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거장의 아름다운 퇴장, 연극"언더스터디"

글 입력 2016.11.19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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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장의 아름다운 퇴장
연극 "언더스터디(Understu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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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언더스터디는 '배우란 과연 어떤 존재인가'에 대한 깊이 있는 공감을 바탕으로 연극의 본질과 그와 닮아있는 우리의 삶을 비추어 그려낸 작품이다. 연극을 관람하기 전, 60년 배우인생을 살아오신 오현경 배우분께서 연극을 통해 어떤 메시지를 주실지 궁금했고 관객들이 미처 알지 못하는 무대 위와 무대 뒤의 모습을 가감없이 볼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감이 들었다. 그리고 간접적으로나마 그들이 풀어내는 이야기 안에서 같이 배우고 공감하면서 다양한 감정들을 느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연극을 보러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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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을 관람하는 동안 90분이 언제 지나갔는지도 모를만큼 흡입력 있는 배우들의 연기에 빠져들었다.
같이 작품을 하는 배우들의 작품에 대한 애정과 열정도 느낄 수 있었다. 그 중 오 선생과 정환, 그 둘은 대화를 할 때에도 말하지 않을 때에도 서로를 위하고 오랜 시간 같이 해온 세월만큼 서로를 잘 아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다른 사람은 다 아니라고 할 때에도 끝까지 오 선생을 믿어주었던 정환과 ,정환의 생각과 가능성을 누구보다도 잘 알았던 오 선생의 마음씨가 느껴져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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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의 구조는 무대 위 배우와 모습과 무대 뒤에서 현실적인 인간으로서의 모습을 대조적으로 드러내주기에 좋았다. 계단을 경계로 무대 위에서와 달리 무대 아래에서는 완벽한 무대를 만들기 위해 배우가 얼마나 많이 고군분투하고 갈등하고 준비하는지 더욱 현실감있게 느낄 수 있었다. 오 선생이 샤일록 배역을 연기하기 위해 복장을 차려입는 모습은 마치 전쟁터에 나가기 전 경험이 많은 장수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 또, 연극 안에서 또 다른 연극<베니스의 상인>을 연기한다는 점도 매우 신선했다.
 



"화가는 그림을 남깁니다.
소설가는 책을 남기지요.
그러나 연극은 아무것도 남길 것이 없습니다.

제 배우인생은 언제나 그때 그 무대를 기억하는
여러분과 함께 지내온 세월이었습니다.

유감스럽게도 저는 이번 항구에서 내립니다.
비록 오늘은 제가 샤일록을 연기하지 않지만
저보다 더 뛰어난 배우가 새로운 샤일록을
여러분께 선보일 것입니다.
기대해 주십시오.

끝으로 이렇게 어두컴컴한 객석에서
저와 함께 감정의 교류를 하면서 저로 하여금
배우로서의 자존심을 갖게 해 주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오 선생이 마지막 연극을 앞두고 관객들에 자신의 연기인생에 대한 고백을 하고, 자신을 대신할 새로운 배우를 소개하는 장면이다. 모든 불이 꺼지고 오 선생에게 스포트라이트가 비춰졌고, 그 순간은 모두가 오 선생의 담담한 고백을 들어주었고 마음속으로 그의 퇴장을 박수쳐주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항구에서 내린다는 말이 매우 좋았다. 오 선생의 비유처럼 인생은 어디로 갈지 모르는 배에 탑승한 것과 같다. 그 배에 타고 있는 동안, 우리는 거센 파도도 만날 수 있고 뜻밖의 황홀한 광경과 마주칠지도 모른다. 어떤 과정과 결말을 기대하든, 항구에서 내릴 때가 올 때 누군가에게 수고했다. 잘했다라는 말 한마디 들을 수 있다면 성공한 항해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게 우리가 60년이라는 오랜 세월을 배우라는 모습으로 견뎌온 그에게 이유 없는 박수를 보낼 수 있는 이유인 것 같다. 어쨌든 그 모든 것을 견뎌왔다는 것, 살아왔다는 것 말이다. 

마지막으로 "흐르는 강물이 얼마나 아름답나.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말을 마치며 오 선생이 무대에서 퇴장하고 그 뒷모습을 바라보는 정환의 모습으로 공연은 끝이 난다. 인생은 흐르는 강물처럼 정해진 순리가 있기 마련이다. 자신의 병을 알고 있음에도 끝까지 공연을 하겠다고 버티는 오 선생보다는 그 뒤에 누군가가 무대에 설 수 있게 자리를 내어준 오 선생이었기에 그의 퇴장이 더 아름다웠던 것 같다. 연극은 기록을 남기지 않지만 연기를 사랑하는 마음, 열정 하나로 무대에 섰던 마음 하나만은 오 선생의 연기를 보았던 관객들이 알기에 아름다운 추억으로 기억될 수 있을 것 같다.  


[정효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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