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아름다운 퇴장 - 연극 [ 언더스터디 ]

글 입력 2016.11.16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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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13 오후 4시. 대학로

지도를 잘 못봐서 조금 고생했지만, 그래도 정시에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뛰어와서 열기가 가시지 않아 연신 부채질을 하고 있을 때 쯤, 연극이 시작되었다.

조용한 분위기 속에 내밷는 샤일록의 대사들...열정적으로 소리치시고 대사하시는 모습이 멋있었지만, 한편으로는 쓰러지실까봐 약간 걱정이 되기도 했다.

오선생과 정환의 대화. 스승과 제자의 대화. 거장과 바보의 대화. 배우들의 목소리에 압도당하고, 그들의 섬세한 연기에 감탄했다. 화려한 의상과 무대, 멋진 노래는 없었지만, 그들이 뿜어내는 연륜과 감정 그리고 대사들이 무대를 꽉 채웠다. 사람들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연극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연극을 보며 든 생각은 크게 2가지 였다.

1. 오선생은 정말 행복한 사람이구나.
2. 떠나야 할 때 떠날 수 있는 사람이
정말 멋진 사람이구나.

먼저, 오선생은 행복한 사람으로 보였다. 자신이 숙명처럼 60년간 해온 배우라는 직업을 가지고 존경과 사랑을 받으며 아름답게 퇴장하였고, 자신을 소중하게 여겨주는 딸과 자신을 믿고 존경하는 제자가 있다는 점에서 행복하고 성공한 인생으로 보였다. 연극배우라는 직업이 배가 고프고 현실과 무대를 넘나들어 혼란스럽지만, 그래도 끝까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무슨일이 있어도 자신을 믿어주는 사람들이 옆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성공한 인생이고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두번째로, 자신이 지금껏 이뤄온 것들을 아주 멋지게 끝내고 퇴장하는 것.. 비록 위기와 갈등이 있었지만, 오선생은 이미 정환에게 물려줄 생각을 하고 있었고, 정환은 오선생을 끝까지 믿고 기다려줌으로서 둘이 얼마나 서로를 신뢰하고 존중하는지를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자신이 오르지 않는 연극을 보는 관객들에게 이야기한다.

"
가는 그림을 남깁니다.
소설가는 책을 남기지요.
그러나 연극은 아무것도 남길 것이 없습니다.
제 배우인생은 언제나 그때 그 무대를 기억하는
여러분과 함께 지내온 세월이었습니다.

혹시라도 제 연기를 기억하는 분이 계신다면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유감스럽게도 저는 이번 항구에서 내립니다.

비록 오늘은 제가 샤일록을 연기하지않지만
저 보다 더 뛰어난 배우가
새로운 샤일록을 여러분께 선보일 것입니다.

끝으로 이렇게 어두컴컴한 객석에서 저와 함께
감정의 교류를 하면서 저로 하여금
배우로서의 자존심을 갖게 해주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


마지막까지 관객과 정환을 배려하며 아름답게 물러나는 오선생의 모습은 힘이 넘쳤다.
그가 정환에게 샤일록을 맡기고 자신이 오래동안 써온 분장실에서 나가는 오선생의 뒷모습은 마냥 쓸쓸하고 슬퍼보이지만은 않았다. 오히려 새로운 도전을 하러가는 사람과 같았다. 두렵지만 도전해보려는...

흔히들 이야기한다. 박수칠 때 떠나라고. 하지만 그게 쉬운일일까?  절대 쉽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인간의 욕심이라는 것은 버리기가 힘든 것이다. 좋은 것을 오랜기간 쌓아왔다면 더더욱.. 하지만 오선생은 그것을 해낸다. 그는 영원히 멋진 대배우로 기억에 남을 것이다. 

위의 대사가 연극에서 가장 기억에 남았다. 이 대사는 언더스터디의 배우 오선생의 대사가 아니라 인간 그리고 배우 오현경이 그 자리에 앉아있는 관객들에게 진심으로 한 마디 한 마디 전하는 '말' 같았다. 이 대사에서 처럼 나는 배우 오현경과 다른 배우들이 남긴 연극을 함께 기억하고 추억하는 사람 중 한 명이 되었다. 내 기억 속에서 그들의 연기와 인생은 오래도록 깊게 남아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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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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