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피지컬 100, 1이 아니면 99 [드라마/예능]

글 입력 2024.04.06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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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지컬 100, 100명의 참가자가 모여 가장 좋은 피지컬을 가진 사람 단 1명을 뽑는 예능프로그램. 시즌 1의 인기에 힘입어 시즌 2가 공개되었다. 상금 3억을 걸고 100명의 참가자는 각종 게임에 참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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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2는 시즌 1에서 아쉬웠던 점들을 보완했다. 시즌 1은 팀을 구성할 때 등수에 따라 팀원을 구성하고 남은 사람들은 뒤로 밀려난다. 1등이 팀원을 다 뽑고, 그다음에 2등이 뽑는 식으로. 이렇게 되면 마지막 사람은 다른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능력이 낮다고 판단해 뽑히지 않은 사람들과 함께한다. 자연스럽게 팀 간의 격차가 생기고 공평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이런 점을 시즌 2에서는 등수대로 돌아가며 1명씩만 고를 수 있게 해주어 팀의 밸런스를 맞췄다. 팀 간 능력이 비슷해지니 당연히 어느 팀이 이길지 궁금해지고 자연스럽게 다음 화를 누르게 됐다.


그뿐만 아니라 패자부활전에서는 이긴 단 1명의 승자가 팀을 새롭게 구성하는데, 떨어진 24명 중 가장 강하다고 생각되는 이들을 선택해 함께 팀을 하게 된다. 한 번 떨어진 사람들이라는 이미지로 인해 이들이 마지막까지 살아남길 더 응원하게 되고, 강한 사람들이니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하게끔 했다. 시즌 중간에 복병이 탄생함으로써 참가자들 사이에서 어벤져스 팀이라고 불리며 분위기를 환기하고 재미를 끌어 올렸다.


이렇게 시즌 2는 시즌 1의 팀 구성에 대한 단점을 보완했고, 힘쓰는 요소가 많았던 기존의 게임들은 전략과 지구력의 비중도 커지게끔 만들었다. 출연자들은 ‘어떻게 이런 게임을 생각했지?’라는 대사를 자주 했는데, 그 말에 공감하며 미로 게임이나 광산 컨셉의 게임들을 보면 제작진들의 창의력에 감탄했다. 한편으론 게임의 난이도에 경악을 금치 못하며 알바하고 집에 와서 ‘힘들어 죽겠다.’라고 하던 내게 항상 ‘남의 돈 버는 게 쉬운 줄 알았냐?’라고 말하던 언니의 말도 떠올랐다.


무엇보다 피지컬 2의 스토리텔링도 시청자들에게 충분한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팀전을 하는 모든 사람 중 단 한 명도 열심히 하지 않은 사람이 없는데도 반드시 한 팀은 탈락하게 된다. 탈락한 참가자들은 ‘조금 더 열심히 할 걸.’ 하며 후회하기도 하고, 자신의 탓을 하기도 한다. 내가 보기엔 다들 열심히 최선을 다했는데, 결과에 의해 과정까지 아쉬움이 남으며 자신을 의심해야 하는 이 상황이 안타깝게 느껴졌다. 그러면서도 나도 좋지 않은 결과로 낙심하고 후회했던 적을 떠올리며, 사실은 제삼자가 보기엔 나는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할까? 하며 괜히 위로받는 느낌까지 들었다.


피지컬 100 시리즈가 좋은 이유는, 경쟁자여도 서로를 응원해 준다는 것. 탈락하더라도 인정하고 더 나은 사람이 되어 오겠다는 다짐을 하는 것이다. 그들의 태도와 마인드를 보고 있으면 건강한 육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말을 다시 한번 체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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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을 한 사람은 패자부활전으로 살아남은 참가자다. 만약, 이 참가자가 정지현 선수에게 뽑히지 않았다면? 이 지점에서 운이 작동했고, 기회를 잡았고 본인의 능력으로 우승할 수 있었다. 또한, 뽑힐만한 사람이기에 뽑혔다. 저 사람과 함께 팀을 하고 싶다는 피지컬과 이미지는 본인이 만든 것이다. 그렇기에, 능력과 운이 모두 따라준 것이다. 반면 제한된 팀원 수에 의해 선택받지 못한 20명의 참가자는 운이 따라주지 못한 것이다.


어느 순간 타인과의 경쟁에서 ‘나’와의 경쟁으로 변해가는 과정 역시 흥미진진했다. 다른 사람은 신경 쓰지 말고, 내가 갈 길에만 집중해서 가는 것. 자신의 한계에 부딪히는 것. 모든 경쟁은 어쩌면 나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는 과정을 경험하게 해주는 수단이지 않을까 했다. 결국 누군가는 떨어지고, 누군가는 붙게 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그들은 계속 이렇게 말한다. 몸이 부서지라, 몸이 부서질 때까지 하겠다고. 다른 이가 보기엔, 저 사람이 탈락하겠구나. 라는 결과가 눈에 선함에도 정말 몸이 부서질 때까지, 부서져 가는 몸을 붙잡고 정신력으로 마지막까지 하겠다고 한다. 비록 탈락은 했을지라도, 자신의 한계를 넘었고 포기하지 않았으니 실패는 하지 않은 셈이다. 그저 상대가 ‘상대적으로’ 더 강했던 것뿐이다.


이번 시리즈에서 돋보였던 참가자 중 한 명은 홍범석 참가자다. 시즌 1의 탈락자 중 유일하게 재도전한 사람이었다. 그는 다시 한번 참가하겠다고 마음먹기까지 꽤 시간이 걸렸을 것이다. 아마 또 탈락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우승해야 한다는 간절함과 압박감 때문이지 않을까. 그런 홍범석 선수에게 가족들은 ‘하고 싶으면 용기 내서 도전해라.’라고 했다고 한다. ‘하고 싶다’라는 오직 하나의 이유는, 그 모든 두려움의 이유들을 떨칠 정도로 강한 것이다. 우승을 목표로 거침없이 달렸지만, 또 그의 생각대로, 마음먹은 대로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해 아쉬움 가득한 표정을 했다. 그런 얼굴을 보고 있자니, 우리도 원하는 목표에 도달하지 못한 적이 참 많지 않았던가. 생각했다. 열심히 노력하고 간절했지만 가질 수 없는 것을 보며 다시 한번 세상은 역시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구나. 모두에게 그렇구나. 99%는 그렇구나. 1%가 정말 대단한 것이라고. 그렇기에 비교는 의미가 없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할 수 있는 데까진 도전하는 것, 하고 싶으면 그냥 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하고 싶은 것과 목표에 대한 간절함이 가득하게 담겼던 그의 눈빛은 당분간 잊지 못할 것 같다.


피지컬 100을 보면서 전혀 다른 느낌이지만, 비슷한 맥락에 처한 내 상황을 떠올렸다. 대기업 공채에서 000명 중 한 명의 지원자가 되어, 1차 서류를 통과하고 나니 00명이 되었고, 인적성을 통과하고 1차 면접에서는 0명이 되었고, 최종면접에서는 2명이 되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결국 1에 속하지 못했다. 나는 결국 99%에 속하게 된 것이다. 탈락의 아픔과 재도전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망설였지만, 하고 싶다.라는 이유 하나로 다시 시도했다. 아마 확률적으로 또 원하는 것을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럼에도 피지컬 100의 참가자들처럼, 묵묵히 내 할 일을 하고, 더 단단하게 다음을 준비하며, 앞으로 나아가야만 할 것이다.


피지컬 100. 여기 참여한 100명 중 그 누구도 어디 가서 피지컬로 꿀릴 사람들이 아니다. 그러니까 피지컬 경쟁을 하는 프로그램에 나온 것이다. 100명 모두 1등을 꿈꾸지만 그중 99명은 탈락의 고배를 마셔야만 했다. 목표했던 것을 얻지 못하는 아픈 결과를 경험해야 했다. 어떤 참가자는 '1등, 그게 아니면 99.'라고 했다. 확률적으로 대부분은 99에 속해있다. 비록 1을 거머쥐진 못했더라도, 용기 내서 자신의 한계에 맞선 99명의 참가자에게도 수고했다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많은 참가자가 아쉬움을 토로했지만, 그런 것들이 무색할 정도로 다들 빛이 났으니까 말이다.

 

 

[이유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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