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알레산드로 멘디니 展' 프리뷰

글 입력 2015.10.02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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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레산드로 멘디니 展' 프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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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 전시명 : 알레산드로 멘디니 展 - 디자인으로 쓴 시(Alessandro Mendini - The Poetry of Design)
ㅇ 전시기간 : 2015.10.09~2016.02.28 
ㅇ 전시장소 :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디자인전시관
ㅇ 전시구성 : 초기 작업에서 최근작까지 다양한 장르가 집결된 600여 점의 작품
ㅇ 전시주최 : ATELIER MENDINI, 서울디자인재단, 주한 이탈리아 문화원
ㅇ 전시주관 : 아트센터이다, 마이아트예술기획연구소


올 10월부터 세계적인 디자이너 알레산드로 멘디니의 초대형 전시가 서울디자인재단, 아뜰레에 멘디니, 주한 이탈리아 문화원 공동 주최로 동대문디자인플라자 디자인전시관에서 열린다. 그의 이름을 걸고 이루어지는 대규모 단독 전시로은 국내뿐 아니라 동아시아에서 최초이다. 지나친 소비지상주의로 흐르던 모더니즘 디자인을 비판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포스트모더니즘 디자인을 촉발시켰던 그의 과거 업적, 그리고 현재까지 세계 최고의 거장으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는 점 등을 미루어 보면 이 전시는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설레게 할 것이 자명하다.

알레산드로 멘디니, 그가 직접 기획한 이번 전시의 주제는 '디자인으로 쓴 시(The Poetry of Design)'이다. 전시에 출품 될 600여 점의 작품들은 마치 시의 구절들처럼 서로 어우러져, 한 편의 시처럼 우리에게 다가올 것이다. 그간 한국 사회에서 주류적인 경향을 이룬 '상품'이나 '산업'으로서의 디자인과는 상당히 다른 패러다임의 디자인을 보여줄 예정으로 그의 방대한 디자인 세계와 디자인 철학, 그의 드라마틱한 삶을 통해 우리 사회에 가장 필요한 디자인 철학과 비전을 제시해 줄 것이다. 그가 전시장 내부를 디자인하며 한 이야기에 따르면 "판타스틱하면서도 비대칭형 곡면이 많아 특이한 동대문디자인플라자 공간을 잘 활용하면서 예술적인 것과 산업디자인, 역사적인 것과 요즘의 것 등 자신의 다양한 디자인을 보여주겠다"고 한다.

전시 작품 중에는 멘디니를 포스트모더니즘 디자인의 개척자로 만들어준 대표적 프루스트 의자(Poltrona di Proust)를 크게 확대한 조형물, 트리엔날레 밀라노 디자인 뮤지엄에서 대여한 150점의 드로잉들도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또 파리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과 비사짜 재단 소유의 3~5m 크기의 초대형 모뉴멘트 디자인 작품, 동생이자 동료인 건축가 프란체스코 멘디니(Francesco Mendini)와 함께 만든 건축 모형 그리고 그의 디자인 회사 아뜰리에 멘디니에서 스텝들과 같이 만든 건축 모형들 등 다른 곳에서 쉽게 볼 수 없는 귀한 작품들이 대거 전시 될 예정이어 더욱 흥미롭다.

유머와 변신, 협업, 색채 배합의 마술사로 불리는 이탈리아 디자인계의 대부 알레산드로 멘디니의 독착적이고 혁신적인 디자인 세계를 직접 확인해 볼 수 있는 기회이니, 시간이 허락한다면 관람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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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레산드로 멘디니 Alessandro Mendini


이탈리아 건축가이자 디자이너인 알레산드로 멘디니는 네오모던 스타일과 현대적인 디자인에 관심을 가지고 오브제, 가구, 건축, 설비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했다. 이탈리아 디자인을 세계 디자인의 중심으로 만든 살아있는 전설인 그는 밀라노 공대에서 건축을 전공했다. 건축 사무소에서 일하다 세계적인 건축 잡지 "까사벨라(Casabella)"에서 편집을, 이후 "모도(Modo)"라는 잡지를 창간하고 편집장으로 일하며 파괴적이고 급진적인 디자인 운동을 병행한다. 1976년 알레산드로 구에리에로와 함께 급진 그룹 "알키미아(Alchimia)"를 만들어 활동하는데, 혁신적인 전시를 선보였다. 1980년대부터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불기 시작한 포스트 모더니즘 열풍의 한가운데서 세계 최고의 디자이너로 활동한다. 아이같은 호기심으로 그 활동 분야가 방대하다. 까르띠에, 에르메스, 스와로브스키, 알레시, 비사자, 스와치 등 세계적인 기업과의 협업으로도 유명하다.





전시구성
 
이번 전시는 언급했다시피 알렉사드로 멘디니가 직접 작품을 선정하고, 전시장을 디자인하는 등 전시에 관련한 모든 부분을 기획했다. 멘디니는 자신의 디자인 세계를 관람객들이 이해하기 쉽고, 즐길 수 있도록 12가지 테마로 전시를 나누어 구성하였는데, 'The Hall 더 홀,' 'Childhood 어린이의 눈으로 본 세상,' 'Radical Design/ Redesign 기능주의를 부정하다,' 'Roots 전통에 대한 사랑,' 'My Mind 내면 세계 들여다보기,' 'Lots of Colors/ Lots of Dots 점과 색으로 디자인하다,' 'Too Big/ Too Small 크기로 상식을 뛰어넘다,' 등이 그것이다(이미지 출처 DDP 알레산드로 멘디니 전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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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사한 색과 동심이 가득한 모양의 전시장 입구는 전시장에 들어서기 전부터 알레산드로 멘디니의 환상적인 디자인 세계를 기대하게 한다. 2015년 밀라노 가구박람회 당시 트리엔날레관 잔디 마당에 설치되었던 인형극 극장 디자인이 이번 한국 전시의 입구 조형물로 특별 제작되어 DDP 어울림 광장에 5m 귬호의 조형물과 함께 설치되어 확장된 공간 구성을 펼쳐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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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디니의 디자인은 본질적으로 반항적이고, 고정관념을 깨는 힘이 강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중적인 인기를 누릴 수 있는 것은 특유의 천진난만함 때문이다. 눈과 마음을 크게 열어 동심으로 가득 찬 멘디니의 환상적인 디자인 세계로 들어가 보라. 위 작품 Giostrina는 알레시(지오반니 알레시가 1921년에 설립한 이탈리아의 주방, 생활용품 브랜드)에서 생산되고 있는 여러 제품을 모아서 회전목마 같은 모양으로 만든 작품으로, 제품으로만 이루어졌다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친근하며 천진무구한 동심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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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디니는 기능주의 디자인을 격렬하게 비판하면서 포스트 모더니즘 디자인의 가능성을 연 장본인이다. 디자인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살아있는 전설의 역사적 행보들을 당시에 만들어졌던 작품들을 통해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전시장에서는 알렉산드로 멘디니의 작품 뿐 만 아니라, 기존의 질서에 끊임없이 도전하고 기능주의를 무너뜨리는 실험성이 강한 초기 작업들을 이미지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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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디니의 디자인 세계가 어떤 근거로 이루어져있는지를 더듬을 수 있는 작품들을 따로 모았다. 그의 가장 중요한 뿌리인 이탈리아 전통 디자인에서부터, 순수미술의 창조적 에너지를 담고 있는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그의 디자인 세계를 이루는 다양한 근원들을 살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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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디니는 자신의 내면세계를 잘 보여주는 작품들을 통해 관객들과 깊은 대화를 시도한다. 그의 생각이 자유롭게 표현된 드로잉들과 소품들, 그리고 기념비적인 작품들을 통해 디자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상품이나 산업이라기보다 디자이너의 아날로그적 내면이라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가장 오른쪽 드로잉은 멘디니의 디자인 스케치(Drawings, 2015)이다. 그의 디자인은 단순한 이미지들과 여러가지 메모로 이루어진 스케치로부터 시작되는데 그의 스케치들은 하나의 독립적 작품으로서도 손색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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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보고싶은 섹션이다. 멘디니는 강렬한 개성으로 세계 디자인을 이끌어왔는데, 그의 디자인에서 가장 두드러진 개성은 화사한 색과 점묘 표현이다. 이는 순수미술과 디자인의 경계를 허물기 위함이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알렉산드로 멘디니를 상징하는 이미지가 되었다. 멘디니의 가장 대표작인 프루스트 의자(Poltrona di prous, 1996, 위 작품 중 가운데)는 19세기 말 프랑스의 점묘파 화가들의 기법을 앤티크 의자에 그대로 적용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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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디니는 자신의 디자인을 아주 크거나 아주 작게 만들어 생소한 느낌의 오브제로 재탄생시키기도 했고, 때로는 일상적인 사물들을 크게 확대해서 기념비적인 조각품으로 만들기도 했다. 이는 기존의 디자인과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개념으로 보는 이로 하여금 그의 풍부한 상상력에 감탄하게 만든다. 까르띠에 재단 소장품인 프루스트 의자(Poltrona di prous, 2002)는 멘디니의 대표작 프루스트 의자를 확대해 3m 크기의 대형 모뉴먼트 조형물로 제작한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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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역하면 '아름다운 디자인'이라는 뜻이다. 기능주의 디자인을 비판하면서 멘디니를 비롯한 이탈리아의 산업 디자이너들은 이너들은 인간의 정서를 중요시하는 디자인을 새로운 대안으로 내놓았다. 이와 같은 디자인을 지칭하는 개념이 바로 '벨 디자인'이다. 디자인이 사람의 마음을 얼마나 기쁘게 하고 감동을 줄 수 있는지 느끼게 될 공간이다. 


 


작품 아물레또(Amuleto, 2012)는 알레산드로 멘디니의 대표적 조명 디자인 작품으로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손자의 눈 건강과 꿈이 이루어지길 기원하며 만든 행운의 램프이다. 행운의 선물로 유명한 아물레또는 이태리어로 '수호물'이라는 의미로 세 개의 원은 태양, 달, 지구를 형상화한 것이다. 세계적인 안과병원과의 협업을 통한 눈보호 조명을 사용하여 기능성과 예술성 모두를 만족시킨 작품으로 세계 여러 뮤지엄에 영구 소장품으로 전시되고 있다.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사람 얼굴의 와인 오프너 안나G 또한 이 섹션에 전시되어 있다. 자친구가 기지개를 켜는 모습에 영감을 얻어 디자인 했다고 한다. 단순한 와인 오프너에 사람의 형상을 부여해 인간적 감성이 살아있는 디자인을 구현한 것으로, 디자인의 개념을 바꾸었다는 평을 받으며 멘디니에게 명성을 가져다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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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디니는 일찍부터 자신의 디자인에 인격성을 부여하여 작품을 무생물이 아닌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표현하였다. 그래서 멘디니의 디자인에는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거나 실존하는 사람의 이름을 붙인 작품들이 많은데, 그런 디자인 중에서도 생명을 느낄 수 있는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이다. 작품 Neo Malevic은 1970년대 중반 알키미아 그룹을 같이 만들었던 동료 알레산드로 구에리에로의 얼굴을 모티브로 해서 만든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 얼굴에 해당하는 부분은 20세기 초반 신조형주의를 이끌었던 몬드리안의 화풍이 적용되었다. 붉은색, 파란색, 노란색, 검정색, 흰색으로 이루어진 색채, 수직선과 수평선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구성을 보면 현대미술과 인격성을 고루 끌어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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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디니의 본래 전공은 건축이었다. 이 공간은 미술관 건축에 있어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한 걸작 네덜란드의 그로닝겐 미술관, 알레시 본사의 이노베이션 프로젝트, 독일 하노버의 버스정류장 등 건축 분야에서 그의 공간 디자인 결과물들을 모형으로 만들어 구성해놓았다. 대형 영상과 함께 보여질 건축 섹션의 전체 디자인도 흥비로운 볼거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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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디니는 전시의 마지막을 숭고함으로 마무리 짓는다. 역사 또는 정신과 관련한 작품들로 초월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고자 한다. 삶의 깊은 내면을 들여다보게 하고 나아가 영혼의 평온함을 느끼도록 만단다. 멘디니의 연륜 깊은 솜씨가 가장 은은하게 빛나는 섹션이다. 작품 작은 성당(Little Cathedral, 1996-2002)은 유럽 성당의 모양을 작게 축소한 형태 위에 다양한 색깔의 타일을 붙여 제작된 5m 규모의 초대형 작품이다. 화사하고 아기자기한 디자인이기는 하지만 밝고 성스러운 분위기를 가득 느끼게 한다. 이 성당의 디자인은 멘디니의 일반적인 디자인에 비해 저채도의 색깔로 이루어져서 차분한 느낌을 준다. 성당의 내부에는 황금색 모자이크 타일로 제박된 조형물이 설치되며 내부로 들어가 관람할 수 있도록 해두었다. 아름다운 가야금 선율이 흐르는 모뉴먼트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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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디자인 거장이 전시에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지는 진열된 상품들을 살표보면 알게 된다. 전시 매장에서 판매될 상품도 직접 디자인 했기 때문이다. 특히 어린이가 좋아할 만한 상품들은 멘디니가 전시 기획을 하면서 동시에 직접 디자인 한 것이다. 이외에도 멘디니가 전시를 위해 따로 디자인한 상품들이 많아 샵은 또 다른 전시 공간이 될 것이다. 

또 하나 관람팁을 주자면, 전시 관람 시 시간이 부족하거나 무엇을 봐야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때 샵에서 팔고 있는 엽서에 프린트 된 작품들 위주로 보는 것을 추천한다. 그 엽서들이 전시를 압축 요약해놓은 것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나는 전시를 본 후, 꼭 하나 혹은 여러 장의 엽서를 사서 모으는데, 해당 전시의 얼굴마담격인 작품들을 보며 그 때 했던 생각들을 곱씹어보는 재미가 쏠쏠하기 때문이다. 좋은 예술이란 고로 많은 생각을 하게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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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아름다운 것과 연결되어 있고, 그 모든 것이 디자인이다
- 멘디니



공연이 아닌, 전시 초대를 받으면 항상 드는 생각 하나가 있다. "혼자 가야하나?" 이 생각을 하는 첫번째 이유는 나를 위해서다. 나만의 걸음걸이로, 혼자만의 속도로 전시를 감상하고 생각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갑자기 드는 생각을 멈춰서 적거나, 마음 속에 꾹꾹 눌러담는다. "나중에 생각해봐야지, 집에 가서 고민해봐야지." 굳이 작품에 관한 내용이 아니여도 좋다. 

두번째는 동행한 누군가가 "막상 와보니 별 것 없네"라던가 "이게 그래서 뭐라고?"라는 반응을 보일까 걱정이 되서다. 사실 모든 작품과 작가를 경외하는 태도가 더 볼썽사납지만, 예술이 딱히 쓸모가 있는 것도 아니잖아라는 식의 생각 또한 좋지만은 않다. 이런 걱정이 예술로의 진입장벽을 만드는 것 같아 마음이 쓰이지만 아직은 첫번째 이유를 핑계로 이번 전시 또한 혼자 즐길 예정이다. 누군가에게 "인생이 살 가치가 있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게 예술(헤르만 헤세 Hermann Hesse)"이라는 걸 설득해낼 수 있을 때까지 생각하고, 생각하고,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밤이다. 나로 인해 누군가의 일상에 예술이 젖어든다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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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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