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마돈나' , 일그러진 여성상에서 이르는 구원 [시각예술]

글 입력 2015.07.06 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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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돈나(Madonna)/심수원 감독/ 2014
출연:서영희, 권소현, 김영민, 변요한

 


 신수원 감독의 2015년 작 마돈나는 칸 영화제의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되고 평단의 호평을 받는 등 현재 영화계에서 조명을 받고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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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줄거리
한 병원의 간호조무사 해림(서영희)과 의사 혁규(변요한)는 심장 이식이 필요한 전신마비 환자 철오를 담당하게 된다. 철오의 아들 상우(김영민)가 아버지의 재산을 얻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 아버지의 생명을 억지로 연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그들. 어느 날, 정체불명의 사고 환자 미나(권소현)가 실려오게 되고, 냉혹한 재벌 2세 상우는 해림에게 그녀의 가족을 찾아 장기기증 동의서를 받아오라는 위험한 거래를 제안한다. 상황이 어려웠던 해림은 제안을 어렵게 수락하고, ‘마돈나’라는 별명을 가졌던 미나의 과거를 추적해가며 충격적인 비밀들을 마주하게 되는데…
<스포주의!!>
미나의 삶은 지독히도 불후하다. 폐지 줍기를 하는 할머니와 단둘이 살며 학교에서 잘 적응하지 못한 미나는 취직한 이후 비정규직과 공장직원으로 가난한 계층의 굴레에서 생활을 이어간다. 직장에서의 성폭력과 강간으로 궁지에 내몰린 미나는 거리로 내앉지만 강간으로 밴 아이를 위해 창녀로서라도 생을 이어간다. 끝내는 강간한 남자가 보복으로 행한 폭력과 강간으로 혼수상태가 되어 발견되며 이를 기점으로 미나의 인생이 해림의 추적을 통해 관객에게 서사로 풀려진다.
 



역동하는 세부들

 
 가난하고 강간당하며 죽음까지도 철저히 유린당하는 미나의 인생과 그 속의 현실의 부조리함을 마주하는 것은 감당하기 힘들다. 비단 미나의 인생뿐만이 아니다. 모든 인물의 설정이 각자의 사연을 드러내며 현실에 대한 나름의 개연성, 선악의 공존성을 어필한다. 이는 어쩌면 변명거리로 보일 만큼 노골적으로 드러나 있다. 실제로 상우의 대사 속에는 비정하고 이기적이게 될 수밖에 없었던 개인의, 사회의 불행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이 드러난다. 그럼에도 영화는 오히려 ‘어쩔 수 없다. 이것이 현실이다’라 말하는 듯하다.
 이러한 구구절절함은 사회를 향해 명백한 화살을 돌리고 있다. 모든 인위물들, 인간이 구성한 사회는 어느새 지독한 독기를 품고 만다. 개인이 지닌 본성에서 발아한 것들이 사회의 논리를 구성하고 그것의 획일성이 지니는 힘은 모든 개인의 뿌리를 뒤에서 옭아매고 있다. 우리가 탓하는 ‘개인의 책임들’, 또한 실제로 이를 조장하는 ‘사회의 책임’을 밝히는 것. 각기에 산재하는 인물들과 문제의식들은 이러한 명백한 하나의 사실을 가리키는 응시에 의해 수면으로 끌어올려져 존재를 드러낸다. 또한 이들은 각 개체들이 산재하면서도 전체를 구성하고 있는 풍경과 같이 영화 전체의 힘과 깊이 있는 무게감을 구성한다. 실제로 영화의 진행이 미나와 해림을 중심으로 함에도 각 인물들의 존재감은 묻히지 않는다. 전경과 원경이 지니는 균형관계를 이루듯이 영화의 풍경을 고르게 이루고 있다.
     

 

 성녀와 창녀, 마돈나를 구성하는 시각적 상징

 
  마돈나라 하면 사람들은 보통 거룩한 성녀 혹은 육체적 성의 화신으로서 떠올릴 것이다. 영화 속 미나의 몸은 마치 뷜렌도르프의 비너스같다. 미나는 풍만한 가슴에 의해 마돈나라는 이름으로 불려지게 된다. 사람들은 미나의 풍만한 몸을 멸시하면서도 성적으로 욕망한다.
 마돈나는 멸시와 욕망의 대상으로서 철저히 유린되고 짓밟히는 존재이다. 여기에 바로 마돈나가 지닌 성녀와 창녀의 이미지가 이루는 접점이 있다. 영화 속에서는 특히 ‘먹는 행위’가 이를 드러내는 시각적 상징으로 나타난다.
 자본주의 사회는 가난을 향한 멸시를 낳았다. 벼랑에 내몰린 소외계층의 사회적 입지에서 미나는 청소년기에조차 유일한 혈육인 할머니 외의 누구에게도 사랑과 관심을 받지 못하고 비웃음과 멸시를 당했다. 자존감이 추락한 미나는 자신에 대한 관심에 맹목적이다. 자신이 처한 현실을 극복하고, 내적인 공허를 채우고자 상대를 향해 애걸하고 그를 만족시키려 오랄 섹스를 해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나는 철저히 이용당하고 버려진다. 채워지지 않는 공허와 그녀의 몸을 향한 시선에 의해 미나는 점점 치장과 먹는 것에 집착하며 폭식증을 겪는다. 이로서 ‘먹는다’는 행위는 외부의 악에 옭아매어지는 것을 의미하며 ‘입’은 외부의 오물이 유입되는 장소가 된다.
 진흙탕 속에서 연꽃이 피어나듯 구원과 성자는 철저한 짓밟힘과 절망 속에서 나온다. 미나의 오랄섹스는 외압에 굴종하는 행위인 동시에 최후의 희망을 보호하는 행위이다. 그녀는 뱃속의 아기를 위해 아래를 통한 섹스는 끝까지 거부한다. 결국 입이란 스스로의 몸을 파괴하고 굴복시키는 악을 받아내는 희생의 의미를 지니는 것이다.
 

 

짓밟힘 속에 일궈지는 ‘구원’


 마돈나는 외부에 의해 구성된 여성의 원형적 이미지이다. 영화 속 미나는 시선에 굴복한다. 시선이 지닌 폭력성은 직접적인 폭력 행위 뿐 아닌 그녀 자신이 그러한 시선에 조응하는 것을 통해 드러난다. 영화는 결말부에 드러나는 ‘구원’의 의미를 통해 이러한 수동성을 깨트린다. 
  미나의 심장을 떼어내는 수술을 앞두고 해림은 태아가 스스로 탯줄을 목에 감는 초음파 장면을 보게 된다. 이를 계기로 그녀는 결심을 굳히고 철오의 산소호흡기를 떼어냄으로서 아기를 살린다. 사실 해림은 미나와 같이 짓밟혀온 과거를 지니며 그로 인해 자신의 아기를 강물에 버린 과오를 범한 적이 있다. 이는 끝까지 아기를 지키고자 한 미나의 선택과 대비된다. 그러나 그러한 과오 속에 파묻혀 있어도 결국엔 아기의 생명을 살려낸 해림의 선택이야말로 미나의 희생과 함께 ‘구원’의 중요한 의미를 구성한다. 스스로 죄를 범하여 완전한 나락에 다다른 곳에서야만 구원이 일궈진다.
 마돈나로 형상되며 폭압당해온 여성은 '절망에서 이르는 구원'이라는 첨예한 역설 속에서 살려낸 생명을 통해서야 주체적 이미지로 거듭나는 것이다.


 


 
 영화 내내 숨막히고 짓무르듯 했던 현실은 결말부의 해림에 선택에 이르러서야 청명한 폭발력을 내며 숨통을 트였다. 과연 사람들은 이러한 결말에 대하여 비현실적이라 말할 수 있을까. 영화의 결말에 관하여 스스로 계속 물었다. 사실 내 안의 속물성은 내용이 진행해가면서 영화가 일궈내는 분명한 '현실'과 '책임'에 대하여 회의를 품으며 도망치려 했다. 가슴 한 켠에서 비참함에 이끌리는 초조함은 결말에 이르러서야 뚜렷한 시야 속에서 개어졌다.
 영화 속 지독한 현실, 무엇보다도 해림이 상우의 거래에 가담하며 보여준 눈빛과 행동들이 영화의 결말을 납득시켜준다. 영화 보는 내내 별로 개연성을 느끼지 못하며 모호하게 여겨졌던 해림의 태도들이 결말에 이르러서야 그에 대한 뚜렷한 개연성으로서 존재감을 발휘한다. 공허와 나락 속에서의 갈등과 방황이야말로 치열한 현실성을 지니는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를 전면에 드러내놓는, 솔직하게 풀어내는 진솔함과 섬세한 연출이 지니는 무게감, 이와 더불어 산재한 인물과 이슈들을 역동시킴으로서 규합해내는 힘은 신수원 감독의 진가를 보여준다. 이것들의 원동력이 되는 것은 분명 감독 자신이 여성감독으로서 지니는 뚜렷한 정체성과 문제의식일 것이다. 신수원 감독의 <마돈나>는 한국영화계에 정통적이고 깊은 풍미를 내는 획을 긋는 듯한 진지함과 대담함을 느끼게 한다.


-출처
이미지 : movie.daum.net
줄거리: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27449


[최인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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