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토익이 뭐길래! [기타]

글 입력 2017.12.19 23:32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지난주 주말에 토익시험을 봤다. 무려 주말 오픈 아르바이트를 친구에게 부탁하고 보러 간 시험이었다.

시험장에는 내 또래로 보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고, 승진을 목적으로 시험을 보는 듯한 직장인들도 꽤 있었다.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주말 아침부터 토익 시험을 보겠다고 꽁꽁 싸매고 온 사람들을 보며, 그리고 나를 보며, 이렇게까지 해야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내 안내방송이 흘러나왔고, 비싼 응시료가 아깝지 않도록 시험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토익이 뭐길래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토익 시험을 주관하는 기관의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면 시험에 대한 설명이 나와있다. 시험은 크게 듣기와 독해로 구분되고, 파트로 나누자면 7가지 파트가 있다. 하지만 이런 설명은 시험의 내용과 구성만을 안내해줄 뿐, 지금 우리 사회에서 토익이 가지는 위치 혹은 의미를 설명해주지는 못한다.

물론, 취직과 승진이라는 피할 수 없는 문제 때문이기도 하지만, 어쨌거나 '토익시험'은 이제 어학 시험을 넘어서서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은 듯하다. 매 시험 정말 많은 사람들이 응시하고 있고, 아직 시험에 응시해보지 않은 사람들도 언젠가는 토익을 쳐야 한다는 생각을 어렴풋이라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50000원에 가까운 비싼 응시 비용을 생각한다면, 꽤나 고급문화(?) 이다.
 
토익이 요새 얼마나 유행인지는 주변에서 나오는 광고만 봐도 알 수 있다. 인터넷 강의, 전단지, 어학원 스타 강사의 수업, 다양한 프로모션 등 토익 광고는 하루도 빠짐없이 접하게 되는 것 같다. 또한, 어학원에서는 토익 수업을 듣는 사람들의 편의를 고려하여 토익 목표 점수대별, 요일별, 시간대별 반을 굉장히 다양하게 구성한다. 심지어는, 직장인들이 출근 전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오전 7시 수업에 수업이 개설되어 있는 경우도 많이 봤다.
 
나 또한 토익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지난 2주 동안, 나는 아침 7시 30분에 서울 가는 버스를 타서 3시간 동안 토익수업을 듣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생활을 반복했다. 토익이 뭐길래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또 들지만, 토익과 이별하기 위해서는 당장 앞에 놓인 토익시험에서 높은 점수를 얻는 방법밖에는 없기 때문에 졸음과 싸우며 학원 가는 버스를 탈 수밖에 없었다.

 
 
토익 졸업을 향하여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방학이 되면 취직 카페 자유게시판에는 토익 졸업을 다짐하는 취준생들의 글들로 가득 찬다. 하지만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토익 점수가 더이상 오르지 않는다', '독해영역 풀 때 항상 시간이 부족하다' 등 안타까움을 자아내는 글들이 게시판을 가득 채운다. 토익은 상대평가이기에 누군가가 높은 점수를 받으면 누군가는 낮은 점수를 받고, 누군가가 토익을 졸업하면 누구는 졸업하지 못하는 슬픈 상황이 매 시험 벌어진다.
  
한국이 세계 패권을 장악해서(?) 한국어가 공통 언어가 돼서 영어가 쓸모없어 지거나, 혹은 더 공신력 있는 영어 시험이 등장하지 않는 이상 토익 시험은 건재할 것이고, 앞으로도 쭉 많은 사람들이 시험에 응시할 것이다. 비싼 응시료도 슬프지만, 그것보다 더 슬픈 것은 '영어'라는 언어를 공부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공부의 목표가 원어민과의 원활한 의사보통이기 보다는 ‘높은 시험 점수’ 자체라는 것이다.

토익이라는 눈앞의 산을 넘어, 언젠가는 진정한 '언어로서의 언어'를 공부할 수 있도록, 나를 비롯하여 올해 마지막 12월 30일 토익을 응시하는 모든 분들의 토익 졸업을 간절히 기원해본다.
 


 
KakaoTalk_20171128_235509442.jpg
 

[최지연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5.04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