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불멸은 축복인가 저주인가? 시몬 드 보부아르의 "모든 인간은 죽는다" [문학]
글 입력 2017.01.15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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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가장 핫한 드라마는 단연코 도깨비다. 극 중 도깨비 역할을 맡은 공유는 자신의 검을 뽑아줄 도깨비 신부를 찾아 다닌다. 도깨비가 검을 뽑고 싶은 이유는 불멸이라는 저주를 끝내고 무로 돌아가고 싶기 때문이다. 즉 죽고 싶어서 도깨비 신부를 찾아 다니는 것이다.
그런데 도깨비는 왜 죽고 싶어할까? 흔히 사람들은 불멸을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인류는 그동안 죽음을 두려워했기 때문에 생을 늘려보고자 생명과학 발전에 힘을 썼다. 또한 불멸이라는 상상 속의 존재들을 만들었다. 하지만 사람들의 바램과는 달리 드라마 속 도깨비는 무로 돌아가고 싶어 한다. 불멸은 축복일까? 저주일까? 이에 대해 고찰을 하며 실마리를 주는 책이 있다. 바로 시몬 드 보부아르의 “모든 인간은 죽는다” 이다.(스포일러 주의)
먼저 이 책은 소설이다. 불멸이라는 특권을 가진 남자 주인공이 몇 백 년을 살았던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이탈리아 카르모나에서 태어난 남자 주인공은 한 노인 덕분에 불사약을 마시고 늙지 않고 영원히 살게 된다. 불멸성을 얻게 된 이후 자신의 조국 카르모나을 지키고 발전시켰다. 세계를 지배하기 위해 루터교도인들을 박해하기도 했으며 미국 대륙을 모험하기도 한다. 또한 사랑하는 여자를 만나 파리에 정착하는가 하면 혁명에 가담하기도 했다. 수백 년 동안 다양한 경험과 시도를 한 주인공은 불멸은 곧 저주임을 깨닫는다.남자 주인공은 수백 년을 살아오면서 무기력, 무감각에 시달린다. 시간적 한계를 상실했기 때문에 오는 무기력이다. 주인공의 시간은 무한하기 때문에 무언가를 위해 살아야 할 이유도 없고 무언가를 해 야할 이유도 없다. 죽지 않기 때문에 먹어야 할 이유도 없고 잠을 자야 할 이유도 없다. 그리고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인간은 똑같은 실수를 하며 같은 일을 반복한다. 수백 년을 지켜본 그는 그저 모든 것이 무덤덤할 뿐이다. 이뿐 만이 아니다. 유한한 시간을 가진 사람들과 어울릴 수 없다. 우정도 사랑도 불멸을 가진 그에겐 찰나에 스쳐가는 인연이다. .나는 당신한테 내 전부를 줬어. 나는 당신 역시 살아서도 죽어서도 당신을 나한테 줬다고 믿었어. 그런데 당신은 다만 몇 년 동안 당신을 빌려주고 있었던 거야.당신의 사랑이 뭐야, 죽음을 면할 수 없는 두 존재가 사랑할 때는, 그들의 사랑에 의해 그들의 몸과 마음이 만들어지고, 그들의 사랑이 그들의 본질 자체야. 당신한테, 그건……. 그건 한 가지 사고지우리는 살아가면서 하고 싶은 일이 많다.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일을 적는 버킷리스트를 만든다. 한살이라한 어릴 때 더 많은 것을 보고 경험해 보려고 애쓴다. 우리가 이러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죽음이라는 피할 수 없는 운명이 있기 때문이다. 죽기 전에 내가 살면서 하고 싶은 것을 다 해보기 위해 우리는 오늘도 희망과 열정을 가지고 산다.하지만 우리가 불멸의 존재라면? 무한한 시간 속에서 우리는 버킷리스트를 만들지 않을 테고 원하는 일을 빠른 시일 내에 이루기 위해 열심히 살지도 않을 것이다. 즉 꿈과 희망과 열정이 사라지고 무한한 시간 속에서 인간 관계 역시 스쳐지나가는 존재이다. 살아야 할 이유가 없어지는 것이다.결코 다시 시작되지 않는 삶이기에 삶은 각자에게 하나 가득이었으며 하나 가득 새로웠던 것이다.만일 산다는 것이 다만 죽지 않는 것이라면 왜 살아가야 하는가?태어나는 그 순간부터 죽어가기 시작하고야 말죠. 그러나 탄생과 죽음 사이에는 삶이 있어요.유한한 시간 속에서 원하는 것을 다 해보기 위해 우리는 오늘도 열심히 산다. 한정된 시간 속에서 살아가는 존재이기에 우리는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려고 애쓴다. 그리고 언젠간 죽기 때문에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과 내 곁에 있는 사람이 소중하며 사라져가는 내 젊음 즉 오늘 하루가 무척 소중한 것이다.
[장세미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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