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사.인 5] 재주소년 단독공연 [From Me To You] 리뷰

제주도 바닷가에서 집 앞 계단까지 톡톡히 쌓인 내공을 만나다
글 입력 2018.03.12 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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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사.인 5]
재주소년 단독공연
[From Me To You] 리뷰


제주도 바닷가에서 집 앞 계단까지
톡톡히 쌓인 내공을 만나다


재주소년_히히.JPG
 

지난 3월 3일 토요일, 서울 마리아칼라스홀에서 재주소년의 단독공연 [From Me To You]가 열렸습니다. 큰 대로변의 휘황찬란한 건물 지하에 아담하게 자리잡은 마리아칼라스홀은 외부세계와는 완전히 다른 곳인 것처럼 정갈하고 따뜻하고 차분한 분위기였습니다. 소극장 특성상 관객석이 많지 않아서 무대와는 더 가까웠고 음악의 모든 결을 온전히 감상할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오랜만의 공연으로 관객들을 찾아온 재주소년의 공연은 애프터눈레코드 신인 아티스트 유하(YUHA)의 오프닝 무대로 시작되었습니다. 차분한 피아노와 깊은 목소리의 아티스트는 무대에 대한 집중도를 한층 높여주었습니다. '머물러줘', '명륜동',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 등 익숙한 노래들은 재주소년의 노래와 기타, 그리고 밴드 세션과 어우러져 편안하고 즐거운 분위기를 만들었습니다. 본격 해산물 영업 노래인 6집 Drive in Jeju의 '제주도 좋아하나요'는 세상에서 제일 로맨틱한 '수산물로_제주도_유혹하기.mp3'였습니다.




"오늘도 혼자 먹나요
어설프게 차려진 저녁을
해산물 좋아하나요?
함께 먹으러 가요
낚싯대로 잡은 자리돔
해녀가 갓 건져낸 멍게
한접시 먹으러 가요
비행기 값도 많이 내렸다던데"


1부와 2부의 알찬 구성을 자랑한 재주소년은 1부에 익숙한 곡들이 많아서 관객 분들이 "2부에는 어쩌려고 하지?" 걱정하실 것 같다며 분위기를 풀었습니다. 그만큼 1부에는 희대의 명곡들이 많았습니다. 카누 CM송으로 쓰인 '2시 20분', 요조와 함께한 '손잡고 허밍'(본 무대에서는 기타와 피아노를 맡아주신 이사라 님이 함께해주셨습니다), '우리가 여행을 떠나는 이유'까지 만날 수 있었습니다.

제가 1부에서 가장 좋았던 곡은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입니다. 파란 고래가 그려져 있는 앨범은 제가 제일 처음 산 재주소년의 앨범이었기도 하고, 가사 속 길고 긴 춤의 끝에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하자고 말하는 화자의 마음이 따뜻하고 다정하게 다가왔기 때문입니다. 이번 공연에서는 트럼펫과 드럼을 필두로 재즈 풍의 편곡으로 만날 수 있었습니다.





재주소년은 매 공연마다 새롭게 곡을 편곡한다고 말했습니다. 그 덕에 세션맨들의 악보가 두꺼워졌다며 머쓱한 듯 웃었습니다. 이유는 매번 똑같이 부르면 지루해서라고요. 하지만 사실 그건 정성일겁니다. 매번 자신의 공연을 찾아주는 관객들이 똑같은 곡을 듣고 익숙해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도 포함되어 있을 테니까요. 매번 새로운 편곡을 통해 곡을 선물하는 아티스트라면 언제나 기꺼이 관객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재주소년_IMG_6246.JPG
 

중간 공연은 애프터눈레코드의 뮤지션 폴린딜드의 무대로 꾸며졌습니다. [우.사.인 4]에서 소개드린 바와 같이 폴린딜드는 정직한 음악을 하고 싶다고 이야기하는, 주변을 위로할 줄 아는 뮤지션입니다. 차분하고 진지한 음색으로 '노래를 부를거야' 외 1곡을 보여주면서 재주소년과의 인연을 이야기하며 자신을 열심히 홍보하는 것도 잊지 않았습니다. 우사인 인터뷰와 폴린딜드의 음악을 확인해주세요! (클릭)

*

2부는 재주소년이 통기타가 아닌 일렉 기타를 연주하면서 새로 발매한 앨범명과 동명의 첫 트랙, From Me To You로 공연을 이어갔습니다. 알차고 짜임새있는 악기 구성으로 많은 가사는 없지만 이번 앨범의 분위기를 잘 나타내는 첫 곡이었습니다. 이어 스물 세 살 이석원 님과 함께한 '스물을 넘고 (with 이석원)'와 재주소년과의 연애담을 담은 '이사(with 이사라)'를 공연 당일 게스트 이석원 님과 기타, 피아노 등 다양한 악기를 맡으신 이사라 님의 목소리로 만났습니다. 이사라 님은 악보대 뒤에 얼굴을 숨겼지만 목소리와 숨소리를 통해 떨림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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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주소년과 이석원 님


재주소년은 귤, 팅커벨 등 리듬감 있고 관객과 호흡하는 곡들로 공연을 이어갔습니다. 두 곡 다 너무 신나는 곡이었고 재치있는 가사들이 빛났습니다. 두 곡 중 팅커벨의 후크(hook)가 기억에 남습니다.




"피터팬 잘 있나요
웬디는 다 컸나요
후크선장은 아직도 고집불통인가요
항상 그리웠어요
데려가 줄 순 없나요
자라지 않는 영원한 동화의 나라로"


재주소년은 공연 중 전국투어 일정을 밝혔습니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휴식 일정이 많이 생겨서 작업도 열중하고, 전국 구석구석도 돌아다니며 관객들을 만날 예정이라고 합니다. 자세한 사항은 이번 주 업로드되는 재주소년의 인터뷰를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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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콜 곡으로 재주소년은 Farewell을 선곡했습니다. 끝까지 이 공연을 찾아준 관객에게 감사를 표현한 재주소년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진심을 전했습니다.


"여러분은 제 많은 부분을 지탱하고 계세요.
음.. 제 맘 아시겠죠?"


"그날도 눈이 내렸던 것 같아
우린 동네를 몇 바퀴 돌면서
함께할 미래가 행복할 거라고
생각 없이 웃으며 얘길 했어
몇 해가 지나 겨울이 다시 온 건
내가 손쓸 수 없는 일이지만
언제나 그렇듯 봄을 기다리는
내 마음은 그저 쓸쓸할 뿐야"


조금은 쓸쓸한 가사지만 작별인사를 전하는 재주소년의 마음이 느껴지는 곡이었습니다. 공연이 끝난 뒤에는 로비에서 작은 싸인회도 진행했습니다. 한 명 한 명 이야기를 묻고 대화하는 것이 아티스트와 팬 보다는 서로를 아끼는 사람들 같아서 좋았습니다.

***

직접 만난 재주소년은 화려한 기교나 가창력보다는 진심을 담아 재미있고 진솔하게 노래하는 아티스트였습니다. 자칫 지루할 수도 있는 2시간의 공연 동안 재주소년은 완급조절과 토크로 콘서트를 채웠고 공연이 좀 더 길었으면-하고 바라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꽤 오랜만에 본 인디 공연이었습니다. 아티스트와 함께 호흡한다는 것, 음악을 공연장에서 듣는 것이 이렇게 행복한 일이었지 다시금 느낄 수 있었던 재주소년의 공연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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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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