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앰비언트 : 예술은 어디에나 있다 [문화 전반]

공기처럼 스며들고 불꽃처럼 사로잡다
글 입력 2017.03.10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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앰비언트(Ambient): 잔잔하고 은은하게 주변을 꾸미는

 "앰비언트"란 일렉트로닉 음악의 하위 장르로, 전통적인 음악에서 부수적인 것으로 취급되던 음색과 분위기를 강조하는 음악이다. 사전적인 의미 그대로의 역할을 하던 초기에는 특정 장르를 정의하는 용도로써가 아니라 단순히 “배경음악”적인 성격을 지칭하는 의미로 쓰였으나, 브라이언 이노로 인해 하나의 장르로 자리잡게 되었다. 
(출처: 위키백과, 벅스 뮤직)



"Brian E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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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앰비언트를 하나의 장르적 개념으로 확장하고 정착시킨 아티스트는 브라이언 이노(Brian Eno)이다. 그에 따르면 앰비언트 음악은 어떤 한 부분을 강조하지 않고 여러 층위가 공존할 수 있어야만 하며, 무시되지 않을 정도의 흥미가 있어야 한다. 즉 소리 조각들 각각의 공간을 살려 그들이 이루는 조화 자체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소리의 진행이 주는 긴장감을 잃지 않으면서도, 기승전결이 뚜렷한 기존의 전통적인 음악적 구조에서 탈피하고자 한 것이다. 
 그의 “앰비언트” 시리즈의 첫 작품인 [Ambient 1: Music for Airports] (1978)는 그가 추구하는 조화가 어떤 것인지 보여준다. 그는 이 앨범의 라이너 노트에서 “앰비언트 뮤직은 평온한 분위기와 사유의 공간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며, 귀 기울여 듣는 종래의 음악에서 벗어나 낮은 볼륨으로 듣는, 스쳐 지나가는 음악” 이라고 스스로의 음악을 정의했다.



“탈경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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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앰비언트는 기원적으로 매우 다양한 장르로부터 영향을 받은 장르이다. 이는 규칙적인 리듬과 멜로디 진행을 파괴하고 일정 패턴을 반복하거나 악기에서 나오는 소리가 아닌 소음으로 음을 구성하는 시도 등의 전위적이고 실험적인 성격으로 나타난다. 한편 이처럼 다방면에서 영향을 받은 앰비언트는, 하나의 장르로 정착되었다 하더라도, 그 성격들이 정형적인 틀 안에서 정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장르의 구분이 무의미해지는 탈경계적 특성을 지닌다. 
 즉 멜로디와 화성, 리듬이라는 대중 음악의 전통적, 필수적 요소를 제외하고 소리의 공간감에 초점을 맞춘다는 점을 “앰비언트적 요소”라고 정의한다면, “앰비언트 음악”이라는 완성된 장르라고 하기보다는 “앰비언트적 요소를 갖추고 있다”고 해야 하는 사례가 더 많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앰비언트가 타 장르들과 결합하여 발전한 경우가 흔히 발견된다.



"공간을 사로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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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다면 가장 최소한의, 그러나 가장 중요한 앰비언트적 요소는 어떤 것인가? 기본적으로는 특수한 소리의 질감과 공간감으로 여백의 상상력을 추구하는 것이 앰비언트의 목적이므로, 공간감의 극대화가 가장 필수적인 요소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브라이언 이노의 초기 앰비언트 음악 또한 적절한 여백과 소리의 조화로 공간감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러나 앰비언트 음악의 유래가 그가 병원에서 들은 소음이었다는 일화에서도 알 수 있듯이 초기 앰비언트 음악은 공간을 압도한다기보다는 공간에 스며드는 편이었다.

 이와 달리 다양한 일렉트로닉 장르의 악기들과 결합하며 발전한 이후의 앰비언트는 공간을 사로잡는 소리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한다. 공기처럼 스며들기 시작해서 마침내 자신의 존재감으로 공간을 가득 채우려는 시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아래 4개의 앨범은 각자 다양한 개성으로 공간을 사로잡을 뿐 아니라 나아가 하나의 서사적 공간을 구성하고 있는 사례를 보여준다.



1. 전자양 < 소음의 왕 > 中 거인

("소음의 왕"으로 대체)

 < 소음의 왕 >의 첫 번째 트랙인 "거인"은 쿵쿵 울리는 거대한 발소리로 시작한다. 마치 이어지는 트랙들의 임팩트를 예고하는 듯한 소리이다. 앨범은 "거인"의 발소리로 몰입도를 끌어 올린 후, "우리는 가족", "생명의 빛", "소음의 왕"을 거쳐 현란한 사운드와 밀고 당기기를 반복하는 비트로 정신을 빼앗고, "멸망이라는 이름의 파도"까지 순식간에 빠져들게 하며 앨범 자체로 하나의 "정서적" 공간을 형성하는 저력을 보여준다.


2. Airy Textile < Narrativity > 中 Pollen


 서로 다른 두 사람이 만나 하나의 작물을 짜듯 작업하는 과정을 그려냈다는 의미의 Airy Textile이다. < Pollen >은 부유하는 듯한 느낌이 들 만큼 소리가 입체적이고 공간적이며, 다른 트랙들도 각자 다른 비트와 여백을 조화시켜 개성이 풍부하다. 각기 다른 소리의 층으로 서로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주고 받으며 하나의 공간에 엮어낸 조화가 인상적이다.


3.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 < Slow Diving Table > 中 순간


 반복되는 패턴과 전자음으로 구성된 실험적인 트랙 사이에 어쿠스틱 기타 사운드와 일상적인 소음으로 이루어진 < 순간 >이 들어가 있다. 이번 앨범은 위 앨범들과 같은 큰 임팩트는 없지만,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라는 통일된 베이스 위에 예측할 수 없는 자연스러운 노이즈를 발견하고 뒤섞어 역시 청자를 하나의 서사적 공간 속으로 이끌고 있다. 뮤직비디오 또한 시각적으로 몰입도를 높인다.


4. Sima Kim & American Green < Dorothy > 中 Wisdom Tooth (feat. Lux & Miro)


 이 앨범은 "Dorothy"라는 실재하는 여성을 위해 만들어진 앨범이다. 반복되는 패턴과 공간감이라는 앰비언트적인 특성 위에 다양한 변주와 세련된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입혔다. "Wisdom Tooth"는 강약을 넘나들며 통통 튀는 구슬 같은 사운드가 매력적이다. 각 트랙의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통일된 느낌이며, 이는 "Dorothy"라는 여성의 이미지를 공간적으로 형상화한다.



"예술은 어디에나 있다"

 앰비언트 음악의 가장 매력적인 점은 나를 감싸는 공기처럼 편안한 느낌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초기 앰비언트 음악의 관심사는 주변의 소음처럼 스쳐 지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태도는 곧 인위적인 것을 거부하는 환경주의나, 미니멀리즘과도 연관된다. 앰비언트의 뜻을 이어받은 음악인들은 일상 속에서 자연의 소리나, 공간과 여백의 미를 끊임없이 발견해 낸 후, 그 재료들을 자신의 베틀로 가져가서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시킨다. 그들은 현실을 자신들의 공간으로 재창조하는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청자는 언제 어디서든 듣는 행위를 통해 그들이 이끄는 공간으로 들어가 그 안에서 자신만의 공간을 재창조할 수 있다.

 이 메커니즘은 예술이라는 분야에도 확대 적용된다. 예술은 공기처럼, 소음처럼, 앰비언트처럼, 일상 어디에나 존재한다. 그를 발견하고 재창조하는 일은 우리 모두의 일이다. 이처럼 앰비언트가 우리에게 주는 메세지는 "예술은 어디에나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예술이 부르는 데로 가보고, 예술이 이끄는 대로 느끼고, 생각하고, 흠뻑 젖어보기도 하라는 것.


[임예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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