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나의 영원한 친구
나는 우리 엄마가 참 좋다. 나를 사랑으로 양육해 주셨기 때문이고, 나를 존중하고 이해해 주셨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주 어릴 적부터 나도 그런 어른이 되고 싶다고 생각해왔다.
어렸을 적에는 순수한 눈으로 세상을 바라봐서였는지, 나중에 크면 나도 당연히 그런 어른이 될 수 있으리라 믿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고 학창 시절을 보내면서 알게 되었다. 엄마가 나를 위해 얼마나 많은 것을 내어주셨는지, 또 얼마나 깊이 사랑하고 계신지를. 그리고 자연스럽게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저런 어른이 될 수 있을까. 물론 지금은 성인이지만, 여전히 그 질문은 남아 있다.
이런저런 엄마!
그렇다면 내 삶에서 엄마는 어떤 어른이었을까. 살다 보면 사람마다 마음에 남는 말이나 행동이 하나쯤은 있다. 나에게도 여러 순간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
나는 유행에 큰 관심이 없는 편이다. 예전에는 더 그랬다. 화장도 하지 않았고, 옷도 편하면 그만이었다. TV도 잘 보지 않았다. 지금도 화장이나 TV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고, 옷만 조금 나아진 정도다.
그러던 어느 날, 유독 푹 빠지게 된 콘텐츠가 생겼다. 나는 그것에 대해 집에서 정말 많이 이야기했다. 특히 엄마에게. 엄마는 그런 내 모습을 처음 보셨고, 내가 무엇을 그렇게 좋아하는지 궁금해졌다고 했다.
어느 날 학교를 마치고 돌아왔을 때, 엄마가 나를 맞이하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네가 좋아하는 그거, 참 재미있더라. 네가 좋아할 만하더라. 나중에 다른 내용도 같이 보자.”
엄마에게는 그저 한 번 보고 느낀 점을 건넨 말이었을지도 모른다. 재미있었고, 그래서 나와 함께 보고 싶다는 마음에서 나온 말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 말이 나에게는 깊이 남았다. 나는 그저 내가 좋아하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 즐거워서 계속 말했을 뿐이었다. 엄마가 먼저 그 콘텐츠를 봐주기를 기대한 적은 없었다. 그래서 더 놀랐고, 그 말이 더 크게 다가왔다.
내가 학교에 있는 사이, 엄마는 그 콘텐츠를 직접 찾아보셨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마음이 움직였다. 그때 나는 뭐라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을 느꼈다.
이렇듯 엄마에게는 자연스럽게 나온 행동이었겠지만, 나에게는 ‘이런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마음먹게 하는 순간이었다. 이 일뿐만 아니라, 일상 속에서 비슷한 생각이 들었던 순간들은 더 많았다.
이런저런 나?
그래서 나는 어떤 어른이 되고 싶은지 생각해보았다. 떠오르는 모습은 여러 가지였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크게 남은 것은 내가 다양한 것을 경험하고 도전할 수 있도록 해주셨던 부분이었다.
평소에도 부모님과 어린 시절 이야기를 자주 나누는데, 그때마다 그런 경험들이 지금의 나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나는 회복탄력성이 비교적 높은 편이다. 친구들과 같은 일을 하다가도 지쳐 잠시 멈췄다가, 다시 돌아오는 속도가 빠른 편이었다.
또 다양한 경험 덕분인지 새로운 것을 배울 때도 익숙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아, 이거 예전에 했던 거랑 비슷하다’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책에서 읽은 내용이 떠오를 때도 있다.
그리고 나는 편견이 거의 없는 편이다. 친구들도 그렇게 말해준다. 누군가 “나는 이런 사람이야”라고 말하면, 나는 “아, 그렇구나” 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편이다. 그래서 함께 있으면 편하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한다.
또한 꽤 낙천적인 성향이다.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편이라, 진학 고민을 할 때는 주변에서 조금은 현실적으로 보라는 말을 들은 적도 있다.
처음에는 이런 모습들이 내 성격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하나씩 돌아보니, 어렸을 때 다양한 경험을 하고 도전할 수 있도록 도와주셨던 부모님의 영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나는 또 어떤 어른이 되고 싶을까.
엄마처럼, 다른 사람이 좋아하는 것을 함께 바라봐 주고 이해하려 노력하는 사람. 취향을 존중하고 함께 나누는 사람.
덧붙이자면, 취향은 같아도 좋고 달라도 좋다고 생각한다. 비슷하다면 서로 공감하며 시간을 나눌 수 있고, 다르다면 그 사람이 좋아하는 것을 알아가는 과정 자체가 즐겁다. 내 취향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도, 알아가는 과정에서 좋아지게 된 경우도 많았다.
나에게 남은 잔향
![[크기변환]대표 이미지 01.png](https://www.artinsight.co.kr/data/tmp/2605/20260508190819_aogzwdct.png)
어느 날 읽던 책에서 이런 문장을 보았다.
마치 손에 핸드크림을 바르면 잔향이 남듯이, 부모와 아이의 관계도 그렇다.
어떤 책이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이 문장만큼은 또렷하게 남아 있다. 이 문장을 읽고 나서, 나는 자연스럽게 엄마와 나의 관계를 떠올렸다.
엄마의 영향은 특별히 의식하지 않아도 내 안에 스며들어 있었다. 어느 순간부터는 나도 모르게 엄마와 비슷한 말투를 쓰고, 비슷한 방식으로 사람을 대하는 나를 발견하곤 한다.
음식 취향에서도 그런 변화가 느껴진다. 예전에는 좋아하는 채소나 버섯만 골라 먹었지만, 이제는 가리지 않고 먹게 되었고, 한때는 오리지널 맛만 찾던 빼빼로도 어느새 엄마가 좋아하던 아몬드 맛을 먼저 고르게 되었다. 집에서 자주 먹는 견과류 중에서도 결국 가장 손이 가는 것은 아몬드라는 점도 닮아 있다. 이 외에도 커피를 마시는 취향처럼, 일상의 사소한 기호들까지 점점 엄마와 비슷해지고 있다.
책을 읽는 취향 또한 닮아 있다. 엄마와 나는 모두 책을 좋아하고, 각자 읽은 내용을 자연스럽게 나누곤 한다. 같은 책을 읽지 않더라도 서로의 이야기를 들으며 생각을 넓혀가는 그 시간이 익숙하다.
우리 집에서는 늘 엄마가 요리를 하셨고, 특별한 날이 아니면 항상 집에서 밥을 먹었다. 배달 음식도 먹은 게 손에 꼽을 정도이다. 또 먹고 싶은 음식을 말하면 엄마는 그것을 더 건강한 재료로 바꾸어 직접 만들어주셨다. 그런 모습을 보며 자라서인지, 나와 오빠 역시 요리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즐기게 되었다.
그 영향은 생각보다 더 깊이 남아 있었다. 베이킹 동아리에 참여했을 때, 따로 배운 적이 없는데도 손이 먼저 움직였고, 선생님은 그 모습이 신기하다고 말씀하셨다. 의식하지 못했던 방식과 태도가 이미 몸에 익어 있었던 것이다. 편의점에서 음식을 고를 때 성분표를 확인하는 습관이나, 고기를 구울 때 탄 부분을 잘라내는 모습 역시 자연스럽게 이어진 행동이다.
뿐만 아니라, 소중한 사람들에게 무언가를 건네는 마음도 닮아 있다. 엄마는 주변 사람들에게 작은 선물을 자주 챙기셨고, 그런 모습을 보며 자라서인지 나 역시 누군가에게 마음을 표현하는 일을 자연스럽게 여기게 되었다. 때로는 내가 만든 음식을 엄마와 가까운 지인들인 이모들에게 나누어 드리기도 하는데, 그럴 때마다 ‘그 엄마에 그 딸이다’라는 말을 듣곤 한다.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내가 엄마를 많이 닮았다는 사실을 다시 느끼게 된다.
이 모든 것은 일부러 따라 하려 했던 것이 아니다. 오랜 시간 곁에 머물며 조용히 스며든 결과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함께한 시간 속에서 자연스럽게 남은 흔적이다.
마치 손에 바른 핸드크림의 향이 은은하게 남아 있듯, 엄마가 나에게 남긴 영향 또한 사라지지 않고 내 삶 속에 계속 이어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