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연극 비평가

글 입력 2018.08.28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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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노래할 줄 알면,
나를 구원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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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초연에서 주목을 받았던 메타연극 '비평가', 당시 김승언, 이종무 배우의 남성2인극을 올해 백현주, 김신록 배우의 여성2인극으로 재현된다는 소식에 공연장을 찾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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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극의 이해를 위해 '메타연극'에 대해 살펴보고자 합니다.

Meta는 그리스어 μετά에서 유래된 "사이에, 뒤에, 넘어서"의 뜻으로 인식론에서 보자면 '~에 대해서(about)'라는 의미로 사용하는데요, 어떤 매체의 장르나 학문분야가 그 범주 스스로에 대해 이야기하는 경우를 지칭하는 접두어로 쓰입니다. 이를테면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는 영화, 소설에 관해 이야기하는 소설, 윤리학에 관해 이야기하는 윤리학 등을 말할 때 메타영화, 메타소설, 메타윤리학이라 칭하게 되는 것과 같이 메타연극은 연기의 성질을 의식적으로 음미하여 연극 자체에 대하여 문제를 제기하는 연극으로, 자기 자신에 대해 말하고 스스로를 재현하여 작품과 인생 사이의 경계가 허물어진 반연극의 형식을 보여줍니다.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햄릿 Hamlet'이나, 사뮈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 와 같은 작품이 메타극이라는데요, 생각해보면 두 연극은 관람후 작품이 관객들에게 주는 것은 '메시지나 감동'보다는 '질문'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또한 연극 '비평가'는 초연과는 달리 여성 배우들이 남성 배역을 연기함으로써 인물과의 거리를 유지하였다는 평이 있는데요, 원로 비평가와 성공한 작가를 묘사함에 있어서 자신와 타인의 비평에 비추어진 인간의 욕망, 타인의 언어에 대한 우리의 관습과 선입견을 넘어선 메타포를 그려주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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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가'의 원작가 후안 마요르가는 이 작품에 “내가 노래할 줄 알면, 나를 구원할 텐데”라는 부제를 사용하고 있고, 이 말은 대사로도 여러 번 반복되고 있는데요, 극중 인물에게는 물론 무대를 넘어서 타인과 함께 살아가야 하는 모든 자아에게 '내가 하고 싶은 노래는 무엇인가, 나는 내 목소리로 노래하고 있는가?' 라고 질문하고 있습니다.

예술과 인생의 가장 구체적인 지점이 자신의 진정한 목소리를 찾는 일이 아닐까요?
 
*

짧은 시놉시스는 다음과 같습니다.

방금 성공적으로 첫 공연을 마친 희곡작가 스카르파가 볼로디아의 집을 방문한다. 볼로디아는 10년 전, 스카르파의 첫 작품에 혹평을 가한 비평가. 오늘 공연의 작품평 쓰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스카르파 앞에서 볼로디아는 짧은 비평문을 쓰지만 스카르파는 그의 평이 맘에 들지 않는다. 작품에 관한 이견으로 논쟁은 시작되고, 그 논쟁은 작품 속 여성인물의 현실성을 놓고 정점에 이른다.

비평가는 그 인물을 '가짜'라 단언하고 작가는 그 인물이야말로 현실 속 인물임을 역설한다. 둘의 논쟁이 계속되면서 작품 속 여성의 모델이 밝혀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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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속으로 잠시 들어가 보자면 오랜 침묵 끝에 발표한 새 작품이 성공하여 초연이 있던 밤, 극작가 스카르파가 자신에게 큰 영향을 끼친 비평가 볼로디아를 찾아가며 무대는 시작되는데요, 스카르파는 볼로디아에게 자기가 보는 앞에서 오늘 공연의 평론을 쓰길 요청하고, 볼로디아는 이에 스카르파의 기대와는 다른 평가를 내립니다. 비평가는 냉정한 자신의 평가를 유지하려 하고, 작가는 비평가에게서 인정받고자 하면서 둘은 날카롭게 충돌하는데요, 진실을 갈망하는 비평가와 숨겨두었던 놀라운 진실을 털어놓는 작가가 연극 창작의 본질을 되묻는 듯했습니다.

이제까지의 메타연극이 연극 제작 과정을 다루는 극중극을 통해 작가, 연출가, 배우 등 주로 창작자의 입장에서 연극의 사명과 가치를 주장했다면, 이 작품은 이미 작가의 작품이 극중극으로 공연된 이후의 비평가의 시점에서 연극의 소명과 역할을 자문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번 작품의 또 하나의 특징은 극중극의 구조를 취하함에 있어서 무대가 권투의 링과 인생의 링으로 투영되고 그 사각의 틀에 갇혀 자신의 일에 인생을 걸고 있는 우리들이 과연 자신의 목소리와 타인의 목소리에 얼마나 무너져가는가를 묻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스로가 노래하며 자신을 구원할 수 있기를 바라는 듯합니다.

지난해 연극 '랭귀지 아카이브'에서 강한 인상으로 남았던 개성파 배우 백현주씨를 다시 만나게 되어 반가웠고, 지적이면서도 인물에 대한 애증마저 전달해주는 김신록 배우를 알게 된 것만으로도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연극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극단 신작로를 소개드리자면 '우리 삶의 조건과 풍경을 연극적으로 이해하기'라는 모토 하에 2007년에 창단되어 신작의 발굴과 새로운 연극 언어 개발에 노력하고자 하는 단체의 정신을 반영해가며 지난 10여 년 간 극단신작로는 사회적 시의성과 연극의 실험성을 접목하여, 작품의 내용뿐만 아니라 공연 형식에서도 주제를 담고자 노력해 왔습니다. 특히 2인극의 공연형식에서 꾸준한 성과를 보였는데요,  이번 '비평가' 역시 그간 축적해 온 2인극의 창작 역량이 다각도로 발휘된 작품이라 할 것입니다.

극단 신작로의 차기작도 관심있게 지켜봐 주시기 바라며 오는 9월 1일 토요일까지 두산아트센터 Space111에서 공연 막바지를 달리고 있는 '비평가'를 놓치지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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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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