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우린 서로 나쁘다 비난할 수 있을까 [시각예술]

KBS2 드라마 스페셜 EP.4 '혼자 추는 왈츠'
글 입력 2017.10.03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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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nopsis

"남의 불행은 곧 나의 행복. 그 반대도 성립"

지금 20대는 아마도 경쟁을
가장 내면화 해 온 세대인지도 모른다.

학교에선 모든 행동을 평가받았고,
더 좋은 학교, 더 좋은 학점을 위해
공책도 숨기며, 친구들을 이겨온 삶.

그들에게 연애란 어떤 모습일까.
연인이 경쟁자가 된다면 어떨까.
쌉쌀하고 우아한 왈츠의 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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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연진 : 문가영, 여회현
연출 : 황승기 / 극본 : 권혜지



1. 난 나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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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문대 출신 인턴, 지방대 출신 계약직. 정규직 전환을 앞두고 인턴과 계약직 직원 모두 예민한 상태였다. 20대 초반의 어린 인턴 사원은 초조한 마음에 계약직 언니를 향해 "우리가 왜 손해를 봐야 하냐. 위선 떨지 말자. 우리랑 같은 수준 아니다"라고 날카롭게 반응하고 이런 상황이 익숙하지만 매번 견딜수도 없었던 계약직 직원은 "그럼 난 어디 가서 취직해야 되냐"며 분노를 드러낸다.
 
두 사람 모두의 반응에 공감한다. 그렇지만 결국 이들의 분노가 향해햐 할 대상은 회사다. 약속을 어기고 멋대로 전환 인원을 변경하는, 아무런 통보도 없는 일방적인, 그야말로 진정한 갑질을 한 회사. 하지만 싸움을 벌이고 있는 건 인턴과 계약직 직원이다. 두 집단 모두 서로가 비난하고 있는 대상이 잘못됐다는 걸 안다. 그저 회사를 비난하는 일보다는 훨씬 감정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에 무의미한 싸움을 지속할 뿐이다.
 
(방송에선 인턴이 좀 뻔뻔한 모습으로 나오긴 하지만)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특히 인턴은 누구보다도 불편했을 것이다. 경쟁자 앞에서 한없이 표독스러워지는 자신의 모습을 감당하기 쉬운 사람이 있을까? 이처럼 직업을 얻기 위해, 사회에서 내 자리 하나 마련하기 위해선 내가 '나쁜 사람'인 걸 어떤 식으로든 느끼게 된다. 노력하는 난, 입사하기 위해 순응하는 난, 나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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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싸움을 말리던 주인공은 전환에 실패하자 정규직(구 계약직) 언니에게 살벌하게 화를 풀어낸다. "남자친구랑 섹스하지 않나?"면서 "아이 생길수도 있는데 어쩔거냐"라는 질문을 던진 상사를 눈앞에 두고도 분노는 정규직 사원에게로 향할 수밖에 없다. 이 장면을 볼 때 화면을 뚫고서라도 정말 제정신이 아닌 상사의 멱살을 대신 잡아주고 싶었다. 물론 현실의 나라면 절대 못할 일이다... 진짜 한숨이 많이 나오는 순간이었다. 글을 쓰다 보니 또 분노가!


 
2. 너도 나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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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바이트 지원자가 건넨 이력서를 받아든 점원. 어느 대학교 출신이냐고 묻는다. 도대체 왜?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는 데 학벌을 판단하는 게 의미가 있을까? 성실함, 적당한 기억력, 친절함이 더 중요하지 않나? 심지어 그 다음 행동이 더 가관이다. 남자 주인공이 대학을 나오지 않았다고 하자 아슬아슬 뱉어내던 존댓말이 순식간에 반말로 바뀐다. 점원이 주인공에 대해 아는 것은 '대학을 나오지 않은 고졸'이라는 사실 하나. 이 하나로 처음 보는 남에게 반말을 건네는 무례를 정당화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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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처음 장면 역시 '나쁜' 주인공의 모습을 보여준다. 반수하기 위해 수업을 그만 들으려는 남자 주인공. 왈츠를 출 파트너가 없어 처음 보는 남자 주인공에게 "내가 사겨주겠다"며 파트너 역할을 부탁한 여자 주인공. 남자 주인공 입장이라면 누구나 황당함을 느낄 것이다. 인상을 쓰며 거절하는 남자 주인공을 향해 여자 주인공은 "재수없어. 지방캠 주제에"라고 말한다. 둘은 훗날 사랑하는 사이가 되지만 남자 주인공이 그간 받아온 학벌 스트레스가 얼마나 클 지 짐작가는 부분이다.



3. 우린 서로를 나쁘다 비난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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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에게 남은 건 경쟁의 잔해뿐이다. 사랑을 잃었고 스스로가 악(惡)해지는 과정을 겪었다. 힘든 기간을 거쳐 취업에 성공했고 3년이 흘렀지만 그들이 서로를 보자 후회와 미련이 담긴 눈물을 쏟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두 사람은 나쁘다. 그러나 서로를 향해서 그 누구도 나쁘다 말할 수 없다.



* 이미지 출처 : KBS2 드라마 스페셜


[이형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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