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기에
예술이 된 그래피티
위대한 낙서전

홍대 길거리의 빈 벽에 아무렇게나 흩어 그린 듯 한 그림이나 문구를 본 일이 있나요? 거침없이 뿌리는 것만 같은데 그게 감각적인 문구가 되고 그림이 된다는 사실에 놀라보신 적이 있나요? 만약 보신 일이 있다면 당신은 이미 ‘그래피티’의 감상자입니다.
그래피티란 벽이나 그 밖의 화면에 낙서처럼 긁거나 스프레이 페인트를 이용해 그리는 그림을 말하는데요. 지하철이나, 길거리 벽면, 바닥에 컬러 스프레이 페인트로 그려진 그림들을 일컫습니다. 과거 그래비티는 ‘반달리즘’, 즉 문화예술이나 예술품 등을 파괴하는 행위로 여겨졌었는데요. 청소년이나 흑인 소수민족이 주도했던 만큼 ‘반항’의 상징과도 같은 행위였습니다. ‘파괴한다’는 표현에서도 알 수 있듯 그래피티를 보는 시선은 좋지 않았는데요. 예술이 아니라, ‘낙서’라는 것이 지배적인 인식이었습니다. 벽이 여러 ‘낙서’로 난잡해져 있으면 눈살이 찌푸려지는 것처럼, 그래피티는 하나의 거대한 낙서처럼 받아들여져 멸시 받아 았던 거죠.
하지만 그래피티는 단순한 ‘낙서’ 그 이상의 의미를 가졌습니다. 다수가 아닌 소수, 기득권이 아닌 약자계층에서 발발한 만큼 그들이 전하는 메시지는 파격적이었죠. ‘선택받은 누군가’만이 전시할 수 있고, 들어갈 수 있는 전시장과 달리. 거리는 지나가는 모든 사람에게 메시지를 전할 수 있는 장이었습니다. 그렇기에 ‘선택받지 못했던’ 사람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었죠. 소수들이 쉽게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장은 거리가 유일했던 것입니다. 그래피티를 통해서는 형식의 제약을 받지 않고 그저 하고 싶은 이야기, 자신들의 이야기를 할 수 있었기에, 그 무엇보다 생생하게 그들의 목소리를 전할 수 있던 거죠.

처음엔 그 메시지 때문에 주목 받았던 그래피티는 어느새 ‘거리예술’의 일종으로 자리잡고 있는데요. 알폰스 무하가 포스터를 통해 거리를 하나의 전시장으로 만들고자 했다면, 그래피티는 거리를 도화지 삼았기에 거리 자체를 그림이자 전시장으로 만든다고 할 수 있습니다. 모든 이가 쉽게 감상할 수 있도록 말입니다.
하지만 이런 그래피티도, 우리 나라에선 아직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는 것이 사실인데요. 그런 우리 나라에도 큰 획을 그을만한 전시가 바로 ‘위대한 낙서’전입니다. 앞서 전시장에 대해 ‘선택받은’ 이들이 전시되고, 감상할 수 있다고 말씀드렸었는데요. 전시는 정제 된 것을 올린다는 개념이 강해 ‘예술’이라 불리지 않는 것은 좀처럼 전시되지 않아왔습니다. 그랬기에 그래피티는 거리에서 발달할 수 밖에 없던 것이구요. 그런데 그 ‘그래피티’가 전시된다는 것은 곧 ‘그래피티’를 ‘예술’로 인정한다는 것과 같은 의미인 것입니다.
국내 최초, 라는 타이틀을 자랑스럽게 건 만큼 이번 전시는 ‘전시됐다는 것’ 자체만의 의미 뿐 아니라 다른 의미도 가집니다. 위대한 낙서전에서는 그래피티의 역사와 현재, 미래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작가와 작품이 선정됐기에 국내관객들에게 ‘그래피티’라는 생소한 장르를 ‘예술’로 이해시킴과 동시에 ‘그래피티’라는 장르에 대해서도 이해시킬 수 있는 기회까지 제공하게 되는 것입니다.
사실 저는 그래피티에 대한 이해를 하기 시작하면서 이 전시의 제목이 의아해졌습니다. 사실 '낙서'라는 건 그래피티를 멸시하기 위해서 썼던 단어 중 하나이니 말입니다. 그런데 더 고민 해 본 결과, 그래피티는 '낙서'기에 오히려 더 의미를 가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낙서는 '글자, 그림 따위를 장난으로 아무 데나 함부로 씀. 또는 그 글자나 그림'을 뜻합니다. 즉 그 무엇에도 얽매이지 않은 것이죠. 그래피티가 의미 있는 이유는 그것이 '낙서'이기 때문이었습니다. 그 자유분방함이 그래피티의 매력이죠. '낙서'는 예술이 아니란 의식이 문제일 뿐, 그래피티를 낙서라고 부르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 것입니다.
그 인식을 깨닫고 나니 위대한 낙서전을 보고 저도 사람들도 '낙서'에 대해 다시금 인지하게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벼운' 낙서가 아닌 '위대한' 낙서를, 그것도 힘이 있는 낙서를 통해서 말입니다.
아래는 상세정보 입니다! 예매는 여기

이 글은 아트인사이트(www.artinsight.co.kr)와 함께합니다!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