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별사탕마냥 다채로웠던, 오케스트라!

글 입력 2015.05.13 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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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사탕마냥 다채로웠던

오케스트라 '라이징스타'


김지현(ART Insight SNS 운영팀)


[사진자료] 지휘자 레이너 허쉬.jpg


<공연 정보>

공연명: 객석음악회 <라이징스타>;레이너 허쉬와 유머심포니
장 소 :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일 시: 2015년 5월 4일 월요일
시 간: 20:00 
주최: ㈜객석컴퍼니
주관: (사)한국문화예술지원협회
후원: GKL사회공헌재단
공연문의: 02-2230-6727





오랜만에 언니와 함께 오케스트라를 보러 갔다. 그 첫 주자가 바로 ‘라이징스타’였다. 오케스트라는 거의 10년만인 언니가 어떤 느낌을 받을지 궁금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특별히, 언니와 나의 곡에 대한 감상을 비교하며 리뷰를 쓰겠다. 언니로부터 꽤 재미있는 소감이 나왔다.


먼저 1부는 한국 음악가들이 스타트를 끊었다. 류성규 지휘자의 지휘 아래, 요한 스트라우스 2세의 오페레타 '박쥐' 서곡이 분위기를 부드럽게 가다듬었다. 류성규 지휘는 여태 내가 봐왔던 지휘자 중에서 가장 절도있고 깔끔한 지휘를 하는 지휘자였다. 점잖은 지휘자의 느낌이 났다. 


[사진자료] 지휘자 류성규.jpg


요한 스트라우스 2세의 오페레타 <박쥐>에 대해 잠깐 설명을 하겠다. 먼저 오페레타(operetta)란 ‘작은 오페라(opera)’라는 뜻이다. 19세기 후반부터 작곡된 ‘오페라보다 쉽고 가벼운 작품들’을 일컫는데, 신화를 위주로 하는 오페라와 달리 오늘날의 TV연속극처럼 ‘현재 우리가 사는 세상’을 다룬다. 그래서 오페레타는 예습 없이 보더라도 누구든 바로 이해할 수 있고, 희극적인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또 오페라처럼 작품 전체가 음악으로 작곡된 것이 아니라 노래 외에 대사 부분이 있고, 춤 같은 엔터테인먼트 요소가 거의 빠짐없이 들어가 있는 것이 특징이다.


오페레타 박쥐 풀 버전 영상. 쓰다가 찾았다. 따..딱히 보여주려고 갖고온 건 아니다.

오페레타의 내용은 이렇다. 남자 주인공인 금융계의 부호 가브리엘 폰 아이젠슈타인은 4년 전에 친구인 공증인 팔케 박사와 함께 가장무도회에 놀러갔다가 다음날 새벽 술에 잔뜩 취해 잠든 팔케를 그냥 거리에 내버려둔 채 혼자 마차를 타고 돌아간다. 전날 밤 박쥐로 분장을 하고 무도회에 갔던 팔케는 흉측하고 우스꽝스런 박쥐의 모습으로 출근길 행인들에게 발견되어 망신을 당한다.(여기서 오페레타의 제목 ‘박쥐’가 유래되었다) 그 일을 잊지 못하는 팔케는 아이젠슈타인에게 보복하려고 계략을 꾸미게 되고, 계락에 빠진 아이젠슈타인에게  일어나는 이야기들이 주를 이룬다. 이 오페레타에서는 상류사회의 애정 없는 결혼과 졸부근성을 비웃으며 풍자한다. 그래서 세계의 오페라 극장들은 한 해를 마무리하는 12월 31일에 오페레타 ‘박쥐’를 무대에 올리곤 한다. 화려한 춤과 음악, 유머 넘치는 대사들이 한 해의 근심과 고통을 다 털어버리게 해주기 때문이다. 


오페레타 박쥐 가면.jpg



요한 슈트라우스 2세, 오페레타 <박쥐> 서곡 
(Johann Strauss II, Overture to 'Die Fledermaus')

<연주에 대한 소감>

언니: 스테이크 위를 꽃게가 뛰어다니는 느낌
나: ‘박쥐’라는 제목 치고는 너무 경쾌한데..? 트라이앵글이 오케스트라에서도 이용되는 것이 신기.



두 번째로는 바이올리니스트 김영욱의 차례였다. 그가 연주하는 ‘모차르트의 바이올린 협주곡 G장조 1악장 알레그로’는 전체적으로 프랑스풍이 강하다. 이 작품에서는 다른 협주곡에 비해 모차르트의 개성이 드러나는데 독주 바이올린과 오케스트라 사이의 대화적 성격, 관악기를 중시하는 점 등이 그렇다. 또한 솔리스트에게 화려한 기교를 발휘할 기회를 주고 있음은 물론, 사교음악으로서의 명랑성과 단순한 듯한 명쾌함도 갖고 있다. 
이 곡의 가장 독특한 점은 마지막 부분에서 의외로 조용하게 끝난다는 것이다. 화려하고도 당당한 피날레를 예상하는 청중들에게 조용하게 오보에와 호른을 울리면서 끝을 맺는 3악장은 유머러스하면서 신선하다. 


모차르트 바이올린 협주곡 3번 G장조 1악장 알레그로 (바이올린 김영욱)
(W.A. Mozart Concerto for Violin and Orchestra No. 3 in G mminor, K. 216 - I.Allegro)

<연주에 대한 소감>

언니: 바이올리니스트의 반짝이는 구도 앞코처럼 예리하다가도 첼로의 완만한 몸체처럼 부드러움
나: 다른 연주자의 곡은 굉장히 여유있는 느낌인데 속도가 빠르다. 그 때문에 경쾌하고 통통 튀는 느낌이 한층 더 한듯.



바이올린 다음에는 첼로였다. 1,2부 연주자 중 홍일점이었던 첼리스트 이정란의 무대였다. 핫핑크 드레스로 주변까지 화사하게 물들였던 그녀의 연주곡은 ‘하이든 첼로 협주곡 2번 D장조 1악장 알레그로 모데라토’ 였다. 
3대 첼로 협주곡 안에 드는 이 곡의 매력은 모든 세부와 전체의 완벽한 균형감과 화려한 멜로디에서 기인한다. 관악기들은 보다 독립적인 역할을 맡으며 적극적인 역할을 하는 한편, 솔로 악기와 오케스트라의 음향적 일체감 또한 빼어나다. 무엇보다도 1악장의 그 박력 넘치는 에너지와 강인한 인상을 주는 첫 주제야말로 이 D장조 협주곡의 트레이드 마크와 같은 징표로서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아왔다. 


하이든 첼로 협주곡 2번 D장조 1악장 알레그로 모데라토 (첼로 이정란)
(J.Haydn,  Concerto for Cello and Orchestra No. 2 in D Major Hob. VIIb/2, Op. 101 I.Allegro Moderato)

<연주에 대한 소감>

언니: 시크한 커피아가씨, 부드러운 우유청년. 도도했던 초코아가씨는 우유청년의 끈질긴 구애 끝에 결국 그를 받아들이고, 그렇게 라떼가 만들어졌다.
나: 바이올린이 아이의 노래였다면 첼로는 엄마의 노래다. 좀 더 부드럽고, 무게 있고, 균형이 잡혀 있다. 



마지막으로는 테너 ‘김세일’의 두 곡이 공연되었다. 먼저 도니제티의 오페라 ‘사랑의 묘약’ 중 “남 몰래 흐르는 눈물”은 서정적이면서 슬픈 단조 멜로디로 대중적으로 잘 알려졌으며, 도니체티의 아리아 중 명곡으로 꼽힌다. 남주인공 네모리노의 아리아로써, 여태 계속 자신을 봐주지 않던 여주인공 아디나가 자기에게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자 감격하여 부르는 아름다운 곡이다. 


도니제티 '사랑의 묘약'중 남 몰래 흐르는 눈물
(Gaetano Donizetti, Aria 'A furtive tear' from the Opera 'The Elixir of Love')

<연주에 대한 소감>

언니: 보드카가 목구멍으로 넘어가듯 부드럽고 묵직한 목소리
나: 장엄하면서도 슬프다. 슬픔과 비극 중간에 있는 느낌. 


다음 곡이었던 레하르 오페레타 ‘미소의 나라’ 중 “그대는 나의 모든 것” 이라는 곡은 레하르의 가장 성공한 오페레타 중 하나이다. 주인공 ‘수총’의 아리아로서, 중국의 관습에 따라 네 명의 아내를 두도록 하지만 이를 거부하고 오로지 한 여인에게만 사랑을 쏟는 남주인공 ‘수총’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레하르 오페라 '미소의 나라' 중 그대는 나의 모든 것 (테너 김세일) 
(Franz Lehar, Aria 'You are my heart's delight' From the Operetta 'The Land of Smile')

<연주에 대한 소감>

언니: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파도를 타며 바다를 항해하는 거대한 배 한척
나: 투박한 목소리 속에 숨어있는 순정




2부는 유럽의 핫 가이, ‘레이너 허쉬’의 등장이었다. 막연히 국내의 해설 지휘자로 유명하신, ‘금난새’ 지휘자님과 비슷할 거라는 기대를 품고 연주를 기다렸다. 근데 이 남자, 등장부터 심상치 않다. 괴성과 함께 두두두두 달려서 등장한다. 그리고 연주 내내, 서툰 한국어로 연주를 진행시켜갔다. 비록 대본이 있어도 그 많은 한국어를 읽기 힘들었을 텐데, 그의 숨은 노력이 대본 속에 스며있었다.  


레이너 허쉬 빨강코.jpg


그는 정말, 모든 것을 이용할 줄 아는 지휘자였다. 지휘자라기보다는 그 자신도 연주자였다. 비록 예정과 달리 연주된 곡이 얼마 없었지만, 모두 인상 깊은 연주였다. 프로그램 목록을 보면 모든 사람들의 눈높이에 맞췄다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로 잘 알려진 곡들, 흥미를 끌 만한 곡들을 집어넣었다. 


첫 곡은 로시니의 ‘윌리엄 텔’ 서곡이었다. 음은 사람들이 많이 알고 있지만, 제목은 대부분 모를 것이다. 이탈리아 작곡가 로시니의 마지막 오페라이자 최고의 걸작으로 평가받는 오페라 ‘윌리엄 텔’은 총 4막으로 구성된 장대한 오페라로, 13세기 초엽 오스트리아의 압정에 대항하여 스위스 민중을 이끌었던 전설적인 영웅 윌리엄 텔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이탈리아 작곡 기법에 대규모 합창단과 발레 등의 프랑스 스타일을 가미한 작품으로 로시니의 작품 중 가장 대중적인 작품이다. 


Rainer Hersch: Gioachino Rossini, Overture to 'The William Tell'

영상에서 알 수 있듯, 그의 마음 내키는 대로 극적인 부분은 더 극대화시키고, 작은 부분은 더 작게 연주한다. 강약강약이지 중간이 없다. 휘파람도 부르고, 중간에 멈춰서 악보를 휘리릭 넘기는 퍼포먼스까지 하며 웃음 포인트를 넣었다. 이 곡만 그런 것이 아니라 모든 곡에 웃음포인트가 있다. 

다음으로는 앤더슨의 ‘타자기’라는 곡이었다. 미국의 지휘자이자 작곡가인 리로이 앤더슨이 작곡한 곡으로, 나는 처음 듣는 곡이었다. 이 곡에서 사용되는 악기가 아주, 아주 흥미롭다. 바로 ‘타자기’ 이다. 타자기가 악기로 사용된 최초의 곡이라고 한다. 곡 이름만 타자기인 줄 알았더니, 핫가이답게 직접 타자기를 가지고 와 오케스트라 단원 한명이 타자기를 ‘연주하게’ 했다. 말보단 영상! 개인적으로 이 곡이 제일 마음에 들었다. 이 타자기를 연주했던 군포 오케스트라 단원분이 정말 맛깔나게 치시더라.   



Rainer Hersch-Leroy Anderson: The Typewriter


이 외에도 아주 익숙했던 곡이 있다. 바로 ‘윈도우 왈츠’ 였다. 레이너 허쉬가 직접 편곡해서 구성한 프로그램인데, 윈도우에서 나오는 모든 소리들을 왈츠로 재구성한 것이다. 켤 때 나는 소리, 끌 때 나는 소리 등 다양한 소리가 모여 하나의 음악이 완성되었다.


Rainer Hersch-Window Waltz

이것 외에도 핸드폰으로 투표를 해 모차르트의 곡을 재즈, 락, 컨트리 버전으로 연주한다던가, 관객들의 기침소리, 재채기소리같은 소음을 이용해서 괴상한 곡을 만들기도 했다. 관객들을 무대 위로 불러내 지휘를 시키기도 했다.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이사를 시켜버렸다. 




확실히, 그는 금난새 지휘자님과는 달랐다. 금난새 지휘자님이 유머를 갖춘 지휘자라면 레이너 허쉬는 장난끼를 갖고 있는 지휘자였다. 하지만 그것이 레이너 허쉬의 최대 장점이자 최대 단점이라고 생각한다. 

음악의 경계를 허물고, 재미있게 하려는 의도는 좋다. 나도 그 점이 좋았다. 하지만 원곡을 마음대로 지휘해버려서 원곡이 갖는 아름다움이 많이 죽었다. 내가 오케스트라를 보는 것인지, 지휘자의 독무대를 보는 것인지 모를 정도였다. 관객들을 생각한 나머지 오케스트라 단원을 생각지 못했다. 그의 기분파 지휘 때문에 사인을 못 알아들어서 박자가 안 맞거나 속도가 느려졌기 때문이다. 

또한 괴성을 지른다던가, 휘파람을 분다던가 하는 행동은 유쾌해보일 수 있으나, 자주 그랬기 때문에 소음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확실히 무대의 컨텐츠를 구성하는 능력은 뛰어났지만, 지휘자보다는 광대에 가까웠다는 점이 아쉬웠다. 유머에만 치중했다는 것이 느껴졌다. 진짜 곡을 사랑하고, 느끼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만족스럽지 못한 무대였을 것이다. 
나는 파격적인 무대를 좋아하는 편이지만 이번 레이너 허쉬의 지휘는 왠지 그렇게 호감이 가질 않았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클래식에 대한 흥미를 끄는 공연이었다는 것이 더 적합했다. 어떤 연주가 ‘관객과 오케스트라를 아우르는’ 연주인지, 어떤 지휘가 이상적인 지휘인지를 재고해보았던 무대였다.   



<출처 및 참고자료>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rid=66&contents_id=2953
http://broadway.showtickets.com/die-fledermaus-new-york/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2&no=246446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rid=66&contents_id=74861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2270777&cid=51211&categoryId=51211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2270893&cid=51211&categoryId=5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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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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