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비도 오고 그래서 네 생각이 났어 : 앨범 '///' [음악]

글 입력 2017.07.09 20:28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앨범.jpg
 6월 26일 발매된 헤이즈의 새 앨범 [ /// ]
 

 유난히 비가 많이 내리던 지난 6월 26일, 한 앨범이 발매되었다. 독특한 음색을 통해 자신의 추억을 가감 없이 노래하는, 여성 뮤지션 '헤이즈'의 앨범 [ /// ]이다. 2014년에 데뷔한 그녀는 2015년 엠넷 서바이벌 프로그램 ‘언프리티 랩스타2’를 통해 처음 대중 앞에 모습을 보였다. 가녀린 몸매와 예쁜 외모, 독특한 음색과 귀여운 부산 사투리를 통해 대중들의 관심을 얻은 헤이즈는, 2016년 발매된 음원 ‘돌아오지마’의 차트 역주행 이후로 모든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녀는 랩을 하고, 노래를 하며, 프로듀싱에도 참여한다. 자신의 추억을 노래하는 그녀는, 사랑과 이별, 감성과 생각을 드러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때문에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기도, 자연스럽게 그 감정에 몰입하도록 만들기도 한다. 그녀의 독특한 음색과 트렌디한 음악 스타일까지 더해져, 지금까지 발매된 모든 음원과 ost는 대중에게 큰 사랑을 받아오고 있다.

 헤이즈는 유난히 비와 잘 어울리는 아티스트이다. 사실 그녀는 비 냄새, 빗소리, 비오는 날의 어두운 분위기를 굉장히 좋아한다. 그 때문에 비가 오는 날마다 음악 작업을 한다고 한다. ‘비가 오면 떠오르는 가수가 되고 싶다.’는 그녀의 포부마저도 그녀와 비의 깊은 연결고리를 보여준다. 그 때문인지 ‘비’가 갖는 특유의 분위기가 그녀에게, 그녀의 노래에 녹아들어있다.

 새로 발매된 앨범의 제목 [ /// ]은 비를 형상화한 문자이다. 그만큼 이번 앨범은 특히나 ‘비’와 깊은 연관성을 갖고 있다. 앨범의 제목 [ /// ]에서 빗줄기 ‘/’ 하나당 ‘너’, ‘먹구름’, ‘비’라는 의미가 담겨져 있으며, 각 트랙 또한 이에 연관되어 구성되어있다. 장마가 시작되는 이 지금, 비와 함께 할 수 있는 그녀의 새로운 곡들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Track01.‘너’ : 널 너무 모르고


1.jpg
 

"이 옷들을 고를 시간에 30분 더 널 안아줄 걸"


 이 노래는 ‘주는 것’에만 연연해 정작 '사랑'에는 집중하지 못한 여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녀는 상대방의 식어가는 사랑을 눈치 채지 못하고 결국 이별을 맞이하게 된다. ‘널 너무 모르고, 네 맘도 모르고 네가 나에게서 멀어지고 있는 줄도 난 정말 모르고, 네가 원했던 건 이런 게 아니었던 걸’ 그녀는 우리들이 언젠가 한 번씩은 경험해봤을 법한 이별을 노래한다.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일명 ‘기억조작’을 해서 마치 경험해본 듯, 그 감정에 이입하게 만든다. 그녀의 음악은 항상 그 절절한 이별을 직접 경험하는 듯한 느낌이 들게 하는데, 이는 그녀가 자신의 추억과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면서 자연스럽게 ‘공감’을 이끌어내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저는 제 노래가 일기예요.’라고 말하는 그녀를 보면, 알만 하지 않은가.

 ‘왜, 그 때, 억수같이 많은 비가 내리던 날, 난 우산을 사서 너에게 건네준 뒤 서로 거리를 두고 걸었을까. 비를 안 맞는 게 뭐가 그리 중요했을까. 그냥 둘이 비를 홀딱 맞더라도, 너의 손을 잡고 비를 피해 뛸 걸, 아니, 우산이 좀 작아서 어깨가 젖더라도 한 우산을 쓰고 걸을 걸’ 일상 속에서 문득 스쳐지나간 추억이, 그녀가 이 곡을 작업하게 만들었다. 그녀는 누군가의 이별을 음악 안에 담아냈고, 이윽고 어딘지 모를 추억 한 편으로 우리를 이끌었다.


2.jpg
 
3.jpg
헤이즈 '널 너무 모르고' 뮤직비디오

 
 이 곡의 뮤직비디오는 ‘당신의 테디베어를 괴롭히는 14가지 방법(14WAYS TO LOOSE YOUR TEDDYBEAR)’이라는 자막과 함께 시작된다. 뒤 이어 ‘때리기, 잘해주다 때리기, 무례하게 굴기, 납치하기, 굴욕주기, 밀어버리기, 성의 무시하기’등의 14가지 방법으로 여자(헤이즈)가 곰돌이를 못살게 구는 모습들이 등장한다. 이에 결국 곰돌이가 떠나가는 장면이 마지막으로 이어진다.

 곰돌이의 정체는 남자친구였으며, 앞서 나타난 괴롭히는 장면들은 (뮤직비디오 특성상 과하게 표현되긴 했지만) 사소한 다툼들이나, 자신도 모르게 연인에게 상처를 주는 모습들을 다양한 방식으로 보여주는 것이었다. 복수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자신이 과거에 연인에게 행했던 일들이었으며, 마지막에 가차 없이 돌아서는 곰돌이를 보며 눈물 흘리는 여자의 모습은 과거에 대한 후회와, 그 사랑의 마지막을 극대화해 보여준다. 괴롭힘을 당하면서도 비를 맞고 있는 여성에게 우산을 씌워주는 곰돌이는, 온순하고, 미련할 정도로 착한 ‘미련 곰탱이’의 모습을 표상한 것이다. 이러한 곰돌이가 지쳐 떠나는 모습은 그 이별의 상황을 극단적으로 보여준다.

 트렌디한 음악과 더불어, 감각적인 연출을 통해 뮤직비디오 또한 큰 관심을 얻었다. 곰돌이의 정체가 궁금하다면, 뮤직비디오를 한 번씩 감상해보는 것도 추천한다.
 
 



Track02. ‘먹구름’ : 먹구름(Feat.nafla)


4.jpg
  
 
"먹구름이 머리 위에 내 미소를 가리려해, 차라리 쏟아 내 줄래"
 

 이 곡은 뛰어난 실력과 트렌디한 스타일을 통해 최근 유명세를 얻고 있는 래퍼 '나플라'의 피쳐링이 돋보이는 곡이다. 이 곡에서는 이별 후의 상황에 대해 그리고 있다. 화자는 헤어진 후, 먹구름이 가득한 것처럼 우중충한 날씨에 차라리 비가 내렸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우중충한 먹구름은 결국 주변까지 어둡게 만들게 되었는데, 알고 보니 그 먹구름은 실제 먹구름을 뜻하는 것이 아닌 ‘나’를 나타내는 것이었다. ‘먹구름’은 이별을 대면한 후의 맑은 것도 아닌, 시원하게 비가 내리는 것도 아닌 우중충한 마음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나를 감싸는 먹구름, 어두운 감정은 너로부터 시작되고, 먹구름은 언젠가 결국 비를 내리게 한다.'는 앨범 [ /// ]을 관통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괜찮냐’고 물어오는 주변 사람들의 물음에 애써 괜찮다고 대답하지만 말처럼 괜찮을 리가, 이는 저도 모르게 주변까지 어둡게 만든다. 이별 후의 상황을 먹구름과 비에 연결해 ‘찰떡’같이 비유했다. 래퍼 나플라의 귀에 착 감기는 랩까지 더해져, 꼭 들어볼만한 음악이라 생각된다.



Track03.‘비’ : 비도 오고 그래서(Feat.신용재)


5.jpg
 
 
"비도 오고 그래서 네 생각이 났어, 생각이 나서 그랬던 거지 별 의미 없지"


 '비도 오고 그래서’는 앨범이 발매되던 26일 이후, 서울에 처음 비가 오는 날에 공개되기로 한 히든트랙이었다. 거짓말처럼 발매 당일부터 폭우가 쏟아졌고, 덕분에 그 다음날 자정에 바로 공개될 수 있었다.

 이 곡은 쏟아지는 빗줄기와 함께 깊어지는 ‘그리움’에 대한 것이다. 화자는 비 오는 날 그리움에 못 이겨 우산 속에 숨어 전 애인의 집을 지나치며, ‘비도 오고 그래서 그냥 생각이 나서...’ 라 말한다. 비오는 날의 센치함, 한없이 가라앉는 감정과 그에 수반해 이유 없이 커지는 ‘그리움’과 ‘후회’를 감성적으로, 누구나 공감 가도록, 비와 딱 맞는 무드(mood)로 표현했다. 이 곡을 듣고 있자면 저도 모르게 추억 한 편을 회상하게 될 것이다. 이는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그 감정을 고스란히 느껴지도록 하며 뭇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최근 들어 계속해서 내리는 비와의 시너지 효과 덕분인지 이 노래는 모든 음원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이 노래는 ‘비’ 그 자체라 생각된다. 그 분위기와, 담겨진 추억, 밀려오는 감정 모두 비로써 형용할 수 있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비오는 날에 이 곡을 들으면 센치함의 끝에 닿을 수 있다. ‘비’를 제대로 느껴보고 싶다면, 비오는 날 꼭 들어보기를 추천한다.

   
  
Track04 : 저 별 (Rain Ver.)

 
6.jpg
 

"혹시 저 별도 나를 보고 있을까, 아니 날 보고 있지 않을까"
 

 이 곡은 작년에 발매되었던 곡을 ‘비’에 맞는 분위기로 편곡한 것이다. 이 곡에서는 헤어진 모든 대상을 ‘별’에 비유하고 있다. 이별한 대상은 애인이 될 수도, 가족, 친구, 동물, 물건 그 어떤 것이 될 수도 있다. 그녀는 떠나간 저 별을 다시 볼 수도, 만날 수도 없겠지만, ‘항상 같은 자리에’ 있을 것이라 노래한다. 이는 수없이 반복되는 헤어짐을 겪는 우리에게, 제자리에 있을 것이라는, 떠나간 대상에 대한 믿음을 통해 조금이나마 마음속 위안을 건넨다.





7.jpg
 

 헤이즈 음악의 가장 큰 힘은 ‘공감’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그녀도 음원차트 1위 소감으로 ‘수치보다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다는 것이 더 기쁘다.’는 말을 전하기도 했다. 그녀는 음악을 통해 누군가의 추억 속으로, 혹은 나의 추억 속 한 곳으로 이끌고 있다. 이번에 새로 발매된 ‘///(너, 먹구름, 비)’는 빗속으로, 비와 함께한 추억 속으로 우리를 안내할 것이다.
  


시작되는 장마, 그녀의 노래의 곁에 있다면
우리를 적시는 것은 비가 아닌 추억이 될 것이다.





이미지 출처 - CJ EnM Music


[김수민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19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