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Midnight in paris, 아름다운 파리와 예술가들 [시각예술]

글 입력 2016.07.17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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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하기 앞서 프랑스 니스 테러 희생자들의 추모하며 미드나잇 인 파리의 리뷰를 시작해보고자 한다. 먼저, 영화는 첫 장면부터 약 3분간 오롯이 파리의 전경만을 보여주는데, 함께 흘러나오는 Sidney Bechet의 노래는 바야흐로 Jazz age, 곧 재즈 시대라 불리는 1920년대의 예술과 아름다운 파리의 모습을 전하고 싶은 감독의 의도를 짐작할 수 있게 해준다. 주인공인 길 펜더는 미국의 부자 동네로 소문난 베벌리힐즈에 집이 있을 만큼 잘 나가는 할리우드 영화 대본 작가이며 약혼녀인 이네즈의 가족을 만나기 위해 파리로 잠시 오게 된다. 그리고 그는 midnight이라 불리는 시간, 밤 12시에 파리의 어느 골목길을 걷다 1920년대의 파리로 타임슬립을 하게 되고 그 곳에서 그야말로 그 시대의 대표적인 작가와 화가, 뮤지션들을 만나게 된다. 

영화에서는 그런 예술가들의 모습을 실제 사실과 비슷하게 묘사한 장면들이 굉장히 많이 있다. 미국의 여성작가이며 삶의 대부분을 파리에서 보낸 거트루드 스타인의 살롱에서 피카소를 비롯한 헤밍웨이, 유일한 가상 인물인 피카소의 연인 아드리아나와 함께 길이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 있는데 실제로 그녀의 살롱에서 피카소와 마티스, 스캇 피츠제럴드 등 많은 모더니즘 예술가들이 교류를 나눴다고 한다. 밑에 첨부한 이미지 속에 등장하는 살롱의 벽 부분을 조금 유심히 살펴보면 피카소가 그녀를 위해 그려준 초상화를 바로 발견할 수 있으니 우디 앨런의 디테일함과 예술적 지식이 얼마나 풍부한 지 또한 잘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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뿐만 아니라 초현실주의의 거장 살바도르 달리, 그의 친구이며 가장 위대한 20세기 영화감독 중 한 명이라 평가받는 루이스 부뉴엘, 사진작가 만 레이, 스캇 피츠제럴드, 마크 트웨인, 코코샤넬, T.S 엘리엇, 주나 반스 등 문학, 미술, 음악, 패션을 가리지 않고 1920년대를 대표하는 수많은 예술가들이 끝도 없이 등장한다. 영화 속 인물들에 대한 배경지식이 있다면 영화를 훨씬 더 쉽게 이해하고 즐길 수 있으니 관심이 가는 예술가의 작품이 있다면 먼저 살펴보는 것을 추천한다. 물론 이런 배경지식 없이 봐도 충분히 매력적으로 느낄만한 영화이긴 하지만 말이다. 

영화는 재즈광이라 소문난 우디 앨런답게 그 시대를 대표하는 재즈 뮤지션들 또한 함께 보여준다. 나는 특히 이 재즈 뮤지션들과 재즈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가장 처음 등장한 소프라노 색소폰 연주가인 시드니 베쳇은 루이 암스트롱, 킹 올리버 등과 함께 재즈의 태동이 시작되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닌 뉴올리언즈를 대표하는 재즈 뮤지션 중 한명이다. 앞서 말한 대로 1920년대는 재즈시대라 불릴 만큼 재즈가 엄청나게 발전하였고 그 시작이 뉴올리언즈였기 때문에 재즈의 역사부터 말하지 않을 수가 없다. 



1920년대의 재즈

아프리카 흑인들은 18세기 노예무역을 통해 강제로 미국에 이주하게 되고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한 채 계속 남아있게 된다. 이들은 주로 뉴올리언즈를 통해 유입됐으며 당시 뉴올리언즈는 프랑스와 스페인의 식민지였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며 유럽인과 흑인 사이에 태어난 크레올이라는 인종이 탄생한다. 
흑인 노예들과 달리 크레올들은 체계적인 음악 교육을 받을 수 있었지만 남북전쟁 후 노예제가 폐지되며 그들의 특권은 사라지고 흑인들과 같은 인종차별을 겪게 된다. 이 과정에서 유럽의 문화를 배운 크레올과 흑인들의 고달픈 정서가 담긴 새로운 혼합문화, 재즈가 탄생한다. 
초기 재즈의 역사는 바로 그 뉴올리언즈에서부터 시작하는데 당시 홍등가인 스토리빌 주변에서 주로 연주되었다. 하지만 1917년 미국의 1차세계대전 참전으로 인해 뉴올리언즈는 군항이 되었고 스토리빌은 군 사기를 이유로 폐쇄된다. 그렇게 일자리를 잃은 뉴올리언즈 출신 재즈 뮤지션들은 다시 일자리를 찾기 위해 뉴욕, 시카고, 켄자스시티 등 미국 전역으로 퍼지게 된다.
 1920년대는 금주법으로 인해 아이러니하게도 불법 술집들이 판을 치던 시기였고 백인들의 흥을 돋구기 위해 많은 술집과 클럽들이 재즈 뮤지션들을 고용했으며 이로 인해 뉴욕 할렘을 중심으로 할렘 르네상스라 부를 만큼 흑인문화와 재즈가 크게 부흥한다. 하지만 1929년 대공황을 맞이한 뒤 그들은 다시 일자리를 찾아 유럽으로 순회공연을 떠나게 되며 이로 인해 유럽 전역으로 재즈가 유행하게 된다. 



콜 포터(Cole Porter)

길 펜더는 장 콕토가 연 파티에서 피아노를 치며 Let’s do it이라는 노래를 부르는 한 남성을 보게 되는데 그가 바로 미국의 대표적인 브로드웨이 뮤지컬 작곡가인 콜 포터이다. 그는 36살이던 1928년 뮤지컬 paris로 처음 성공을 맞보게 되는데 이 뮤지컬의 수록곡 중 하나가 영화의 수록곡이자 그의 가장 유명한 곡들 중 하나인 Let’s do it이다. 
kiss me, kate와 같은 뮤지컬들을 비롯해 “Night and Day", "Begin the Beguine", "I Get a Kick Out of You", "I've Got You Under My Skin", "My Heart Belongs to Daddy” 등 재즈 스탠다드라 불릴 만큼 수많은 명곡들을 남겼으며 엘라 피츠제럴드, 빌리 홀리데이, 루이 암스트롱 등 많은 재즈 뮤지션들이 그의 곡들을 리메이크했다. Let's do it 또한 많은 버전이 있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엘라 피츠제럴드의 버전을 가장 좋아한다. 너무나 사랑스럽고 매혹적인 목소리로 노래하는 그녀의 부드러운 감성이 정말 좋다.





조세핀 베이커(Josephine Baker)

길은 피츠제럴드와 함께 다른 장소로 이동한다. 그곳에서 하얀 드레스를 입고 춤추던 흑인 여성을 보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짓는데 그 여성이 바로 블랙펄, 브론즈 비너스, 재즈 클레오파트라로 불리며 파리의 사랑을 받은 댄서이자 가수인 조세핀 베이커이다. 
그녀는 미국 세인트루이스에서 태어난 에스파냐인과 흑인의 혼혈아였다. 그녀는 할렘 르네상스라고 불리는 1920년대 뉴욕에서 1921년 애드레이드 홀과 함께 한 브로드웨이 공연인 shuffle Along과 1924년 공연한 The chocolate Dandies로 엄청난 성공을 이룬다. 이 공연을 계기로 파리에 초청되어 흥행에 성공하고 순식간에 프랑스에서 가장 성공한 미국 출신 엔터테이너가 된다.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그런 그녀를 지금까지 본 사람 중 가장 센세이셔널한 여성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녀는 3편의 영화에도 출연하였을 뿐만 아니라 가수로서도 활동했으며 파블로 피카소, 스캇 피츠제럴드, 어니스트 헤밍웨이, 크리스탄 디올, 랭스턴 휴즈 등 많은 현대 작가, 화가, 디자이너들의 뮤즈이기도 하였다. 또한 2차 세계대전 당시 프랑스 레지스탕스 활동을 지원한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으며 전쟁이 끝난 뒤 프랑스 정부는 그 공로를 인정하여 최고 권위의 훈장인 레지옹 도뇌르를 수여하였다.  
그녀의 가장 유명한 곡 중 하나인 J’ai Deux Amours(나의 두 사랑)이라는 파리와 조국을 노래한 곡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녀를 사랑해준 파리에 대한 애정을 한껏 느낄 수 있다. 
첨부한 동영상은 영화의 수록 곡인 La Conga Blicoti이다. 유튜브에 옛 영상들이 꽤 남아 있는 편이라 그녀의 넘치는 끼를 쉽게 확인해 볼 수 있으니 영화를 보고 난 뒤 그녀에 대해 궁금해진다면 유튜브를 추천한다. 




 영화는 끝으로 다가갈수록 현재에 대해 이야기한다. 길 펜더는 1920년대에 만난 여성 아드리아나와 함께 프랑스의 가장 아름다웠던 시기라 불리는 벨 에포크 시대로 또다시 타임슬립을 하게 되고 그곳에서 드가, 고갱, 툴루즈 로트렉 등 후기인상파 화가들을 만나게 된다. 하지만 그들 역시 자신들의 세대보다 르네상스 시대가 황금시대였다고 말하며 그리워한다. 
이처럼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고 과거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시간은 현재라는 것을 말해주며 영화는 끝이 난다. 이미 지나가 버린 과거와 알 수 없는 미래보다 지금 이 순간 최선을 다할 수 있는 현재에 집중하는 것이야말로 인생을 현명하게 즐길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일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또 과거가 될 현재를 후회하거나 그리워하며 실체 없는 환상만을 쫓아 허송세월을 보내게 될지도 모를 터이니 말이다. 
파리의 아름다운 모습과 1920년대 예술가들이 궁금하다면 이 영화를 추천하고 싶다. 또 영화와 함께 재즈의 역사와 뮤지션들에 대해 설명하긴 했지만 백마디 말보다 직접 음악을 보고 듣는 것이 그들의 삶과 재즈를 가장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영화의 ost는 아니지만 시드니 베쳇이 연주한 콜 포터의 곡, I get a kick out of you을 마지막으로 리뷰를 마무리하고자 한다. 







영상 출처: 유튜브


[장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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