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응답하라 1988 #2 - 응팔 속 여성들의 이야기[시각예술]

3. 시어머니의 시집살이로 고통스러워 하는 며느리
글 입력 2016.01.06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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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팔 속 여성들의 삶에 관한 불편한 진실



 응팔에서 그려진 88년도 여성들의 삶은 볼 때마다 매번 마음 한 켠에서 불편한 감정이 인다. 지금은 예전보다 많이 나아졌다고 하지만 응팔에서 그려진 20여년 전의 여성이나 지금의 여성이나 삶의 모습이 크게 달라진 건 없다. 예나 지금이나 여성들의 삶은 남성에 비해 지극히 제한적이고, 가부장제로 인해 고통을 받아야 한다. 하루빨리 여성들은 자신의 권리를 되찾아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






1. 결혼 이후 엄마와 아내로서의 삶만 존재하는 여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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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라마 속 중년 여배우들은 대부분 육아와 가사노동을 전담하는 역할만 갖고 있다. 이들의 행동반경은 집 혹은 장을 보는 시장으로 한정되어 있다. 그리고 여성들이 집에서 음식을 차려 놓으면 나머지 가족들은 나와서 식사를 하고 사라진다. 설거지를 한다든지 같이 음식을 만드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특히나 불편했던 장면이 있는데 택이 아버지는 혼자서 제대로 음식을 차려먹지 못한다는 점이다. 성인이 되었는데도 불구하고 스스로 자신의 끼니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이웃집 주부들이 해다 준 반찬으로 살아간다. 그리고 여성들은 요리를 못하는 택이 아버지가 스스로 요리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보다 어떻게 혼자 사는 남자가 자기 스스로 밥을 챙겨 먹겠냐며 계속 반찬을 해다준다. 보는 내내 참 답답했다. 
 그리고 빨래처럼 충분히 스스로 할 수 있는 부분인데도 가족들은 꼭 엄마를 찾고 아내를 찾는다. 집안에서 할 일이 산더미 같지만 다른 가족 구성원들은 당연히 엄마가, 아내가 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바깥일을 할 수 없기에 집안에 있을 수밖에 없는 여성들은 모여서 음식 재료 손질을 하며 수다 떠는 데에 여념이 없다. 이런 장면들은 여성들은 집안에서 시끄럽게 수다나 떨며 노닥거리는 무능한 존재로 그려진다. 

 왜 여성들은 엄마이고 아내이기만 해야할까? 여성들은 다른 삶은 살 수 없는 걸까? 여성들은 정말 무능한 걸까?






2. 남편과 마찬가지로 바깥일을 하지만 육아와 가사의 책임은 오로지 여성에게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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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혼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보험왕으로 등극하며 당당한 사회인으로 우뚝 선 조부장님을 보고 처음에는 굉장히 뿌듯했다. 결혼을 한 이후에도 전문직을 가지고 살아가는 모습이 내심 기뻤다. 요즘에도 상당히 많은 여성들이 결혼 이후에 직장을 그만두거나 해고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매우 불편한 장면들과 마주하게 됐다. 동룡이 부모님은 맞벌이 부부이다. 그래서 동룡이는 가족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적고, 자신을 돌봐줄 사람이 없어서 늘 외로워한다. 생일을 맞았는데도 미역국도 먹어보질 못했고 조부장님이 남기고 떠난 10000원 짜리 지폐로 끼니를 해결해야 한다. 너무 속상한 나머지 동룡이는 결국 가출을 한다. 하지만 부모님은 동룡이가 가출을 했는지조차 몰랐고 이에 동룡이는 더욱 좌절한다. 답답한 마음을 해소하고 싶어서였을까. 동룡이는 반 친구와 오토바이를 타며 탈선을 하기까지 한다. 그러다가 사고가 나서 경찰에게 잡혔고, 부랴부랴 동룡이 부모님이 찾아왔다. 그런데 이때 불편한 장면이 포착됐다. 오직 동룡 엄마만이 동룡이를 돌봐주지 못하고 챙겨주지 못했다며 미안해한다. 동룡이 아빠도 동룡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려 하지 않았고, 엄마도 같이 일을 하는 상황이라면 당연히 육아와 가사를 분담해야 하는 것인데 미안한 기색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당연히 여성이 담당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걸까? 

 최근에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활발해지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결혼을 하고 출산을 하면 해고된다. 만약 해고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육아와 가사를 남편과 분담하기 보다는 혼자 해나가야 한다. 점점 남성들은 가장으로서 집안의 경제를 온전히 담당하는 것의 부담감과 스트레스를 덜고자 직업이 있는 여성을 선호하고 있다. 그런데 우습게도 일을 하는 동시에 집안일도 다 하기를 원하고, 집안일을 하더라도 여성들보다 가사노동에 들이는 시간이 훨씬 적다.
 한 번 생각해보자. '워킹대디'라는 말은 없고, '워킹맘'이라는 말만 존재한다. 이상하지 않은가? 엄마는 원래 가사노동을 담당해야 하는 존재이지만 특이하게 일을 한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 그리고 워킹맘이라고 불리는 여성들은 회사에서도 죄인, 집안에서도 죄인 취급을 당해야 한다. 육아와 가사 때문에 회사일에 소홀해질 때마다 직장 상사나 동료들의 눈치를 봐야한다. 또한 아이를 돌보지 못하고 집안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죄책감에 시달려야 한다. 도대체 왜 그래야 하는 걸까? 예전에는 꿈꾸기 힘들었지만 이제는 바깥일을 하며 자아실현을 할 수 있게 됐으니 여성들의 삶이 좋아졌다고 할 수 있을까?






3. 시어머니의 시집살이로 고통스러워 하는 며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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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는 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이의 갈등은 가부장제가 만들어 낸 끔찍한 산물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가부장제 속 여성들은 육아와 집안일이 인생의 전부이기 때문에 관심사가 자식에게 쏠리고 자식에게 집착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가부장제로 인해 아들 즉, 남자가 최고라는 인식을 갖게 되고, 아들 아들하며 한평생을 살아간다. 이렇게 살아온 엄마는 아들이 장가가는 것은 곧 아들을 며느리에게 뺏기는 것이라고 느낀다. 그리고서는 죄없는 며느리에게 온갖 화풀이를 하며 못살게 군다.  
 응팔에도 이와 같은 장면이 나온다. 시어머니는 며느리 김선영에게 자신의 아들을 뺏어갔고 아들을 죽음으로 내몰게 한 나쁜 여자라며 구박하고, 집안 꼬라지가 왜 이 모양이냐고 호통친다. 그리고 어느 날은 전화를 해서 자신이 대출을 받으면서 김선영의 집을 저당설정 하게 되어 천만원을 상환하지 않으면 경매에 넘어갈 것이라고 통보한다. 그리고는 아들의 목숨값이라며 천만원이 없어서 집이 넘어가면 아이들은 자신에게 보내라고 한다. 이 장면을 보고 너무 어이없어서 분노를 참을 수가 없었다.

 시어머니의 태도는 가부장제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에 잘못의 책임이 100%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시어머니도 이전에 며느리였을 것이고 시집살이를 당해 봤을 것이다. 그렇다면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 알텐데 그만 해야하지 않을까? 자신을 고통스럽게 만든 사람과 똑같은 사람이 되는 것만큼 끔찍한 일이 어딨을까? 그동안 받았던 고통의 보상을 받고 싶은 걸까? 필자의 입장에서는 굉장히 미성숙한 태도라고 생각한다. 물론 똑같은 피해자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또다른 가해자가 되서는 안된다.







 필자는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위와 같은 장면들을 봤을 때 불편한 감정이 생기고 문제의식을 느꼈으면 좋겠다. 과연 가부장적 사고방식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 맞는 것일까 고민하고, 이로부터 탈피하기 위한 노력을 통해 더 공평하고 행복한 사회를 만들어 나갔으면 좋겠다. 가부장제로 인해 큰 피해를 입는 것이 대부분 여성들이기 때문에 많은 남성들이 이 문제의 심각성을 느끼지 못한다. 하지만 남의 일로 치부해버리지 말고, 모든 사회의 구성원이 인간답고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그리고 앞으로 드라마가 됐든 영화가 됐든 여성들이 남성들과 동등한 삶을 살아가는 모습이 많이 그려져야 한다. 응답하라 1988은 88년도의 모습을 그렸기 때문에 아무래도 불편한 장면들이 많이 삽입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현대의 우리들 모습을 담은 영상은 달라야 한다. 미디어는 시청자들의 사고에 많은 영향을 끼치며, 다수의 사람들에게 전달되는 만큼 파급력이 대단하다. 따라서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한 노력에 미디어도 동참해야 할 필요가 있다.






<사진제공>



[정선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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