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러시아에서 만난 프랑스, 예르미타시 박물관展 [전시]

글 입력 2018.01.31 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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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0 예르미타시박물관전 포스터.jpg
 
     
 
Prologue.

이번 전시에는 두 가지 측면에서 특별한 점이 있었다. 하나는 프랑스 미술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는 것이었고, 또 다른 하나는 러시아의 눈으로 프랑스 미술을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이었다. Preview에서도 언급한 바 있는 두 가지 포인트를 모두 상기하며 전시를 보는 동안 눈에 띄었던 몇 가지를 글로써 남겨보고자 한다.

 
 
 
관심 혹은 동경으로

예르미타시 박물관이 세워진 배경에서도 알 수 있듯이, 러시아는 프랑스 문화에 대한 관심이 매우 크고 깊은 나라였다. 유럽의 다른 나라들도 문화 선진국 프랑스를 동경했지만, 예카테리나 2세에 이르러 프랑스 미술품만을 소장한 별궁 ‘은자의 집’(Hermitage)이 현 예르미타시 박물관이 되었다는 것에서 그 각별함이 느껴진다. 이는 러시아가 다른 유럽 나라에 비해 근대화가 늦었다는 점에서 이유를 유추해볼 수 있다.
 
   
0122 예르미타시 박물관전 고전주의.jpg
▲ 니콜라 푸생, <십자가에서 내림>, 1628~1629
 
     

왕권 강화를 위하여

예카테리나 2세는 1762년에 즉위했지만 1789년, 프랑스 혁명이 일어나기 이전부터 자유주의 사상은 이미 온 유럽에 만연했다. 그러나 러시아는 여전히 농노 체제를 유지하며 절대 왕정 체제를 더 굳건히 하는 데에 힘을 쏟았다. 왕실의 주도 하에 근대화가 이루어지면서 러시아는 정치 뿐 아니라 문화적으로도 다른 나라들에 비해 별다른 변화를 겪지 못하고 있었다. 러시아 왕가는 이러한 상황에서 자신들의 왕권 강화를 위해 프랑스의 미술품을 수집한 것이 아니었을까. 실제로 그들이 소장하고 있던 미술품의 많은 부분은 절대 왕정 시기에 다수의 국가로부터 사랑받았던 바로크 양식이 차지하고 있었다는 점이 이 생각을 뒷받침해주었다.
 
 
 
갈망과 변화
 
그런가 하면, 바로크 양식 이외에 고전주의, 로코코, 낭만주의, 인상주의 작품들도 시간 순으로 전시되어 있었다. 이는 그들이 왕권 강화라는 목적만을 위해 은자의 집을 채우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작품의 의미는 작가와 배경, 감상자에 따라 해석이 천차만별로 달라지기 때문에 왕실의 수집품이라는 점에서 그 의도를 한정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만큼 러시아가 높은 문화적 수준에 대해 강한 열망을 갖고 있었다는 점을 배제해서는 안 된다. 프랑스 미술은 러시아에게 선진적인 문물이었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문화의 바람으로서 러시아의 예술적, 사상적 갈망을 불러일으켜 변화를 만드는 데에도 직·간접적으로 많은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영향의 바탕에는 러시아 왕실의 미술에 대한 깊은 관심이 있었다.

 
0122 예르미타시 박물관전 루소.jpg
▲ 앙리 루소, <방브 수문 좌측의 방어 시설 경관>, 1909
 
   
역사적 상황과 러시아 왕실의 입장으로 작품을 바라보고 그 감상을 객관화하여 나의 시선으로 한번 더 전시를 관람하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는 것에 만족스러운 전시였다. 그러나 한 가지 아쉬움으로 남는 것은 수집 당시의 러시아 미술품을 함께 볼 수 없었다는 것이다. 물론 예르미타시 박물관이 프랑스 미술품을 소장하고 있는 곳이긴 하나, 한편으로는 그와 함께 흔치 않은 러시아 미술품을 감상하는 기회가 있었다면 더 풍부하고 알찬 전시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차소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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