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올드위키드 송, 두 남자 그리고 피아노

서로 다른 둘 소통이 통하다
글 입력 2016.12.12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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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남자, 그리고 피아노 올드위키드송>

2016.11.08 ~ 2017.01.22
드림아트센터 1관







 연장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바깥의 어지럽게 높게 올려진 건물과는 전혀 다른. 공간이 존재해 있었다. 커다란 창과 그랜드 피아노, 소파와 전축, 쌓여진 책들. 이 곳만 과거로 돌아간 듯한 느낌. 만석이었다면 온전히 그 느낌을 느끼기 쉽지 않았겠지만 적당한 관람객들까지. 이미 무대 만으로도 기대감의 반이 채워졌다.



#01 캐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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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연을 보러 가기 며칠 전 같이 가기로 한 친구에게서 다급한 연락이 왔다. "캐스팅 확인했어?" 물음표 물음표. 확인할 생각도 못한 와중에 마슈칸 역할의 배우. '송영창'.




 보이콧 중이라는 친구의 이야기에, 수긍하곤 다른 지인과 함께 공연장을 찾았다.



#02 마슈칸과 스티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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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스트리아 빈, 어느 대학의 음악 연습실. 피아노 연습이 한창인 한 중년의 남자. (마슈칸) 계속 같은 음을 잘못 연주하는 자신을 질책한다. 그때 불쑥 연습실로 들어와 다소 거만하게 끼어드는 젊은 남나. (스티븐) 

 "슈만. 작품 번호 48. 시인의 사랑 C# 마이너로 연주하셨네요. 원곡은 F# 마이너죠."

 마슈칸 교수와 스티븐의 만남은 이렇게 시작된다. 시놉시스를 미리 읽고 갔음에도 이런 둘의 시작이 소통에 대해 무얼 말해줄 지에 대해서는 의문점이 가득했다. 그리고 쉴러 교수를 찾는 스티븐의 질문에 마슈칸은 스티븐 교수에게 교육을 받으려면 필수적으로 자신에게 3개월을 배워야 한다는 사실을 전한다.
 그 사실을 모르던 스티븐은, 분개한다. 마슈칸은 그의 모습에 당황하기는 커녕 크게 웃으며 재밌다는 대답을 한다. 그리고 막무가내로 시작되는 교육. 대충 대충 하고 넘어가려는 스티븐을 연신 웃으며 지도하는 마슈칸

 스티븐은 4살 때 이미 차이코프스키의 곡을 연주해 사람들로부터 영재라는 찬사를 받았었다. 하지만 자신의 음악이 아닌 누군가의 모자 (비슷한 예로 탈)를 쓰고 그들을 흉내내는 연주는 그에게 즐거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마슈칸과의 수업을 통해 스티븐 드디어 자신이 '즐거워서' 하는 음악을 깨닫게 된다. 정반대의 인물 그러니까 자석의 같은 극처럼 밀어낼 것만 같은 인물들이 점차 음악적으로, 또 서로가 가지고 있던 동화 (과거의 이야기)를 공유하며 소통의 끈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극을 보기 전까진 시대적 배경에 대해 정확히 알 수 없었으나. 나치와 유태인인 두 주인공의 이야기를 통해. 더 극이 전달하고자 한 '소통'에 대해서 느낄 수 있었다. 둘 다 초반엔 유태인임을 숨기지만 스티븐 부터 자신이 유태인 임을 밝히고. 뒤디어 마슈칸 역시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유태인 임을 보여준다.



#03 소통


 통이란 그렇다. 어색한 두 사람이 만나더라도 하나의 공통점을 가지고 있으면 가까워 지는데 큰 도움이 된다. 성향이 다른 사람 사이에서도 중요한 공통점이 생기면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준다. 극 자체의 기본적인 흐름은 이렇다.

 중간 중간 이들 사이에도 갈등과 고조가 있으나, 심각하기 보다는 위트가 섞여 있어 감정적 동조를 이끌어 내기에는 부족한 감이 있었다. 그리고 긴장감 탓인지 배우분의 잦은 대사 실수에 집중력이 많이 흐려지는 불상사가 있었지만. 그러한 점은 제쳐두고 감미롭게 흐르는 피아노 연주. 천장에 크게 설치된 창문은 분위기를 자아내는 커다란 역할을 해주었다. 천둥번개와 잔뜩 쏟아지는 비를 직접적으로 표현했을 때 말문이 자연스레 막혔다. 

 <올드위키드송>의 마지막엔 두 인물이 같이 그 노래를 부르며 막을 내린다. 결론적으로 서로 상반되는 인물들 사이에 가려져 있던 것이 걷어지면 비로소 서로의 입장과 사연을 헤아리고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비단 이 연극의 내용이나 시대와 상관없이. 지금, 바로 이 시대에서도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역지사지란 말도 있지 않던가. 무작정 저 사람은 왜 저래? 가 아니라 그렇게 된 그 사라만의 '동화' 나 사연을 알게 되면 이해할 수 있는 실마리가 될 것이다. 

 하지만 이 논리가 범죄에 사용되도 된다는 말은 아니다. 살인을 저지른 자의 과거가 불운하다고 하여 그것이 정당성을 부여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배우분의 실수 정도 빼고는 무대와 음악, 연기 모두가 훌륭한 연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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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옥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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