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은 날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통신과 기술의 발달로 손가락 하나로 이태리의 유명한 맛집의 인기메뉴를 알 수 있고, 뉴욕 소호지역의 갤러리에 전시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기 때문이다. 이제 내 삶의 지표가 동네 친구가 아닌, 사용하는 언어와 눈 색깔이 다른 지구 반대편 친구의 영향을 받게 된 것이다. 이로써 개개인의 욕구는 복잡하면서도 정교해졌다.

 그러나 이 현상은 개인에 그치지 않고, 한 사회 혹은 국가를 넘어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에게 나타난다.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은 저마다의 행동으로 그들만의 핵심 가치를 발현시키는데, 이때 발현되는 가치들은 여러 갈래로 뻗어 나간다. 여러 갈래로 뻗어 나가는 사람들의 핵심 가치들 중에서 하나로 통하고 있는 거대한 흐름을 우리는 ‘트렌드’라고 부른다.

 트렌드는 여러 요인의 영향을 받아 생겨나고, 잠식되고, 언젠가 부활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여성의 교육수준이 증가함에 따라 여성의 사회진출과 소득이 늘어나면서 구매파워가 높아지는 인구 사회학적 변화로 광고의 트렌드가 변화했고, 금리나 환율 등의 경제환경 변화가 여행 트렌드에 영향을 미쳤다. 또한, 세계화로 인해 시장의 규모가 커지고, 문턱은 낮아지면서 음식의 트렌드가 계속해서 변화하고 있다.

 한편 환경오염의 영향으로 물을 사 먹고, 좋은 곳의 공기를 사서 호흡하는 것은 트렌드와 일상을 넘나들고 있고, AI(Artificial Intelligence), 즉 인공지능 기술로 기계가 사람의 일을 대체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AI가 실생활에 보급되면 또 새로운 트렌드가 생겨나리라 전망하고 있다. 이렇듯 트렌드는 여러 가지 배경 요인들로 계속해서 생겨나고 변화하고 새롭게 예측되기도 하는데, 이때 요인들은 독자적으로 혹은 두 가지 이상이 서로 얽혀 트렌드를 형성한다.

 종합해보자면 사람의 마음은 트렌드로 발현되고, 다시 그 트렌드를 따라 사람의 마음이 움직인다. 그렇다면 우리는 트렌드라는 것을 알게 될 때 사람의 마음을 어떻게 얻을 수 있는지, 사람의 마음이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지 않을까. 나는 특별히 내가 사랑하고 계속해서 궁금해하는 문화예술 영역에서 이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인사이트(insight)를 풀어내고자 한다. 문화예술에 관심이 있는 나와 당신과 그리고 우리가 트렌드를 바라보는 인사이트를 통해 문화예술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진다면, 지금 흥미 있어 하는 문화예술을 조금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게 되리라는 희망을 품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