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주그리 우스리], 이승과 저승 사이에서 찾는 살아가야 할 이유

글 입력 2014.07.15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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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jpg

지난 주말!

뮤지컬 <주그리 우스리>를 보고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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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캐스팅!

정말 이렇게 사진을 보다가 

연기하시는 모습을 보고 나면

나중에 나올 때 또 다시 한번 보게 될 정도로

다르다는 걸 매번 느낍니다.

 

뮤지컬 <주그리 우스리>를 작년에 봤던 저는 

이야기가 많이 달라질 거라고 생각했었는데요.

 

사실 공연을 다 보고 나니!

같은 메세지를 다른 캐릭터를 더해 풀어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 여기서부터는 내용 스포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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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뮤지컬의 시작은 일종의 대립 구조로 시작합니다.

인간은 반드시 제 명대로 살아야 하고

혹시 죽게 된다하더라도 그저 받아들여야 한다는 원칙주의자 저승차사 지왕의 생각과

 

인간의 죽음을 간섭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자신의 목숨을 버리려고 하는 사람들에게 다시 살아갈 의미를 주어야 한다는 

저승 세계의 권력의 핵심 천왕차사의 생각이  

뚜렷하게 대비됩니다.

 

전전긍긍.jpg

지왕차사는 천왕차사 때문에 데려와야 할 영혼을 데려오지 못하고 

'업적'을 세우지 못해서 전전긍긍하기도 합니다.

 

"제발 좀 죽어! 이러다가 내가 죽겠네!" 

 

라고 말하는 뮤지컬 넘버는

점점 의학기술 등의 발전하면서 영혼을 거두기 힘들어진 저승차사 직장인의 비애(!) 가 느껴지기도 했어요.

 

 

지왕차사.png

  

얼핏 보면 자신의 성공만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지만

사실 지왕 차사가 인간을 믿지 못하고 곱게 보지 못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저승차사가 되기 전 

이승에서 

어머니 품에 안겨보기도 못하고 세상을 떠난 아기였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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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JUNG Culture


지왕차사는 이성적인 저승차사라는 역할과 

마음 속에 담긴 감정 사이에서  

흔들리고 고민하는 저승차사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렇기에 

자살하려는 사람들을 막고,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천왕차사를 이해할 수 없었던 거구요.

 

 
천왕차ㅅ.jpg

                                                                                                        -사진: JUNG Culture


천왕차사는 '나는 선량해' 라는 이미지를 듬뿍 듬뿍 풍기는 캐릭터입니다. 

이승에서는 장의사, 저승에서는 천왕차사! 투잡을 뛰면서

자살하려는 영혼들을 데려다가

딜쿠샤, 희망궁전에 데려가 다시 살아갈 의미를 찾게 하는 따뜻한 마음씨를 가졌죠. 

 

 

딜쿠샤.jpg 

 

천왕차사가 자살을 시도하는 사람들을 데려가는 곳, 

딜쿠샤는 서울 서대문구에 존재하고 있고, 

안타깝게도 아무도 잘 찾지 않는 외면받는 문화유적입니다. 

작품에 딜쿠샤를 넣은 이유도

어쩌면 누구에게 의지할 곳도 없이 상처 받고

자살까지 생각하려 했던 사람들을 

대신 표현하려 하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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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쿠샤 식구들에는 


자식을 먼저 사고로 떠나보내고 신기가 생긴 정수할매,

 

성격이 별나고 밝지만 친구 하나 없던 여고생 초아,

 

댄서였다가 트렌스젠더가 되어 정말 여자가 되고 싶은 바바라,

 

만년 취준생 딱지를 벗지 못하는 공벽산

 

그리고 

3초 '어디서 봤더라' 하는 여배우지만

미혼모의 몸으로 자살을 시도하고 아이를 잃게 된 김아연이 함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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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에서 정말 귀여움과 웃음을 잔뜩 터뜨려 준 건 

초아와 바바라, 그리고 공벽산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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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아는 귀여움과 해맑음이 뚝뚝 묻어나는데 외톨이 여고생입니다.

먼저 사람들에게 다가가고 마음을 주곤 하는데

친구들 없이 혼자 보냈던 시간이 그 만큼 더 힘들었을 것 같아서 안타깝기도 했어요.

하지만 다시 씩씩하게 기운을 차리는 게 보기 좋은 초아!

중간중간 장난을 치고서 

"헤헤 너무 심했나? 컷!" 이라는 대사를 종종합니다. 

그게 정말 귀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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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바라는 사실 보면서

계속 보급형 신동엽 같다는 느낌이 들었는데요.(100% 주관적인 느낌입니다)

손짓과 눈빛, 바지 핏, 은근한 미소마저 정말 매력적이었답니다!

자신만을 사랑해 줄 사람을 찾는 그녀의 모습에서 

진짜 '여자'가 되고 싶은 트렌스젠더라는 문구가 이해가 갔습니다.

여자라면 자신을 사랑해줄 사람을 바라는 건 같은 마음일 테니까요. 

요리도 잘하고 춤도 잘 추고 매력이 넘치는 바바라! 좋은 사람이 나타날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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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쿠샤에서 현실미를 담당하고 있는 공벽산!

이런 경쟁사회와 이별할 거라면서도

늘 와이셔츠와 넥타이를 매고 있는 모습이

씁쓸하면서도 남 일 같지가 않았답니다.

듬직하게 딜쿠샤를 지키면서 취직도 끝끝내 성공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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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야기를 주도하는 건

김아연 씨와 태어나지 못하고 먼저 떠난 아이입니다. 

이상하게 느낄 수도 있겠지만

아이의 영혼은 계속 죽으려고 하는 엄마 주변에 남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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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왕차사의 도움으로 

아이의 심장박동도 느껴보고

엄마가 행복하게 건강하게 지내길 바라는 마음을 전해듣고서야

김아연 씨도 다시 마음을 추스르고 아이를 위해, 스스로를 위해

죽으려는 용기만큼 하루하루를 용기있게 살아나가게 됩니다.

개인적으로는 쿵쿵 울리던 심장박동이 계속 귓가에 맴돌더라구요.

 

 

그리고 이 경험으로 

지왕차사도 

사람들에게 갖고 있던 원망이나 깊은 분노를 덜어내고

사람들에게 다시 한번 살 수 있는 기회를 주려는 천왕차사의 마음도 이해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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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주그리 우스리는

이승의 김아연,

저승의 지왕차사의 성장기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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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확실하다고 생각했던 것이

산산이 무너지는 때가 있습니다.

벼랑 끝에 내몰린 것처럼 느껴지면

살아가는 것조차 더 이상 아무런 의미가 없을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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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정수할매의 이 말 한 마디

 

"살아있는 사람들은 다 이유가 있는 거다" 라는 말을 들었을 때,

 

눈에 보이지도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도 없는 근거 없는 이야기 같아도 

왠지 믿고 싶어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운명처럼 정해진 것이 아니라

더 살아갈 하루가 주어진 것만으로도

크고 작은 것을 바꿀 수 있는 힘이 생긴 건 분명할테니까요.



위트와유머.jpg


 

제게 중요한 두 인물로 다가왔던

김아연 씨의 사연과, 지왕차사의 출생비화가 

뮤지컬에 다소 덜 드러난 것은 아쉽지만

 

이승과 저승, 죽음과 저승차사를 

연기와 멋진 넘버들로 막힘없이 담아냈고 

무대 자체는 그리 넓지 않은 편인데도

관객석이 있는 곳까지 중간중간 활용한 모습이

통통 튀는 재미도 주고 집중할 수 있게 한 것만으로도 충분히 멋진 공연이었습니다.

 

살아있는 이 순간이 

기분 좋고 즐거워지는 

도덕교과서보다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들려주시는 구성지고 푸근한 인생철학 이야기 같은

뮤지컬 주그리 우스리였습니다!

 

실제로 관객들 중에 어르신 분들도 많았는데요!

더운 여름날, 시원한 예그린시어터로 

소중한 분들과 함께 나누면 더 좋은 공연, 함께 하세요!

 

- 이 리뷰는 ART insight와 함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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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지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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