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송스틸러'의 매력 훔쳐보기 [드라마/예능]

노래를 훔치려는 자 VS 노래를 지키려는 자
글 입력 2024.02.16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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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SNS 속에서 ‘재생산’된 콘텐츠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에스파가 리메이크한 서태지-시대유감, 라이즈가 샘플링한 이지-응급실, 서로의 춤 영상을 찍어 올리는 댄스 챌린지 등 현재도 수많은 재생산 콘텐츠들이 쏟아져 나온다.


이는 생산자가 누구인지, 생산 방식이 어떠한지, 시기는 언젠지에 따라, 그리고 소비자가 누구인지에 따라 무궁무진한 콘텐츠들이 재창조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또한 원작이 다시 각광받게 되고, 서로가 서로의 음악에 춤추며 홍보 효과가 배가 되는 ‘상부상조’ 콘텐츠로 이어져, 더 이상 나만의 것이 아닌 ‘모두의 것’이 된다.


반면 지금부터 소개할 이 예능 프로그램은, 누구의 것도 아닌 ‘나만의 것’을 지키기 위한 경쟁이 벌어진다. 실력파 가수들이 서로의 노래를 빼앗으려 한다니. 하나의 콘텐츠가 다수에게서 재생산되는 방식은 익숙하지만, 본격적인 노래 쟁탈전임을 알게 된 순간 새로우면서도 안타까운 마음이 동시에 들었다.


원곡을 훔치려는 자와 원곡을 지키려는 자, <송스틸러> 속 눈여겨볼 포인트들을 정리해 보도록 하겠다.

 

 


노래를 대놓고 훔친다?



송스틸러는 ‘설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설 특집으로 방영된 2부작 예능 프로그램이다. 아직 정규 방송으로 자리 잡진 않았지만, 프로그램명처럼 노래를 대놓고 훔친다는 구성은 2부작으로 끝내기 아쉬운 신선한 매력이 숨어 있었다.


송스틸러의 새로운 시작을 맞이한 출연진에는 정용화VS이홍기, 선우정아VS웬디, 임정희VS이무진이 있었다. VS 표기를 보고 눈치챘겠지만, 두 명의 가수가 서로의 노래를 부르며 원곡 쟁탈전에 나섰다. 방식은 훔치려는 자의 선공, 지키려는 원곡자의 후공으로 이어졌다.


하나의 예로 선우정아VS웬디 무대를 간단히 중계해보겠다. 선우정아는 웬디(레드벨벳)에게서 훔치고 싶은 곡으로 ‘Psycho’를 정했고, 선우정아만의 몽환적인 스타일로 무대가 재탄생되었다. 반격에 나선 웬디는 원곡자이기에 100초라는 한정된 무대 시간이 주어졌고, 사람들에게 더욱 익숙한 원곡 무대를 열심히 꾸몄다. 그러나 관객 투표 결과, 선우정아가 웬디 노래를 스틸했다.

 




 

결국 프로그램 상에서 송스틸러 이름으로 된 앨범에는 원곡자가 아닌 ‘선우정아-Psycho’로 등재되었고, 순금 배지도 받았다. 같은 방식으로 웬디가 선공, 선우정아가 후공이 되었을 때는 웬디가 선우정아의 ‘남’이라는 곡 스틸에 성공하여, 서로의 곡을 뺏게 되었다. 마지막 대결에서는 둘이 한 팀이 되어 다른 팀 가수의 노래를 뺏는 무대도 이루어졌고, 중간에는 기습 스틸러 김범수가 등장하며 선우정아의 노래를 빼앗기도 했다.

 

 


아무도 훔치지 못 한 오리지널리티와 노력



다른 팀들의 무대 역시 원곡을 훔치는 데 성공하기도 하고 실패하기도 하며, 어쩌면 본인의 명예를 지키기 위한 싸움을 해나갔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 속에서 성공과 실패는 단지 경쟁이라는 표면적인 표식일 뿐, 실은 한 사람마다의 ‘오리지널리티’와 ‘노력’을 더 느낄 수 있었다.


원곡자의 곡을 빼앗으려는 가수는 본인만의 스타일로 해석, 편곡하고 독창적인 무대를 준비하여, “와, 새롭다.”라는 감탄사가 나오게 했다. 또 방어하기 위해 열창하는 원곡자에게서는 “역시”라는 말이 툭 튀어나올 정도로 원곡이 가진 대체할 수 없는 힘도 느꼈다.


서로의 노래를 훔치든 방어하든, 하나하나의 무대는 그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고유의 매력을 담고 있었고, 쏟아낸 노력이 담겨 있었다. 그래서일까. 결과 발표가 나와도 모두가 하나같이 “빼앗겨도 상관없다.”, “인정한다.”, “영광이다.”라는 말을 전한다.


이 방송을 끝까지 본 나는, 오랜만에 들은 원곡이 반가워서, 처음 들은 노래를 다시 듣기 위해서, 스틸에 성공한 가수의 무대를 다시 보고 싶어서 유튜브를 켰다. 그리고 동시에 이 프로그램이 쟁탈을 가장한 ‘상부상조’ 콘텐츠였음을 깨달았다. 원곡자의 무대와 재탄생한 음악이 한자리에서 다투는 선의의 경쟁은, 재미와 신선함으로 가득했다.

 

 


밴드 세션의 생생한 무대


 

다른 경연 프로그램에도 라이브로 연주하는 밴드 세션들이 있다. 그러나 방송 화면에서 그들의 연주 장면을 마주한 적은 많이 없는 것 같다. 경연 프로그램 특성상, 진행하는 MC와 출연진들이 주를 이뤄야 하기 때문이다.

 

 

화면 캡처 2024-02-15 234145.jpg

 

 

반면 송스틸러에서는 밴드 세션들의 무대를 추가적으로 만들어, 가수가 본무대와 밴드가 있는 무대를 사용할 수 있게끔 해놓은 게 인상 깊었다. 방송 초반에는 송마스터 적재를 중심으로, 무대를 더욱 생생하고 풍성하게 채워 줄 세션들을 한 명씩 소개해주기도 했다.


가수가 무대를 꾸미고 있는 중에도 세션들의 모습을 잠깐씩 비추어 주기도 했다. 가수와 더불어 무대를 채우는 실연자로서 모든 아티스트를 존중해 주는 것 같아, 그런 요소들이 눈에 돋보였다. 또한 ‘적재의 야간작업실’ 속 합주 멤버였던 구본암, 김승호, 윤준현의 모습도 보여 반가움이 들었다.

 

 


시청자들의 마음을 스틸하려면,


 

앞서 말했듯 이 프로그램은 아직 정규 방송으로 확정된 건 아니다. 그래도 시청자들의 의견, 프로그램의 참신성 등을 봤을 때, 충분히 자리 잡아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이 방송에서 좋은 면을 많이 봤지만, 아쉬운 점도 분명히 있었다. 노래 실력, 편곡 능력과 같은 가수, 밴드 세션의 영역은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곡 스틸 결과가 프로그램 내에서만 명목상 담길 뿐, 시청자에게 남겨지는 무언가의 허전함은 어쩔 수 없었다.


정규 방송이 된다면, 매주 방송되는 특성을 이용해 원곡이 다른 가수에게 스틸 될 때까지 무대를 다투는 ‘지속성’이 있어도 좋을 것 같다. 그리고 시청자의 참여가 적극적으로 이루어진다면 더 인기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예를 들어, 출연진 매치 추천 및 투표, 보고 싶은 스틸 무대 소개처럼 말이다.


우리의 고막을 훔치는 고막 도둑들은 언제나 환영이다. 원곡은 원곡 나름대로 담백하게, 다른 이에게 재생산되어 독창적으로 변신한 원곡은 신선하게 담아내어, 송스틸러가 모두의 시간을 훔치길 바란다.

 

 

 

아트인사이트 컬쳐리스트 명함.jpg

 

 

[김유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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