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2024 트렌드 '스핀오프'에 대한 공연예술적 접근 [공연]

공연예술은 어떻게 변형되는가
글 입력 2024.01.15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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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코리아』(김난도 등) 시리즈는 2008년부터 출간되기 시작하여, 매해의 트렌드를 키워드 중심으로 정리해주는 도서이다. 이번에 출간된 『트렌드 코리아 2024』의 경우 AI로 인해 급변하는 현대 사회 속에서 한국인이 추구하는 인간의 역할 혹은 역량에 주목했다는 특징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해당 책은 현대인이 지닌 다양한 특성을 탐구하였는데, 그중에서도 '스핀오프 프로젝트'에 대한 내용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스핀오프 프로젝트


 

스핀오프의 사전적인 의미는 '파생하다' 혹은 '분리하다'로, 이는 영화 및 드라마 산업에서 원작의 설정에 기초한 채 새로운 작품을 파생할 때 주로 활용되었던 용어이다. 그러나 『트렌드 코리아 2024』는 스핀오프 개념이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되는 현상에 주목하여 이를 '스핀오프 프로젝트'라고 명명하였다. 대표적인 사례로 범세계적 브랜드들은 기존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 위하여 스핀오프에 기초한 사업을 펼치곤 한다. 그리고 개개인의 경우에도 자신만의 경력을 발전시키고 자기계발을 추구하고자 본업 외의 일에도 도전하는데, 이 또한 스핀오프에 해당한다.

 

스핀오프가 각광받는 이유는 그것이 지니는 유연성 때문이다. 계속해서 변화하는 현대 사회 속에서는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도 시대의 흐름에 편승할 필요성이 높아졌는데, 그 대표적인 방식이 스핀오프, 다시 말해서 기존에 인기를 끌었던 형식을 차용한 채 새로운 시도를 거듭하는 것이다.

 

 

 

공연예술과 스핀오프


 

공연예술계 또한 스핀오프를 빈번하게 활용하는 주체 중 하나이다. 특히 최근에는 이러한 추세가 더욱 강화되었는데, 그 까닭은 유명 작품의 공연 빈도가 높아짐에 따라 관람자가 해당 공연에 대하여 느끼는 익숙함의 정도 또한 높아졌기 때문이다. 그 결과 반복되는 레퍼토리가 지루하다는 감상들이 등장하였고 이에 공연예술계는 관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게 되었다. 이를 달성하고자 기존의 공연을 있는 그대로 재현하기보다는 새롭게 각색하려는 움직임이 많아졌으며, 그 결과 본편과는 다른 이야기를 다루는 스핀오프적 공연들이 늘어나게 되었다.

 

이러한 스핀오프를 잘 활용한 공연 사례로는 2023년 서울시극단이 주관하고 세종문화회관이 주최했던 연극 〈카르멘〉이 있다. 해당 극은 조르주 비제(1838-1875)의 오페라 대표작 〈카르멘〉(1875)을 고선웅 서울시극단장이 연극으로 각색한 작품으로, 고전 작품을 현대적인 시각에서 재해석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지니는 극이다.

 

해당 연극은 공연예술이 어떻게 스핀오프를 달성해야 하는지에 대하여 방법론적인 차원에서 많은 시사점을 남긴다. 등장인물을 어떻게 변형해야 극에 새로움을 부여할지, 장르를 자연스럽게 바꾸는 방안은 무엇인지, 극의 주제를 어떻게 재해석할 수 있는지, 결말을 변형할 방식은 무엇인지 등의 질문을 던짐으로써, 예술이 장르를 뛰어넘고 다양하게 해석될 여지를 제시하고 있다. 그 결과 해당 극은 원작과 주된 요소들이 거의 일치함에도 불구하고 오페라와는 아예 다른 공연예술적 효과를 불러오고 있다. 아래에서는 연극 〈카르멘〉이 원작을 변형한 방법을 더욱 자세하게 분석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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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색 1: 등장인물의 성격 변화


 

연극 〈카르멘〉은 오페라 〈카르멘〉의 주된 등장인물 자체를 바꾸지는 않았다. 그러나 각 등장인물이 지니는 성격을 원작과는 매우 다르게 설정함으로써 관객으로 하여금 마치 새로운 극을 마주하는 것 같은 경험을 선사하였다.

 

첫 번째로 돈 호세는 오페라에 비해 연극에서 무게감이 많이 줄어들었다. 오페라에서 등장하는 돈 호세는 매사에 진지하고 진중하며 가부장적 가치관을 강하게 지닌 인물이다. 그는 단호하고 카리스마 있으면서도 어두운 내면을 지닌 캐릭터로 그려졌다. 그러나 연극에서의 돈 호세는 유쾌하고 장난기가 많으며 남들에게 쉽게 휘둘리는 성격으로 설정되었다. 일례로 극중에서 돈 호세는 상사의 말에 거역하지 못하는 모습을 자주 보이는데, 그렇기에 그가 카르멘을 만나게 된 계기 또한 상사의 자랑을 이기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묘사되었다. 또 다른 예시로 카르멘의 동료 레몬이 총을 맞아 죽어갈 때, 다른 모든 집시들이 그를 외면했음에도 돈 호세만이 유일하게 레몬을 살리려고 노력했다는 점에서 그의 성격이 많이 유약해졌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와 같이 더욱 친근하고 푸근한 성격을 지닌 돈 호세의 모습은 후반부의 폭력적인 행위와 극명하게 대비를 이루어서, 이타적인 사람이 범죄자로 전락해가는 스릴러를 흥미롭게 풀어내었다.

 

두 번째로 카르멘은 오페라에 비해 앳된 느낌이 강해졌다. 오페라에서의 카르멘은 남성들을 유혹하여 상처와 고통을 주는 것을 즐기는, 다시 말해서 사악한 이미지를 지니고 있었다. 그녀는 고혹적이면서도 문란한 행보를 일삼으며 쾌락을 느끼는 팜므파탈적인 여성상이었다. 하지만 연극에서 카르멘은 앳된 정신을 지닌 인물로 설정되었다. 그녀는 자신이 남자들에게 추파를 던지는 이유가 가벼운 장난이라고 해명하면서, 그 과정에서 호들갑을 떨며 순진하게 웃는 모습을 보여주어 다소 사춘기 소녀와 같은 느낌을 강하게 주었다. 그리고 사랑이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하는 천진난만한 태도를 통해 악녀라는 이미지로부터 탈피할 수 있었다. 이러한 연출에는 카르멘이 단지 가해자가 아니었음을 드러내려 하는 연출자의 의도가 숨겨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이 등장인물들의 성격이 오페라보다 평범하게 설정된 것은 한나 아렌트가 제시하는 악의 평범성을 연상시키기도 하였다. 한나 아렌트는 악인이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 속 누구나 악인이 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이처럼 연극 〈카르멘〉은 살인을 저지르는 악한 인물이 사실상 우리와 다를 바 없이 때로는 장난스럽고 때로는 가벼우며 때로는 아이 같은 모습을 지녔다는 메시지를 전달함으로써 주제적인 차원에서 오페라와는 극명한 차이를 보였다. 단순히 등장인물의 성격을 바꾸는 것이 극의 주된 메시지까지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은 해당 극이 제시하는 새로움 중 하나이다.

 

 

 

각색 2: 장르의 변화


 

연극 〈카르멘〉이 오페라 〈카르멘〉의 스핀오프로서 작용할 수 있는 가장 큰 원인은 바로 장르가 변화했다는 점에 있다. 물론 두 분야 모두 공연예술에 해당하지만, 오페라는 선율에 초점을 둔 채로 내용을 전개한다는 점에서 언어에 기반한 연극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그러나 연극 〈카르멘〉은 이러한 간극을 극복하려 시도함으로써 원작을 성공적으로 스핀오프할뿐더러 관객에게 새로움을 선사할 수 있었다.

 

사실 연극을 관람하기에 앞서 가장 큰 불안 요소로 작용했던 것은 다름이 아니라 오페라의 다양한 아리아와 중창을 어떻게 대사로 대체할 것인지였다. 오페라 〈카르멘〉의 음악은 조르주 비제가 작곡했으며 아름다운 선율로 인해 그 가치를 높이 인정받았다. 그렇기에 그의 음악은 해당 오페라의 강한 정체성이기도 하다. 하지만 연극의 특성상 배우들은 노래가 아닌 대사를 통해 메시지를 전달해야 하며, 그렇기 때문에 연출자는 음악을 대사로 재구성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곡의 부재가 주는 허전함을 극복하면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을까? 극을 보는 내내 이 질문을 마음속으로 던졌고, 그 결과 연극 곳곳에서 그러한 연출자의 고민을 엿볼 수 있었다.

 

우선 연출자는 성악 가사를 대사로 재구성하기 위하여 레치타티보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배우들이 노래를 부를 수는 없다는 점을 감안하여, 말과 노래의 중간적 성격을 띠는 낭송조를 활용해 절충안을 찾은 것이다. 이는 기타의 단순한 반주와 등장인물의 대사가 교차되어 등장하는 형식으로 구성되었다. 그래서 등장인물이 대사 한 줄을 제시하면 기타리스트가 음악 한 소절을 연주했고, 이것이 반복되면서 마치 배우가 성악을 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오페라를 연극화한 두 번째 원리는 운율을 활용하는 것이었다. 본래 운율이란 말의 가락을 의미하기 때문에 이는 음악과 유사한 성격을 지닌다. 연출자는 이 점을 활용하여 대사의 곳곳에 운율을 넣었고, 그 결과 대사에 리듬감이 부여되며 대사가 시나 음악처럼 느껴지게 되었다. 이때 연출자가 활용한 운율화 방식에 일종의 공식이 존재했는데, 우선 하나의 구절을 제시한 다음 이에 대한 변주 구절을 배치하고, 다시 처음의 구절을 반복한 다음 새로운 변주 구절을 배치하는 원리였다. 위와 같은 a-a`-a-a`` 구조의 반복을 통해 관객으로 하여금 대사가 음악적이라고 느끼도록 유도할 수 있었다.

 

그 외에도 해당 극은 음악의 부재를 극복하기 위해 추가적인 요소들을 도입하였다. 예를 들어 하바네라나 투우사의 노래의 성악 부분은 생략한 채 이를 배경음악으로 활용한다거나, 또는 탭댄스 등으로 시각적 즐거움을 제공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지점을 통해 해당 작품은 단지 연극이라는 틀을 넘어 종합예술적인 특성으로까지 나아갈 수 있었고, 이는 원작에 대한 스핀오프를 달성하는 영리한 방법이라고 느껴졌다.

 

 

 

각색 3: 주제의 변화


 

해당 연극은 원작과 다른 주제를 전달한다는 점에서도 스핀오프 작품의 면모를 엿볼 수 있었다. 조르주 비제의 오페라 〈카르멘〉은 19세기 낭만주의 비극 오페라의 공식을 충실하게 따르는 작품이다. 이는 운명, 복수, 죽음 등의 장벽으로 인해 끝내 실현되지 못하는 사랑의 비극적 결말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그러나 기존의 낭만주의 오페라들이 현실 너머의 이상세계에 대한 동경과 그리움을 표방한 것과 다르게, 연극 〈카르멘〉의 경우 현실 너머의 이상에 대해 색다른 시각을 제공한다. 그러한 세계가 전부 허상이며 부질없다는 관점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극은 무언가를 끝없이 갈구하는 인간의 삶에 대해 성찰한다. 자유라는 허상을 갈구하는 카르멘, 헌신이라는 허상을 갈구하는 돈 호세, 정착이라는 허상을 갈구하는 집시들, 신뢰라는 허상을 갈구하는 미카엘라의 모습이 이를 잘 제시하고 있다. 해당 지점까지는 원작 오페라와 연극이 동일한 양상을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이상이 좌절된 후 등장인물들의 반응은 각색 과정에서 크게 변화하게 되었다. 원작 오페라에서는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자신의 이상을 추구하는 카르멘과 돈 호세에 주목했다면, 연극에서는 이상이 좌절됨으로써 등장인물들이 느끼는 허탈감과 비애를 비중있게 다루었기 때문이다. 동료의 죽음을 마주한 집시들은 맥이 빠진 채 모든 걸 포기하려 하고, 돈 호세에게 배신당한 미카엘라는 정신질환에 걸려버리며, 카르멘의 사랑을 받지 못한 돈 호세는 삶의 방향을 잃었다고 이야기한다. 이들은 자신들이 추구하던 이상이 전부 허상이었음을 깨닫고는 이상을 추구하는 행위에 대한 회의감을 강하게 표출한다. 이처럼 이상에 대한 추구가 때로는 불합당한 선택이라는 견해를 제시한다는 점에서 연극 <카르멘>은 일반적인 낭만주의 비극 오페라와 차이를 보인다.

 

사실 이상이 좌절되는 것은 오히려 흔한 사례이다. 현실 속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상을 실현하지 못하는 경험을 하며 살아간다. 그럼에도 우리는 충분히 평범하게 살아갈 수 있으며, 또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어째서 극의 등장인물들은 이상의 좌절로 인해 삶이 파국으로 치달은 것일까? 무엇이 그들의 삶을 비극으로 내몰았을까?

 

해당 극은 그 해답을 ‘경계선’으로부터 찾고 있다. 등장인물들이 어디까지 꿈을 추구하고 어디에서부터 꿈을 포기해야 할지, 그리고 어디까지 독립적이어야 하고 어디까지 의존적이어야 할지에 대한 경계선을 스스로 형성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미카엘라는 산속에서 위기에 처한 상황임에도 “그이(돈 호세)가 날 지켜줄거야.”라고 희망적으로 외치며 자신이 처한 위험을 방관했다. 이는 미카엘라가 지닌 과의존적 성격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리고 돈 호세는 카르멘에게 사랑에 빠져 그녀와 함께 집시의 생활까지 했다. 그러다가 카르멘의 마음이 식자 “내가 여기에서 왜 이러고 있는데. 너무하네.”라며 카르멘을 비난했다. 이는 돈 호세가 자신의 일상을 버려가면서까지 카르멘의 방식에 자신을 맞춘 결과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연극은 우리로 하여금 어느 선까지 타인에게 동화되며 어느 선까지 나 자신을 지켜야 할지에 대해 성찰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드러나는 사랑에 대한 연출자의 관점도 새로웠다. 연극에서 카르멘은 반복적으로 돈 호세에게 “너 나 모르잖아.”라고 말한다. 이는 사랑에 대한 단적인 설명으로, 가족보다도 가까운 존재이더라도 어떻게 보면 완전히 남인 사이가 바로 연출자가 제시하는 사랑의 정의이다. 결국 연출자는 사랑과 이상 전부 불확실한 성격을 지니기 때문에 적절한 경계선을 찾은 후 그것에 대한 경계심을 지닐 것을 제안하고 있다. 이러한 요소가 해당 연극을 단순히 낭만주의적 비극에만 한정시키지 않고 있으며, 연극 〈카르멘〉이 그 자체로서 완결된 새로운 예술이라는 점을 제시하고 있다.

 

 

 

각색 4: 결말의 변화


 

앞서 제시한 바와 같이 연극 〈카르멘〉은 오페라의 많은 지점을 변화시키며 자신만의 색을 구축해나갔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은 변화는 결말의 변형이었다. 기존의 오페라 〈카르멘〉은 돈 호세가 카르멘을 살해한 후 자신도 자살하거나 혹은 경찰을 부르며 끝이 난다. 그런데 해당 연극에서는 카르멘을 살해한 돈 호세가 자살한 후, 그의 약혼자 미카엘라가 다시 등장하는 것으로 결말이 수정되었다.

 

사실상 오페라에서는 돈 호세와 카르멘에게 플롯이 집중됨에 따라 미카엘라가 4막에서 아예 등장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미카엘라의 갑작스러운 등장은 관객들에게 놀라움을 선사했다. 더불어 그녀는 돈 호세에게 배신당한 충격으로 인해 정신 질환을 앓는 듯한 모습으로 등장했다. 미카엘라는 해맑게 웃으며 두 주검에게 다가와 그들을 사랑스럽게 바라봤고, 꽃을 뿌리며 두 남녀의 죽음을 축복했다. 남녀에게 흰 꽃을 뿌리는 여성의 모습은 마치 결혼식에서의 들러리를 연상시켰다.

 

카르멘과 돈 호세의 죽음을 축복하는 행위에는 연출자의 의도가 다분히 담긴 것으로 보였다. 그렇다면 왜 이들의 죽음은 축복의 대상이라고 해석되었을까. 이는 죽음이 각 인물에게 구원이었기 때문이다. 해당 지점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우선 두 인물이 정의하는 사랑에 대한 분석이 선행되어야 한다.

 

카르멘이 정의하는 사랑이란 자신의 극단적인 자율성이 존중받는 사랑이다. 카르멘은 누군가를 열렬하게 사랑하다가도 마음이 내키지 않으면 언제든지 말없이 떠날 수 있는 극단적인 자유를 원한다. 그렇기에 그녀는 구속되느니 죽음을 택하겠다고 말한다. 이는 카르멘이 외치는 대사, “죽음이라도 상관없어. 내 길을 갈 뿐. 뒷걸음질은 싫어.”에서 잘 드러나고 있다.

 

한편 돈 호세가 정의하는 사랑이란 죽는 순간까지 함께 하는 사랑이다. 돈 호세는 연인에게 집착하며 사랑을 갈구하는 성격을 보인다. 그렇기에 그는 카르멘을 가질 수 없을 바에는 차라리 죽이고자 하며, 이는 그가 카르멘을 죽인 후 외치는 대사인 “가졌다.”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이렇게 사랑을 정반대의 방향으로 추구하는 두 남녀가 만나면서, 이들이 서로를 사랑하는 행위는 오히려 이들이 서로의 사랑을 방해하는 행위로 이어졌다. 그렇기에 두 인물은 끝없이 갈등하다가, 끝내 죽음을 통해 각자의 지향점을 실현하고야 말았다. 카르멘은 죽임을 당함으로써 누군가에게 종속되는 비극으로부터 탈출했으며, 돈 호세는 자살함으로써 누군가를 속박하지 못하는 비극으로부터 탈출했다. 결국 두 인물이 추구하는 가치관이 양극단에서 첨예하게 대립한 결과, 이들은 가장 극단적인 갈등 해결 방법을 통해 그 절충안을 찾게 된 것이다. 그렇기에 비록 결말이 비극적일지라도 이들의 죽음은 역설적이게도 축복의 대상이 되었다. 카르멘과 돈 호세의 죽음은 오히려 사랑의 성취와 결실을 낳았기 때문이다. 이처럼 각색자는 자신만의 해석에 초점을 맞추어서 새로운 결말을 생각해냈고, 이는 결과적으로 연극 〈카르멘〉만의 고유한 색깔을 만들어냈다.

 

 

 

스핀오프에 대한 성찰


 

이와 같이 연극 〈카르멘〉은 단순히 오페라를 연극화한 것에 그치지 않고 그 사이에 등장인물에 대한 재해석, 낭만주의를 비판하는 요소, 플롯 트위스트 등의 다양한 연극적 기법들을 첨가하여 스핀오프작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했다. 이러한 혁신적인 시도는 공연예술계가 앞으로 지향할 행보에 대한 시사점을 남기고 있다.

 

더불어 연극 〈카르멘〉은 스핀오프를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보도록 유도한다는 특징을 지닌다. 기존의 스핀오프가 아예 새로운 플롯을 창작하여 원작을 변형하고자 시도한 한편, 해당 연극은 플롯을 유지하면서도 디테일한 부분만을 바꿈으로서 주제의식까지 바꾸는 효과를 자아냈다. 물론 이러한 지점에 의하여 해당 극이 좁은 의미에서는 스핀오프로 간주되기 어렵다고 비판받을 수 있지만, 오페라 〈카르멘〉과는 아예 다른 극으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충분히 존재한다는 점에서 해당 연극은 스핀오프의 특성을 지닌다고 제안하고 싶다.

 

때로는 작은 혁신이 큰 변화를 불러오기도 한다. 다음과 같은 교훈을 제시하는 연극 〈카르멘〉처럼 새로운 형태로 스핀오프된 공연예술들이 등장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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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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