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명심보감 交友篇 (교우편) [문학]

'우정'의 끈
글 입력 2017.08.07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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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심보감
- 交友篇 (교우편) -


 
 명심보감을 처음 접했던 건 초등학생 시절이었던 것 같다. 아직도 기억난다. 할아버지가 사주셨던 만화로 읽는 명심보감. 그 때는 어렸기 때문에 그저 만화를 읽는다는 재미로 책장을 넘겼던 것 같다. 그리고 10년이 넘는 시간이 지나서 명심보감을 중고서점에서 발견했을 때 반가움이 컸다. 그때보다 성장했기 때문에 잘 이해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내심 기대를 했었다. 하지만 책장을 처음 넘기자마자 숨이 턱 막혀왔다. 한자로 가득했기 때문이다.

 한자를 찾아보면서 읽었다면 깊은 공부가 되었겠지만, 우선 끝까지 읽는 것에 의의를 두고 한글로만 읽기로 결심했다. 어렵게만 느껴지던 명심보감을 끈기를 갖고 계속 읽다보니 내 삶을 반성하게 되는 많은 부분을 찾을 수 있었다. 명심보감에는 총 19편의 내용이 나와 있지만, 이번 리뷰에서는 19편 중 가장 와 닿았던 交友篇(교우편) 즉, 벗을 사귐에 대한 글을 다뤄보겠다.



相識 滿天下 知心能幾人
상식 만천하 지심능기인


 交友篇(교우편)에 이러한 글이 나온다. ‘서로 얼굴을 아는 사람은 온 세상에 가득하되 마음을 아는 사람은 몇이나 되는고.’ 이 부분을 읽으면서 과거에도 현재 내가 겪고 있는 고민이 존재했다는 사실에 무상함을 느꼈다. 대학교에 입학하면서 ‘우정’이란 단어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졸업 후, 고등학교 친구들끼리 연락을 하다보면, “오랜만이야! 우리 언제 밥 한 번 먹자.” 이런 말이 항상 나온다. 하지만 결국, 그 친구와 만나게 될 확률은 50%도 되지 않는다.

 물론, 서로의 바쁜 대학 생활 때문이라고 이유를 댈 수 있겠지만, 그래도 진정한 우정이 존재한다면 바쁜 시간을 쪼개서라도 만나야 하지 않았을까? 핸드폰 연락처에 등록된 친구들은 넘쳐나지만, 내가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을 때, 진지하게 내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친구들은 그 중 과연 몇이나 되는지 생각해봤다. 정말 내 마음속 깊은 곳까지 털어놓을 수 있는 친구는 딱 1명이었다. 한편으로는 ‘1명이라도 있는 게 어딜까?’라는 생각이 들며 스스로를 위로했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내 친구 관계에 문제가 있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不結子花 休要種 無義之朋 不可交
부결자화 휴요종 무의지붕 부가교


 交友篇(교우편) 뒷부분에 나오는 ‘열매를 맺지 않는 꽃은 심으려 하지 말고, 의리가 없는 친구는 사귀지 말지니라.’라는 문장에서 난 해답을 찾았다. 초, 중, 고등학교 시절을 돌아봤을 때, 친구 수를 늘리는 것에만 급급했던 내 모습을 찾을 수 있었다. 깊은 내면을 들여다보지 않고 그저 얕은 관계에만 만족하며 ‘우정’이란 끈을 이어갔던 것이다.

 앞으로 대학생활의 우정에서만큼은 交友篇(교우편)의 ‘군자의 사귐은 담박하기가 물과 같고, 소인의 사귐은 달기가 단술과 같으니라.’는 말을 명심해 의미 있는 우정을 이어나갈 수 있길 소원해본다.


[이수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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