 살아간다는 내용이었다. 누군가의 '엄마'가 아닌 오로지 나 자신으로서의 삶을 위해서. 이 책의 글쓴이 또한 캐나다 이야기를 책으로 펴내며, 그동안의 엄마로서의 삶을 벗어나 자기 자신의 꿈을 펼쳐가는데 한 걸음을 내디딘 것처럼 보였다.



포토카피-엄마니까4.jpg
 

책을 읽고 나니 문득 집에 있을 엄마에게 미안해졌다. 우리 엄마는 엄마 자신의 삶을 살고 있는 걸까. 딸로서 엄마의 삶을 존중해주지 못했던 것 같아 마음이 좋지 않았다. 얼마 전 독립을 하게 됐는데, 예상을 못 했던 건 아니지만 누군가 챙겨주지 않는다는 사실이 꽤 크게 다가왔다. 집에 오면 청소하고, 빨래하고, 설거지만 해도 하루가 다 갔다. 집에 도착하면 피곤하다며 씻고 누워버렸던 내 모습이 스쳐 지나갔다. 평범한 일상 속에도 엄마의 손길이 곳곳에 길들어 있었다는 걸 이제야 깨닫게 된 거다.


누군가가 나의 거름이 되어주고 있는 줄도 모르고, 나 혼자 꽃을 피웠다고 큰 소리 떵떵 쳤다니. 그동안의 내 모습이 부끄러웠다. 지금도 밥 먹을 시간이 되면 '밥은 잘 챙겨 먹었니?', '어디 아픈 데는 없니?' 문자를 보내오는 엄마에게 난 아직도 부족한 딸이구나 싶었다. 가끔씩 외롭다는 이야기를 할 때마다 갱년기겠거니 대수롭지 않게 여기곤 했었는데, '엄마'로서가 아닌 엄마 자신의 삶에 대한 감정이 아니었을까, 이제야 어렴풋이 짐작하게 된다.



“사춘기 아이들 셋과 날마다 씨름하면서도,

난 늘 ‘나만의 정원’을 꿈꾸었다.


해바라기 같은 큰딸, 목련을 닮은 작은딸,

그리고 상록수처럼 늠름한 막내아들.


나는 거름이 되고 싶었다.

정원사가 되고 싶었다.


아이들이 아름답게 피어나는 모습은

내게 큰 즐거움을 주었다.”



엄마니까-표지-스프레드.jpg
 


출판사: 디스커버리미디어

지은이: 박영숙

분 야: 에세이

사양: 변형 신국판(143*195), 전면 컬러

면 수: 288쪽

가 격: 15,000원

출간일: 2019년 1월 10일

ISBN: 979-11-88829-07-1 03800



태그.jpg
 

[송송이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6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