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10년의 시간이 흐른 뒤, 현재의 나에게 문득 다가온 '하울의 움직이는 성'[문화 전반]

더 이상 외로움의 덩어리가 아닌 행복한 진짜 ‘성’으로 보였다.
글 입력 2015.10.20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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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방안의 창문으로 가을 바람이 솔솔 넘실거리며 들어오던 그 순간, 나는 갑자기 영화 ‘하울의 움직이는 성’이 보고 싶어졌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다. 포근하면서도 시원하게 날 감싸던 그 바람이, 마치 이 영화의 분위기와 같아서였을지도 모르겠다. 하울을 보기 전, 나의 기억 속 잔상으로 남아있는 이 영화의 장면은 오로지 ‘기괴한 모양새를 하고 움직이던 성’뿐이였다.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나서였을까? 어린 시절에는 굉장히 몰입해서 보았던 것 같은데, 지금 나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건 영화의 대표적인 몇 장면 뿐 이었다. 그래서 더욱 호기심을 지닌 채로 마치 이 영화를 처음 보는 것 마냥 설레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나는 어린 시절, 아마도 초등학교 때에 보고 그 뒤로 한 번도 보지 못했던 근 10년이 지난 뒤인 지금 다시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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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본 영화의 줄거리를 간단히 말하자면 어느 날, 영문도 모른 채 황야의 마녀의 저주로 인해 ‘소피’는 소녀에서 할머니로 변해버린다. 할머니가 된 채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생각하며 걸어가던 소피는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의문의 허수아비의 도움으로 성 안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 곳에서 자신과 마법사 하울의 계약을 깨주면 할머니가 된 저주를 풀어주겠다는 불꽃악마 캘시퍼를 만나게 되고, 소피는 자연스럽게 물에 눈 녹듯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청소부가 되어 이들의 일원으로 성에 머물게 된다. 이렇게 하울의 소피, 그리고 친구들의 이야기는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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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본지 이틀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나는 아직도 영화의 첫 장면에서 내가 느꼈던 전율을 잊을 수 없다. 내가 이렇게 감탄을 자아내고 말하면 아마도 많은 이들은 ‘하울의 첫 장면이 아주 멋있었나보지?’라고 생각할 것이다. 아마도 개개인의 차이가 존재 하겠지만, 많은 이들에게 하울의 첫 장면은 그저 그런 영화의 시작 장면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여주인공 ‘소피’가 모자 가게에서 모자를 만들고 있고, 그와 함께 하울의 대표적인 ost인 ‘히사이시 조의 인생의 회전목마’가 흘러나온다. 어떻게 보면 특별할 것 없는 그 첫 장면을 나는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삶에 대해 마치 아무런 욕심이 없는 듯 모자를 만들던 소피의 모습, 그리고 들려오는 OST. 장면과 음악이 이렇게 미치도록 아름답게 맞아떨어질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합이 너무나도 아름다워 순간적으로 온 몸에 전율이 일고 영화 속으로 깊이 빠져들었다. 아마도 관객들은 영화를 볼 당시에는 느끼지 못했겠지만, 나는 이 첫 장면이 관객들을 영화 속으로 더욱 깊이 빠져들게 했음에 한 몫 했을 것이라 확신한다.

하울의 OST는 영화가 나온 뒤 정말 많은 인기를 끌었다. 그 당시 우리 세대의 핫 플레이스였던 싸이월드나, 핸드폰 벨소리 등등 ‘인생의 회전목마’가 빠지지 않던 부분이 없었으니 말이다. 그 당시에는 나도 즐겨들었지만, 세월이 많이 흐른 지금은 사실 잘 들어본 적이 없다. 그래서였을까? 오랜만에 내 귀를 통해 들려오는 익숙한 멜로디에 나는 마치 머리를 한 대 맞은 듯 멍해지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그건 아마도 노래가 정말 좋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오랜만에 들어도, 몇 년의 시간이 흐른 뒤에 들어도 명곡은 명곡이었다. 하울의 흥행을 이끈 것에는 나는 분명 ‘노래의 힘’도 있었을 것이라 본다. 이 영화가 뿜어내는 묘하고 아름다운 분위기와 대표적 OST인 ‘인생의 회전목마’는 마치 한 쌍인 것처럼 잘 어울렸다. 마치 바늘과 실처럼, 이 둘은 서로가 서로의 매력을 더욱 돋보이게 만들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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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단순히 재미있고, 주인공이 잘생기고, 아름답고 로맨틱한 애니메이션. 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넘어서서 생각해보면 하울은 독자들에게 많은 부분에서 여러 가지 생각할 거리들을 던져준다. 내가 이 영화를 보면서 모든 인물들에게 공통적으로 느꼈던 감정은 바로 ‘외로움’이었다. 하울은 겉으로는 괜찮은 척, 아무렇지 않은 척 하지만 그 안의 내면은 고독하고 외로움에 사무치는 존재이다. 누군가의 간섭이나 억압에서 벗어나, 진정한 자유를 찾기 위해 악마와의 거래를 해 저주에 걸리는 하울. 그 저주가 너무나도 무섭지만 자신이 책임져야 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무서운 척도 안하고 맞서 싸우는 그런 하울. 같이 함께 하는 사람이 있지만, 근본적인 ‘외로움’이 하울의 마음 속에서 존재했을 것이다. 하울처럼 소피도, 황야의 마녀도, 그리고 무대가리도 모두 다 각자 나름대로의 외로움을 지니고 있다. 그런 인물들이 모두 운명같은 우연으로 하울의 성으로 모이게 되고, 서로가 서로를 치유해주며 진정한 행복을 찾아간다. 아마도 하울의 ‘움직이는 성’은 외로움을 총체적으로 보여주는 가장 큰 덩어리가 아니였나 싶다. 하지만 엔딩 장면에서 무너진 뒤 다시 새롭게 만들어진 하울의 ‘움직이는 성’은 내 눈에 더 이상 외로움의 덩어리가 아닌 행복한 진짜 ‘성’으로 보였다. 아마도 내가 마지막에 감동의 눈물을 흘렸던 것은 바로 이 기분 때문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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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참조- 네이버 영화


[임수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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