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제일 부러운 여행 - ‘행복한 세계 술맛 기행’ [도서]

글 입력 2017.07.11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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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대로 존재하는 술을 마시며 돌아다녔고 그에 어울리는 다양한 요리를 먹었다. 품성이 좋지 않은 여자의 유혹에 넘어간 순진한 남자처럼 정신없이 마셔댔다. 카메라와 렌즈를 팔았다. 카메라맨이 카메라와 렌즈를 판다는 것은 무사가 칼을 버리는 것과 같지만, 그 정도로 술이 고팠다.
- 저자 니시카와 오사무

 
 
 저자의 말을 읽자마자 빵 터지고(?) 말았다. 나 역시 술을 좋아하는 사람들 중 하나인 만큼, ‘그 정도로 술이 고팠다’는 저자의 말이 너무도 공감됐기 때문이다. 일주일에 몇 번 음주를 훈장 삼듯 혹은 치부 삼듯 하는 나와 달리 저자의 ‘술고픔’은 스케일이 다른 충족으로 이어진다.


술맛기행 평면표지.jpg

 

계단식 밭의 돗자리 위에서 주고받는 인도네시아의 야자주나, 스웨덴의 세계 제일의 악취 나는 통조림과 아콰비트, 포르투갈 해변에서 만끽하는 정어리구이와 레드와인, 서부극을 흉내 내서 단숨에 털어 넣는 미국의 버번, 오래될수록 깊은 맛이 나는 중국의 소흥주, 아버지가 좋아했던 은어젓갈과 니혼슈가 불러일으키는 추억…. 이 책에는 풍부한 사진과 함께 40년간의 명주여행의 기록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 추천의 말 중

 
 
‘대단하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40년간의 세계 명주 여행이라니. 나는 기껏 지역별 소주를 마시는 게 다였는데. 저자는 세계의 술과 안주를 찾아다니며 새로운 문화를 입으로 배우고 글로 표현한다.


저자.jpg
<저자 - 니시카와 오사무>
 


“25년이 지난 아와모리 소주도 맛을 볼 수 있었다. 어떻게 표현해야 좋을까. 물처럼 가벼운 투명감이 아니라 인공적인 손길이 더해져 만들어낸 투명감이 느껴진다. 그 때문인지 가벼움과 예리함과 순수함이 동시에 존재하는 묘한 맛이 풍긴다. 그리고 몸속으로 퍼지는 순간, 뿌듯한 충족감이 온몸을 감싼다.(152p)”
 
“시큼하면서 시원한 맛과 함께 발포주의 강렬한 자극이 느껴지는 술이다. 그리고 달착지근한 맛도 함께 어우러져 정말 맛이 좋다.”(한국-막걸리)
 
“젓갈을 더 삭힌 듯 한 강렬한 맛, 게다가 엄청나게 짜고 맵다. 나는 아콰비트를 한 모금 들이켜 입 안의 냄새를 제거했다.”(스웨덴-아콰비트)


 
 그저 좋을 대로 먹고 마신 것 아니냐고 볼 수도 있지만, 식문화가 다른 곳에서 토속 음식과 술의 조합을 분석하고 글로 표현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아시아 지역에서는 사람에 따라 비위가 상하는 장면이 있을 수도 있다고 추천의 글에서도 밝히고 있고, 아콰비트처럼 처음 맛보는 사람은 먹기 힘든 음식도 있을 수 있다. 토속 음식을 먹으며 식문화를 직접 체험하고, 그 느낌을 글로 풀어내는 것은 분명 상당한 식견이 필요한 일이다. 나만 하더라도 음식에 대한 식견이 없으니 ‘맛있다/맛없다’ 외에는 다른 평가를 내리기 어렵다. 지역별 소주도 더 쓰다 / 덜 쓰다, 끝 맛이 깔끔하다 / 더럽다 정도 외에 인용한 저자의 표현처럼 술을 표현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애주가 중 한 사람으로 책을 읽고 가만히 있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여행을 썩 좋아하지 않는 나로서는 여행 에세이보다 자신만의 술맛 기행을 담은 저자의 책이 기대된다.


[김마루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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