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따뜻한 12월의 가을

끝과 시작. 돋움의 앞에 선,
글 입력 2023.12.22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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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이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계절. 누군가는 기대하던 연말 정산을, 누군가는 고대하던 방학을 맞이하리라. 우리는 쌓아온 것들로부터 보상을 얻고, 나아가기 위해 갈무리한 짐들을 트럭에 실었다.

 

그런데, 왜인지 이번 12월은 조금 쓸쓸하다. 괜히 기억을 뒤적이며 더 챙길 것은 없는지 둘러본다. 열고 나가야 할 문 앞에서, 차마 운동화에 발을 끼워 넣지 못하고 서 있다. 두고 갈 것들의 앞에서, 하염없이 망설이게 된다. 때늦은 가을병이 도졌나 싶다. 시작이라는 설렘을 앞에 두고 자꾸만 뒤를 돌아보는 것은 미련일까. 눈가에 뭐가 맺히는 것 같기도 하고. 아, 아무튼.

 

남이 보면 욕 할까 숨겨 두었던 필자의 작은 투정이었다. 아주 미성숙하다. 그러나, 성숙을 가장하여 쓰는 차분한 문체-웩-는 잠시 갖다 버려본다. 어떻게 이런 용기를 얻었나 궁금하실 것이다.

 

1212, 12월 12일. 귀여운 숫자들이 모인 그날, 캐롤 송으로 가득 차 말랑해지던 아담한 카페에서, 새로운 시작을 앞두신 '주가을' 작가님을 만나 뵈었다.

 

*

 

안녕하세요, 작가님.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도예학과, 막 졸전-졸업 전시-을 마친 주가을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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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어떻게 지내시나요?

 

요즘.. 졸업 전시 끝나고, 제가 1월에 또 전시가 있어요. 그래서 열심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오! 1월 달에 전시를 하시는 군요.

 

네, 인사동에 있는 갤러리 노와이에서 이번에 청년작가지원전을 열거든요. 지원했는데 잘 되어서 전시에 참여하게 될 것 같습니다!

 

 

이번엔 어떤 작품들을 보여주실 지 기대가 되는데요.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기 전에 작품과 작가님에 대한 기본적인 질문부터 해보겠습니다.

작품을 만드실 때에 영감은 주로 어디서 얻으시나요?

 

영감! 영감은 아무래도 제가, 일기에서 나오는 날 것의 모습을 보여주는 작품을 주로 만들다 보니, 제가 쓴 일기에서 많이 영감을 얻어요. 일기를 쓸 때도 주변 사람들에게 좀 영향을 많이 받는 것 같아요. (일상생활 속에서 얻었던 감상이라든가, 주변 사람들과 함께했던 기억들이 많이 담기겠네요!) 네네, 맞습니다.

 


일기장을 도자로 만들어 내시는데, 그 작업 방식도 궁금했어요.

 

아, 작업 방식이요! 그, 기본적인 책 모양이 있잖아요. 그 틀을 만들어서 일기장의 형태를 가지도록 찍어내고, 나머지 요소는 핸드 빌딩-손으로 모양을 잡아 빚어내는 형식-으로 작업해요.

 

예시로, 작품 안에서 많이 보셨을 껌 같은 경우는 친구들이 씹어준 껌을 받아서, 틀을 떠서, 각을 잡아서 형태를 다듬는 형식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from.가을이가-1.jpg
前 'NEW!', 現 'FROM. 가을이가'

 

 

작가님이 말씀하신 ‘일기장’, ‘껌’의 요소가 포함된 작품을 출품하셨던 ‘디자인 아트페어’에 관한 질문 드리겠습니다. ‘디자인 아트페어: 청춘 별곡’에 작품을 출품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계기요! 결정 했을 때가 작년 겨울 쯤이었어요 딱 이맘 때.. 여행을 갔는데 동기 언니가 같이 나가고 싶다고 제안을 해 줬어요. 그런데 여행 가서 기분이 좋으니까 ‘그래! 나가자!’ 이렇게 해서 나가게 된 거였어요 그 때는 제가 사실 이렇게 도자기를 좋아하게 될 줄 몰랐어요. 물레를 좋아하던 시절이라, 가벼운 마음으로 다기 같은 걸 만들어서 출품할 생각이었거든요.

 

 

작품을 창작하시게 된 배경에 대해서도 여쭤보고 싶어요!

 

아, 그때 페어에 출품한 작품은 ‘new!’라는 이름의 작품이었어요. 그때는 제가 아까 말씀드렸던 것처럼, 조형을 하게 된 지 얼마 안 돼서 조금 방황을 했어요. 일기 작업을 하기도 전에 어떻게 작업에 제 생각을 넣어야 하는 지 방법을 몰랐었거든요. 되게 고민하고 방황했는데, 그때 동기들이 많이 도와줬어요. 자기 얘기를 해주기도 하고, ‘이럴 땐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보는 게 어떻냐’고 조언도 해주고.. 조금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그걸 다 기록해 놨었거든요 나중에 시간이 지나서 그걸 보다가, ‘이렇게 도움을 받아서 했던 걸 내 작업에 녹여 봐야겠다’고 생각해서 시작하게 된 게 일기장 작업이었어요!

 

내용에 대한 영감을 친구들한테서 많이 얻었던 것 같아요. 초반에 했던 것들은 다 버렸죠. 초반에는 ‘잘 해야겠다’, ‘예쁘게 해야겠다’ 싶었어요. 지금은 작품이 좀 작은데, 그땐 ‘좀 큰 걸 해야겠다’고도 생각했었어요. 멋져 보이고 싶어서 오버를 좀 했던 것도 포함해서 방황을 좀 했었죠. 애들이 많이 도와줘서 정리가 되었던 것 같아요. (멋있어 보이고 싶다는 것에서 벗어나시면서 오히려 순수하고 소박한, 가을 작가님만의 매력이 그대로 담긴 작품이 탄생하게 된 거군요!) 맞아요 제가 겉멋… 이 좀 들었어가지고, 정말로 겉멋이 좀 들어가지고 더 그랬던 것 같아요. 하하.

 

(조형적으로 멋있는 것도 좋지만, 가을님만의 이야기가 듬뿍 담긴 작품이라 더 좋은 것 같아요!)

 

사실 내기 전까지 솔직히 고민이 많았던 게, 너무 개인적인 내용이잖아요. 교수님께도 그 부분에 대해서, ‘이렇게 개인적인 얘기를 공감을 할 사람이 있을까요?’ 하면서 많이 말씀을 드렸었어요.

 

‘어디까지 써야 할까’, ‘어디까지 보여줘야 할까’.. 그런 부분에서 갈피를 못 잡아서 디자인 아트 페어 때는 작품이 전체적으로 난잡했던 것 같아요. 내용도 어디까지 보여줘야 할지를 모르겠고, 형태 같은 것도 정리가 안된 상태였어요 정말 말 그대로 날 것의 작업이었어요.


(보는 입장에서는 알 수 없는, 작가님만이 알려주실 수 있는 아쉬운 부분이었던 것 같습니다. 혹시 그에 대한 해답을 얻으셨는지도, 조심스럽게 여쭤보고 싶어요!)

 

해답… 해답은 못 얻었죠, 아직은. 계속 하는 중이에요. 요즘은 일기장에서 벗어난, 다른 형태로도 만들어 보고 싶어서 여러 가지 시도도 하고 있고, 고민도 많이 하고 있어요. 앞으로도 계속해서 해답을 찾아가야 할 것 같아요.

 

 

교수님께 조언을 구하셨다는 말씀을 해 주셨어요. 이번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작가님 작업과정이 담긴 SNS(@zzang_ceramic)도 한 번 돌아봤는데요. 게시글 중에서 ‘혼났지만 왜 혼났는지를 나중 되니까 더 알겠더라’ 라는 말씀이 기억에 남았어요!

 

어떤 혼남이 가장 기억에 남았는지, 또 어떤 생각을 하셨는지 여쭤보고 싶어요.

 

제 입장에서는 졸업 전시나 디자인 아트 페어가, 처음으로 대중 앞에 제 작품을 선보이는 자리였어요. 그래서 되게 욕심이 많았던 것 같아요. 보여주고 싶은 게 너무 많아서 그걸 덜어내질 못했어요. 그럴 때마다 교수님께서 ‘그렇게 하면 안 된다’, ‘아무리 네가 이렇게 말하고 싶은 게 많아도, 너무 많이 섞여버리면 사람들이 안 본다’, ‘덜어낼 줄 알아야 한다’ 라는 이야기를 많이 해 주셨어요.

 

그리고 4학년 때 제 지도교수님들이 지금도 현장에서 활발히 일을 하시는 분들이에요. 현직에 계시는 분들이시다 보니 조금 세게 말씀을 하셨죠. ‘이렇게 하면 사람들이 보러 오겠냐’ 라는 식으로요. 그게 나름의 저희를 자극하는 방식인 거예요. 그때는 몰랐죠. 그때는 ‘왜 나한테 이렇게까지 얘기하지?’, ‘볼 사람은 보겠지, 왜 그렇게 얘기를 하실까?’ 그랬는데, 나중에 가서 생각해 보니까, ‘아 그래서 그렇게 말씀을 하셨구나’,  ‘이렇게 자극을 해주는 사람이 있어야 내 작업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구나’를 조금 느꼈었던 것 같아요.

 

 

또, ‘껌’이라는 소재를 많이 사용하시는 걸로 알고 있어요! 재미있었던 점이, 작업 노트를 보니까 그 ‘껌’의 형태를 지인들이 씹어준 껌을 본떠서 만드시더라고요. 껌을 씹어준 지인들은 어떻게 섭외하시게 된 건지도 궁금했어요.

 

제가 원래 사람이든 사물이든 정을 한 번 붙이면 쉽게 못 떼어내는 성격이 있어요. 사실은 그걸 표현하고 싶어서 3학년 때 처음으로 그 ‘끈적이는’ 마음을 담는 작업을 시도하게 되었어요. 그리고 4학년에 올라와서 그 작업을 그대로 이어가고 싶어서 계속 고민하다가 그 매체를 껌이 하면 재밌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특히 그걸 동기들에게 해달라고 부탁하게 된 건, 힘들 때 그 친구들이 제 원동력이었고 그 순간을 기억하고 싶어서예요. 친구들한테서 떨어지고 싶지 않은 마음을 보여주고 싶었기도 해서, 동기들이 씹은 껌을 일기장에 붙이는 방식으로 표현했던 것 같아요.

 

 

떨어지고 싶지 않은 마음을 껌이라는 매체에 담아서 일기장, 어떻게 보면 남에게 쉬이 보여주지 않는 수줍은 마음에 붙여 놓았다는 점이 작품의 귀여운 부분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부분과 관련된 일상 속 이야기를 또 작업 계정(@zzang_ceramic)에 올려 주셔서 재미있게 보고 있어요.

 

사실 제가 원래 제 얘기를 잘 못하는 성격이었어요. 특히 작업적인 면에서나, 감정적인 면에서 되게 내 솔직한 마음을 보여주려고 하면 부끄러운 마음이 들어서요. 작업도 ‘괜찮은 것 같다’고 속으로 생각을 했는데 다른 사람들이 별로라고 생각할까 봐 걱정했었어요. 그랬는데, 껌을 씹어준 동기들은 자기 작업에 대해서 거리낌 없이 말하고 자기감정을 솔직하게 전할 줄 알거든요. 그런 걸 보면서 ‘그렇게 얘기하는 게 생각보다 괜찮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그래서 작업 계정도 만들게 됐어요. 아무 말이라도 써서 올리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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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는 11월에 인사동에서 진행되었던 ‘평균의 실종’ 전시에서 보여주셨던 작품 얘기를 해 볼게요. 이번 작품은 ‘미성숙한 가을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었어요. 저번 작품에서는 수줍게 내 일기장을 보여줬다면, 이번엔 조금 대범하게, 말하고 싶은 걸 발음하는 ‘입의 모양’과 그 산물이 명확하게 드러났던 것 같아요.

 

정확하신데요! 이번에는 일기장에서 벗어난 형태로 일기를 쓰고 싶어서 시작한 첫 작업입니다. 아, 첫 작업은 아니다. 두 번째 작업인데. 첫 작업은 지금 어딘가로 가 있고요, 버려졌어요! 하하.

 

아까 말씀드렸던 작품은 동기들을 향한 저의 ‘좋아함’과 ‘사랑’을 말했다면, ‘미성숙한 가을이’는 제가 생각하는 ‘미성숙함’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원래 방향대로라면 저의 ‘미성숙함’은 숨겨지고, 자꾸만 성숙함을 보여주려고 하는 게 돼서, 계속 하다 보니까 힘든 거예요. ‘아 이거 내가 아닌데’ 하면서 거짓말을 하게 되는 것 같고.

 

그래서 ‘아, 미성숙한 나도 나다’라고 생각하기로 했어요. 그거를 숨기지 말고, 더 말하고 보여주면서 진짜 내가 누구인지를 보여주자고 다짐하면서 시작한 작업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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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아트페어에서 보여주신 ‘NEW!’ 작품, 지금의 ‘FROM 가을이가’라는 작품과 이번 전시에서 보여주신 ‘미성숙한 가을이가’라는 작품이 하나의 스토리를 가지고 연결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해요. 작가님의 성장과정이 돋보여서 더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성숙을 향해 달려가는 중이신 작가님께 있어 성숙, 그리고 미성숙은 어떤 것인가요?

 

오, 처음 받아보는 질문이에요! 제가 이렇게 작업을 하고 저에 대해 돌아보기 전까지, 성숙이란 흔히 생각하는 커리어 우먼이었어요. 커피 마시고, 키 크고, 트렌치 코트 입는, 그런 외적인 모습만을 생각했었거든요. 지금은 이제 내 감정을 솔직하게 말할 줄 알고, 마음을 숨기지 않고 얘기한다는 게 성숙한 게 아닐까 생각해요. 모르죠, 지나면 또 달라질 수도 있고요. 사실 잘 모르겠어요. 하하.

 

졸업전시는 거의 1년 정도를 준비해요. 긴 시간 동안 준비를 하다 보니까 사실 지금도 약간, 길을 다시 잃은 상태거든요. ‘내가 왜, 미성숙한 거를 보여주려고 하지?’ 하면서요. 저는 스스로 성숙하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SNS도 보셨다시피 말하는 것도 어른스럽진 않아서.. 성숙함? 잘 모르니까 제가 아직 미성숙한 게 아닐까.. 그걸 찾는 작업을 계속해서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작품을 만들면서, 그리고 작업 과정을 공유하면서 성숙해질 용기를 가지시는 게 인상적이에요!

 

SNS에 올리는 것도 극히 일부잖아요. 혼자 하는 생각이나 공개하지 않은 글들이 있으니까요. 아직 보여줄 수 없는 부분들이 많은데, 하하. 그걸 보다 보면 나는 아직 멀었구나, 생각하게 돼요. (작품이 작가님의 일상과 맞닿아 있다는 게 인상적이에요. 다음 전시에서 보여주실, 아직은 보여주지 않으신 부분을 담은 작품이 궁금해지는데요!) 다음 작품.. 그거에 대한 고민 때문에 요즘 머리가.. 머리가 빠질 것 같아요.

 

 

앞으로의 계획도 여쭤보고 싶어요!

 

계획은 일단, 1월에 진행될 전시는 ‘미성숙한 가을이’ 작업을 이어서 보여드릴 것 같아요. 다만, 졸업 전시-평균의 실종-에서는 제가 생각하는 여러 가지 미성숙함을 걸어 놨다면, 이번 전시에서는 최근에 SNS에 올렸던 ‘좋아함’과 ‘사랑’을 생각하며 만든, 그리고 만들 작품들을 추려서 걸 예정이에요.

 

한 학기 동안은 간간이 공부도 하고, 쉬엄쉬엄 제 작업을 해보려고 해요. 가을쯤에는 앞으로 더 공부를 해 보려고 대학원 진학까지 생각하고 있어요. 그냥 계획이라 또 바뀔 수도 있겠지만요! (오, 바로 졸업을 하시는 게 아니군요?) 제가 학점이 조금 모자라요. 작업을 하면서 수업을 빠지기도 해서.. 5학년을 다녀야 해요. 하하. 반년 정도 되는 시간이니까 그동안 과제가 아니라, 제가 하고 싶은 작업도 좀 하려고 계획 중이에요. 수업이야 뭐, 그냥 들으면 되는데! 처음으로 혼자, 스스로 작업을 하게 되는 시기잖아요. 그래서 조금 기대도 되면서, 걱정도 돼요. 지도 교수님도 안 계시고, 동기들도 흩어지게 되어서 제가 작업을 위한 영감을 얻는 곳이 없어지니까요. 제가 생각보다 동기들한테 의지를 많이 했다는 걸 깨닫게 되네요. 졸업 전시가 끝나고 나니까, 정말로 볼 일이 없어졌어요. 강제로 학교를 다 같이 다닐 땐 늘 동기들과 함께였고, 그 기간이 2년에서 3년 정도 되는데, 이제 딱 끝나고 나니까.. ‘어떡하지’ 이런 상태가 된 것 같아요.

 

그래서 앞으로의 작업에서는 지금 생각하고 있는 이런 부분들이 나오지 않을까 싶어요. 지금 작업실을 구해서 하고 있는데, 거의 혼자 작업을 하게 되었거든요. 이전에는 동기들과 함께한 것들을 1년 동안 풀어냈으니까, 이제는 혼자 있으면서 생각한 것들을 작업하게 될 것 같습니다.

 

 

새로운 시작을 앞둔 상황에서, 감회가 색다르실 것 같아요. 예술을 시작하시면서 다양한 시간을 지나오셨을 것 같은데,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으실까요?

 

순간 순간을 사진으로 찍고 글로 남기고 가끔 돌아보기도 해서 많이 기억이 나긴 하는데, 최근 1년을 통틀어서는 졸업전시 철수하는 날이 제일 기억에 남아요..! 왜냐하면, 그때가 비로소 애들이랑 같이 하는 작업도 끝이라는 걸 느끼는 시간이기도 했고, 제 인생에서 가장 큰 전시를 마치고 더 이상 어떻게 해야겠다는 계획이 없는 상황이었어요. 그래서 복합적인 감정이 밀려왔던 것 같아요.

 

다 같이 철수를 하잖아요. 한 명 한 명 보면서 함께 했던 추억들이 떠오르기도 하고.. 그런데 우리가 이제 철수를 하네? 하하. 그 때가 좀 많이 기억 나요.

 

그리고 요즘 제가 껌을 씹어준 친구들에게 감사의 의미로 보답 키링을 만들고 있어요. 씹어준 껌 모양의 키링에다가, 그동안 기억해 놨던 고마움들을 적어서 주는데, 약간 눈물 나더라고요. 같은 친구여도 한 사람 한 사람 공유했던 감정들이 다르니까요. 편지를 하나씩 쓸 때마다, ‘아 이 땐 이랬지’하면서 돌아보면서 눈물이 나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보답 키링을 만들면서, 이젠 껌을 씹어줄 사람이 없으니까 이 작업을 더 못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해요. 친구들이랑 같이 하는 게 아닌데 혼자 만들어 봤자 무슨 의미가 있나 싶기도 하고요. 키링을 만들고 선물을 하고 나면 더 이상 안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쉽다고는 했지만, 더 좋은 인연도 많이 만나고, 다른 경험도 많이 하게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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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질문이에요. 지나온 시간 동안은 어떤 걸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셨는지, 또 앞으로는 어떤 걸 가장 중요한 가치로 생각하시게 될 것 같은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제 입으로 말하기 민망하지만.. 좋은 평가를 받았던 부분이 솔직하게 저를 담아낸 부분들이었거든요. 그동안은 멋져 보이려고 해왔다가, 이제 처음으로 솔직한 부분을 보여드리고 좋은 피드백을 얻었어요. 그래서 앞으로는 더 솔직하게, 진짜 ‘나’를 보여드리기 위해 노력할 것 같아요.

 

*

 

더 좋은 1월이 올 것이다.

 

세 개의 계절을 지나 짧은 동면 앞에 서기까지 준비한 것들을 잘 마무리했고, 언제건 그에 맞는 보상을 얻을 것이다. 대체 뭐가 눈앞에 닥칠지 알 수 없어 아득한데, 그래서 더 자신감을 얻을 수 있다. '새로운 시작'은 홀로 맞이하는 것이 아니니. 우리는 서로에게 기대어, 각자의 '기대'를 향해 함께 나아갈 것이다.

 

새해의 첫 동을 맞이하기 전, 소중한 이들과 함께하는 연말을 포근히 보내시길 바라본다.

 

 

사진 제공 = 주가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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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서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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