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그래서 '나비 부인'은 누구인가, 영화 「M. butterfly」 [시각예술]

M. butterfly, 마담이거나 무슈이거나.
글 입력 2017.07.01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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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의 줄거리와 결말에 대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푸치니의 오페라 「나비부인」은 ‘버터플라이’라는 별명의 지고지순한 게이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게이샤가 사랑하는 상대는 그녀의 진심을 저버리고 본국으로 돌아간 미군 장교로, 게이샤는 3년 동안이나 하염없이 그만을 기다린다. 마침내 장교는 돌아왔지만, 곁에는 미국에서 새로 맞은 아내가 있었다. 이야기는 게이샤, ‘마담 버터플라이’가 자결하고 끝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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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M. 버터플라이」에서도 지고지순한 사랑이 나타난다. 하지만 이번에는 서양인 남성 시점의 동양인 여성에 대한 사랑이다. 북경에 있는 프랑스 대사관에서 근무하고 있던 ‘르네’는 오페라에서 나비 부인을 연기하는 ‘송’에게 강렬한 끌림을 느낀다. 평소 자신감이 많은 편은 아니었던 르네는, 수줍어하면서도 매혹적인 송과 치명적인 사랑을 나누는 것에 도취되어 간다.

  르네가 그토록 송에게 빠져들 수 있었던 까닭은 무엇일까? 어렸을 적부터 자신의 남성성에 대해 자신이 없었던 르네는 동양의 착한 여자가 필요했다. 수줍음이 많고 순종적이며 보수적인 면모를 보이는 송은 그의 남성성을 돋보이게 해 줄 제 격의 여자였다. 이미 프랑스인 아내가 있었기에 외도로 시작한 관계이지만, 르네에게는 어떤 것도 장애물이 될 수 없었다. 송과 사랑을 하는 자신은 '서양의 강한 남성'으로 역할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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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정작 송은 중국 공산당 산하의 스파이였고, 르네가 직장에서 승진하여 기밀 문서에 접근할 수 있게 되자 이것들을 빼돌려 당내에서 유능한 스파이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송은 르네의 과시적 남성성을 간파했던 것이다. 송은 르네의 직장생활에 있어서 자신감을 불어넣어주고, 편지를 보내 힘을 북돋아주며 르네의 남성적인 면모를 드높여주었다. 송은 자신이 ‘동양인’이기 때문에 이러한 행위들이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음을 예상했을 것이다. 동양은 이질적인 실체로서, 누군가에 의해 지배를 받아야하는 존재라는 오리엔탈리즘적 시각이 서양인들의 기저에 교묘히 숨어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 대상이 동양 '여성'인 이상 이러한 지배 심리는 더욱 강화된다. 르네의 깊은 욕망을 파악하고 있었던 송은 이를 이용해 그를 잘 구슬렸고, 유능한 스파이의 역할을 해낼 수 있었다.
 
  사랑이 더 깊어지는 나날을 보내던 중, 송은 르네에게 자신의 임신 사실을 고백하고 아이를 낳기 위해 먼 곳으로 떠난다. 프랑스로 돌아온 르네는 매일을 폐인같이 살다가, 자신의 아이와 함께 돌아온 송과 다시 관계를 이어나가며 기밀문서를 전달하는 배달부 일을 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르네는 갑자기 체포되어 재판정에 서게 되고 함께 붙잡힌 사람은 바로 송이었다. 그녀가 공산당의 간첩이었고, 그와 접촉하며 기밀을 누설한 사실이 마침내 밝혀졌다. 하지만 그보다 더 충격적인 사실이 르네의 머리를 뒤흔들었다. 자신이 그토록 사랑했던 여인, 송이 ‘그녀’가 아닌 ‘그’라는 사실이다. 자신의 '마담(Madam) 버터플라이'인줄만 알았던 송이, '무슈(Monsieur) 버터플라이'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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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도소에서 르네는 죄수들에게 둘러싸여 연극을 하기 시작한다. 하얀 분가루로 얼굴을 칠하고 립스틱으로 눈과 입술을 빨갛게 물들인다. 경극 배우의 분장과 흡사한, 그리고 게이샤의 분장과 흡사한 모습이 된 르네는 거울 조각으로 스스로 목을 긋는다. 충격적인 이 장면으로 르네는 환상의 세계에 영원히 빠져든다. 르네는 송이 남자라는 것을 아마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외면한 것 뿐이다. 자신이 현재 송이라는 '남자'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그렇기에 그는 나비 부인의 분장을 자처했다. 이것은 이성애자라는 것을 주장하는 마지막 발악과도 같다. 그리고 르네에게 있어서 판타지가 사라지는 것은 죽음과도 같았다. 그는 그가 만들어낸 이미지 속의 송에게 빠져들었고, 오페라 속 절절한 사랑이야기를 쓰는 자신에게도 도취되어 있었다. 르네에게 실체를 보는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르네는 목을 찌르기 전, 거울 속 자신을 힐끗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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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성성과 여성성, 동양과 서양, 그리고 동성애와 이성애에 대한 여러 고정관념으로 이 영화는 전개된다. 그리고 오페라 「나비부인」의 본래 스토리를 마침내 완전히 뒤집는다. 서양인 남성이 동양인 여성에게 이용당했고, 그 남자는 여자의 옷을 입고 자결한다. 지고지순한 나비부인은 사실 르네였다. 오히려 나비부인보다 사랑에 깊이 빠져들었다고 할 수도 있다. 나비 부인이 사랑에 배신당한 비통함으로 죽음을 택했다면, 르네는 그와 더불어 자신이 만들어낸 이상과 환상을 좇아 죽음의 길로 걸어간 것이기 때문이다. M. butterfly, 마담이거나 무슈이거나. 이중적인 의미를 담고있는 제목의 주인공은 사실 르네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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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구글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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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예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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